(서울=뉴스1) 신웅수 기자 = 김관진 전 국방부 장관이 22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고등법원에서 항소심 선고 공판을 마친 뒤 법정을 나서고 있다. 이명박정부 시절 국군 사이버사령부 여론조작 사건의 축소·은폐를 지시한 혐의로 1심에서 징역 2년 6개월을 선고받았던 김 전 장관은 2심에서 징역 2년 4개월을 선고받았다. 2020.10.22/뉴스1

이명박 정부 시절 '국군 사이버사령부의 여론조작 사건'으로 재판에 넘겨진 김관진 전 국방부 장관의 사건을 대법원이 다시 판단하라며 원심 법원으로 돌려보냈다. '댓글공작' 혐의에 대한 유죄를 확정하면서도 피의자를 불구속 송치하라고 지시해 받은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혐의를 무죄라고 봤다.

대법원 2부(주심 조재연 대법관)는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군형법상 정치관여 등 혐의로 재판을 받는 김 전 장관의 상고심에서 징역 2년 4개월을 선고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고 27일 밝혔다. 대법원은 김 전 장관의 '불구속 송치 지시'와 관련된 직권남용 혐의를 무죄라고 판단했다. 임관빈 전 국방부 정책실장은 금고 1년 6개월에 집행유예 3년을 확정받았다. 김태효 전 청와대 대외전략기획관에게는 벌금 300만원의 선고를 유예하기로한 판결이 확정됐다.

김 전 장관은 2012년 총선과 대선을 전후해 임 전 실장 등과 함께 사이버사령부 부대원들이 당시 정부와 여당을 옹호하고 야권을 비난하는 댓글 약 9000건을 올리도록 지시한 혐의를 받는다. 김 전 장관은 2012년 6월 사이버사령부 군무원 신규 채용 과정에서 정치 성향을 검증하고 특정 지역 출신을 배제하도록 한 혐의도 받았다.

김 전 장관은 2013년 12월부터 2014년 4월 백낙종 당시 조사본부장 등에게 사이버사령부 정치관여 수사 축소 지시하고 부대원 진술을 번복하게 한 혐의로도 재판에 넘겨졌다. 이 과정에서 이태하 전 심리전단장을 불구속 송치하라고 지시한 혐의도 있다.

1심은 김 전 장관의 댓글공작 혐의를 유죄로 판단하고 징역 2년 6개월을 선고했다. 당시 재판부는 "불행한 역사 경험에서 반성적 조치로 만든 헌법상 군의 정치적 중립 의무를 위배했다"며 "국민이 군에 갖는 기대와 믿음을 저버렸다"고 밝혔다. 이 전 단장을 불구속 송치하라고 지시한 혐의도 유죄라고 판단했다.

다만 사이버사령부 군무원 신규 채용에 대한 직권남용 혐의는 무죄로 판단했다. 1심은 김 전 장관이 불구속 상태에서 항소심을 진행하는 게 적합하다고 판단해 법정구속하지는 않았다. 임 전 실장에게는 금고 1년6개월에 집행유예 3년을, 김 전 기획관에게는 벌금 1000만원을 각각 선고했다.

2심도 "사이버사가 북한의 대남 사이버 심리전에 대응한다는 명분으로 국민의 정치적 의사 형성에 위법하게 관여했다"며 댓글공작이 위법하다고 판단했다. 이 전 심리단장 불구속 송치 지시로 인한 직권남용 혐의도 유죄라고 판단했다. 김 전 장관은 2심 재판 후에도 법정구속을 면했다. 2심은 임 전 실장에 대해서는 1심에서 선고된 형을 그대로 유지하면서, 김 전 기획관에 대해 300만원 형의 선고유예를 내렸다.

대법원은 이 전 단장에 대한 불구속 송치 지시를 유죄로 판단한 원심 판단에 잘못이 있다고 봤다. 이밖에 댓글공작 혐의 등에 관한 김 전 장관 측의 상고와 무죄 부분에 대한 검찰의 상고는 모두 기각했다.

대법원은 이 전 단장을 불구속 송치하도록 지시한 행위가 직권남용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다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국방부 장관으로서 조사본부가 수사하는 피의자의 신병에 관해 구체적이고 최종적인 결정권한을 갖고 있었다"며 "불구속 송치하게 한 행위는 '불수사 원칙' 등을 참작해 결정할 수 있는 재량인 만큼 불구속 송치 지시를 한 목적이 국방부 장관에게 구속영장 승인 권한을 부여한 군사법원법 취지에 명백히 반한다고 볼 수 없다"고 밝혔다.

아울러 "피의자 신병에 관한 국방부 장관의 최종 결정이 내려지기 전 백 전 본부장에게 구속영장에 관한 구체적 권리가 발생했다고 볼 수 없다"며 "피의자 신병에 관한 최종결정권한, 불구속 수사 원칙, 복종 의무 등을 고려할 때 김 전 장관이 백 전 본부장에게 의무없는 일을 하게 한 것으로 볼 수 없다"고 판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