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시스] 최동준 기자 = '서해 공무원 피격 사건' 관련 박지원 전 국정원장이 14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검찰청으로 출석하고 있다. 2022.12.14.

검찰이 '서해 피격' 사건과 관련한 첩보 삭제 지시를 하지 않았다는 박지원 전 국가정보원장 등 지난 정부 고위 안보라인 측 입장을 반박했다. 국정원 실무자들이 보안을 유지하라는 지시를 첩보 삭제 지시로 이해하지는 않았을 것이라는 시각이다. 검찰은 현재 박 전 원장에 대한 구속영장 청구를 검토하고 있다.

15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해 피격' 사건을 수사하는 검찰은 박 전 원장이 고(故) 이대준씨의 피격 상황을 담은 첩보를 삭제하라는 지침을 내린 것으로 보고 있다. 박 전 원장은 이씨 피살 약 3시간 뒤인 2020년 9월23일 오전 1시 관계장관회의에 참석한 뒤 첩보보고서 46건의 삭제를 지시한 혐의를 받는다.

박 전 원장 측은 민감 정보여서 보안을 강조했을 뿐 삭제 지시를 한 적은 없다는 입장이다. 박 전 원장은 이날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와의 인터뷰에서 "삭제 지시를 한 적이 없다. 노은채 전 비서실장도 삭제 지시가 아니라 보안을 유지하라고 했다"며 "우리 업무 전체가 보안"이라고 했다.

국정원 실무자들이 보안유지 지침을 첩보 삭제 지침으로 이해하고 삭제했을 가능성이 있다는 말로 해석될 수 있다. 그러나 검찰 관계자는 이날 해당 가능성에 대해 "국정원이 그렇게 허술한 조직이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검찰은 혐의를 부인하는 박 전 원장에 대한 구속영장 청구를 검토하고 있다. 지난달 13일에는 첩보 삭제 의혹과 관련해 노영민 전 대통령비서실장을 참고인 신분으로 불러 조사했다. 노 전 실장은 보안유지, 첩보 삭제 지시에는 관여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 관계자는 "노 전 실장도 이 사건 피고발인"이라면서도 "다른 관계인의 피의사실과 관련해 조사받은 것이어서 참고인으로 불렀다"고 했다.

검찰은 국정원 첩보나 군 특수정보의 삭제를 지시하지 않았다는 서훈 전 국가안보실장 측 입장도 받아들이지 않고 있다. 서 전 실장 측은 삭제 의혹에 대해 민감한 정보가 너무 넓게 전파되는 것을 막기 위한 '배포선 조정'의 일환이었다는 입장이다. 하위 군부대까지 민감 정보가 퍼지는 것을 막기 위해 보안 유지를 하는 과정에서 일부가 삭제된 것일 뿐이라는 입장으로 전해진다.

검찰 관계자는 "어떤 보고서가 너무 많이 배포돼 조정해야 한다면, 배포 범위를 조정하고, 조정된 범위에 (재)배포해야 배포선 조정"이라고 말했다. 5개 기관에만 배포돼야 할 자료가 10개 기관으로 갔으면, 자료를 삭제한 뒤 5개 기관에 다시 배포하는 과정을 밟았어야 했는데 그렇게 하지 않았다는 입장이다.

검찰과 서 전 실장 측은 법정에서도 치열한 공방을 펼칠 것으로 보인다. 서 전 실장이나 더불어민주당 측은 배포된 군 특수정보가 삭제돼도 원본은 남기 때문에 무단 삭제로 볼 수 없다고 한다.

검찰은 박 전 원장에 대한 조사를 마치는 대로 서 전 실장과 함께 재판에 넘길 방침이다. 서 전 실장으로부터 지시를 받아 군 특수정보를 삭제했다는 서욱 전 국방부 장관도 함께 재판에 넘겨질 가능성이 크다. 검찰 관계자는 "증거와 법리에 따라 수사하고 있다"며 "증거가 수집되고 법리상 문제 없으면 공소제기하는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