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지원 전 국정원장이 지난 14일 '서해 공무원 피격 사건' 조사를 위해 서울중앙지검에 출석하기 전 취재진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박지원 전 국정원장과 서욱 전 국방부 장관이 서해 공무원 피격 사건에서 첩보 삭제를 지시한 혐의로 29일 재판에 넘겨졌다. 박 전 원장과 서 전 장관 기소로 검찰이 지난 6개월 동안 이어온 서해 공무원 피격 사건 수사가 사실상 마무리됐다.

서울중앙지검 공공수사1부(부장검사 이희동)는 이날 국가정보원법 위반 등의 혐의로 박 전 원장과 노은채 전 국정원장 비서실장을 불구속 기소했다. 검찰은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혐의 등으로 서 전 장관도 불구속 기소했다.

박 전 장관 등은 2020년 9월 22일 이씨가 북한군에게 피살된 후 이튿날 새벽 1시 열린 관계장관회의에서 피격 사실을 은폐하고 국정원과 국방부의 관련 첩보를 삭제하도록 지시한 혐의 등을 받는다.

검찰은 이달 9일 이 사건을 은폐하고 왜곡한 혐의로 서훈 전 청와대 국가안보실장도 구속 기소했다. 서 전 실장은 지난 3일 구속돼 재판에 넘겨진 뒤 지난 24일 불구속 상태로 재판을 받게 해달라며 법원에 보석청구서를 냈다. 서 전 실장의 보석 심문은 오는 1월11일 열린다.

검찰은 박 전 원장이 80대 고령으로 주거가 일정하고 서 전 실장 지시를 받은 종범이라는 점 등을 감안해 구속영장을 청구하지 않고 불구속 기소한 것으로 보인다.

검찰은 문재인 전 대통령은 조사하지 않고 연내에 사건을 마무리하기로 한 것으로 알려졌다. 군과 국정원에 첩보를 삭제하라고 지시한 최종 윗선을 문 전 대통령이 아닌 서 전 실장으로 판단한 것이다.

문 전 대통령을 조사하려면 '월북몰이'를 위한 지시나 암묵적 승인 등이 있었다는 정황이 드러나야 하지만 대통령기록관 압수수색을 포함해 지금까지 진행한 수사에서 문 전 대통령의 지시를 입증할 문건이나 진술 등을 검찰이 확보하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지난 7월6일 국정원이 서 전 실장과 박 전 원장을 고발한 뒤 6개월 동안 사건을 수사해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