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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르쇠' 보이스피싱 알바 외국인 학생, 무죄 판결 뒤집혔다

임종철 디자이너 /사진=임종철 디자이너

보이스피싱 현금 수거책 역할을 했다가 1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은 외국인 교환학생이 항소심에서 징역형을 선고받았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항소1-3부(부장판사 김형작 장찬 맹현무)는 사기 혐의로 기소된 외국인 교환학생 A씨에게 징역 10월을 선고했다고 30일 밝혔다. 무죄를 선고한 1심 판결이 뒤집혔다.

A씨는 2020년 6월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를 통해 '패션브랜드와 관련된 일'이라는 구인광고를 보고 물건을 한번 전달할 때마다 10만~20만원의 수당을 준다는 내용에 혹해 수거책 역할을 시작했다. 이 광고는 보이스피싱 조직이 현금 수거책을 구하기 위해 올린 허위였다.

A씨는 2020년 6월부터 한달 동안 4명의 피해자로부터 현금 총 4780만원을 받아 보이스피싱 조직원에게 전달했다. 수거 장소는 서울 성동구, 광진구, 중랑구, 양천구 등이었다. 피해자들은 "아들·딸이 보증을 잘못 서서 현재 납치된 상태이고 돈을 변제하면 풀어주겠다"는 거짓말에 속아 현금을 건넸다.

1심 재판부는 A씨가 자신의 행위를 보이스피싱 조직의 사기 범행이라고 인식하지 못했다고 보고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A씨가 수거한 돈이 보이스피싱 범행으로 인한 피해금이라는 사실을 알고 있었는지 확인할 직접적인 증거가 없다"며 "사기의 범의가 없었다"고 판단했다.

검찰은 불복해 항소했다. 검찰은 A씨가 가방 안에 돈이 있는 것을 확인하고 불법적인 일을 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진술한 점과 2016년 홀로 한국에 입국해 아르바이트 등을 해오면서 기존 아르바이트와 비교해 하는 일에 비해 얻은 수익이 매우 크다고 인식한 점 등을 이유로 미필적으로나마 보이스피싱 범행임을 인식하고 있었다고 주장했다.

2심 재판부는 검찰의 주장을 받아들여 A씨에게 징역 10개월의 실형을 선고했다. A씨가 보이스피싱 범행에 가담한 미필적 고의성을 인정한 것이다.

2심 재판부는 특히 "보이스피싱 사기범죄는 철저히 분업화·조직화돼 총책, 관리책, 수거책 등 역할을 담당하는 공범들 사이의 순차 공모 형태로 범죄가 행해진다"며 "반드시 보이스피싱 사기 범행의 실체와 전모를 전체적으로 파악하고 있어야만 공동정범이 성립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보이스피싱 사기범죄는 대략적인 모습과 폐해가 널리 알려져 있고 온라인 거래가 일상이 된 현실에서 서로 모르는 사람들 사이에 거액의 현금을 수수하는 행위는 범죄와의 관련성을 의심할 여지가 있다"고 덧붙였다. A씨가 자신의 행위가 범죄에 연루돼 있다고 인식했어야 한다는 것이다.

재판부는 "죄질이 매우 불량하고 피해자들에 대한 피해회복도 이뤄지지 않았다"며 "다만 국내에서 처벌받은 전력이 없는 점, 확정적으로 인식하고 범행에 가담한 것은 아닌 것으로 보이는 점을 고려한다"고 양형 이유를 밝혔다.

A씨는 2심 판결에 불복해 상고장을 제출한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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