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대한민국 법원

코로나19 확산 당시 공공기관에서 대책단장을 지내면서 골프 모임을 한 사실을 숨겨 해임됐던 전직 간부가 해임 조치가 부당하다며 낸 소송 1심에서 승소했지만 항소심에서 결과가 뒤집혀 패소했다.

서울고법 민사15부(부장판사 윤강열)는 19일 A씨가 한국교통안전공단을 상대로 낸 해고 무효확인 소송 항소심에서 원고 패소 판결했다.

A씨는 30년 가까이 공단 직원으로 근무하다 퇴직한 후 상임이사로 임명됐다.

2020년 1월 정부가 코로나19 위기경보단계를 3단계로 격상하면서 A씨는 코로나19 대응방안 대책단 단장으로 보임됐다.

같은 해 2월 정부는 위기경보단계를 최고단계로 격상했고 대구·경북 등 지역에 행사 자제를 공지했다. 공단 대책단은 정부 지침에 맞춰 △모든 회의·행사·출장·회식 등 외부 접촉 최소화 시행 △단체 회식 자제 △출장·교육·회의 최대한 자제 및 외부 활동 제한 △시급성과 필요성이 낮은 여행 또는 사적 모임은 가급적 연기 또는 취소 등 지시를 각 부서에 전달했다.

공단 내 대책단장을 맡았던 A씨는 2020년 3월 경북 김천의 한 골프장에서 골프 모임을 갖다가 자가격리 대상이 됐다. A씨는 골프장 방문 사실을 숨기고 '마트 방문'으로 자가격리된 것처럼 허위 경위서를 제출했다.

같은 달 말 A씨는 다시 공단 직원들과 골프 모임을 했다. 이 사실이 알려지며 언론에 보도됐고 공단은 감사를 거쳐 세 달 뒤 A씨를 해임했다.

A씨 측은 해임은 무효라며 공단을 상대로 소송을 냈고 1심 재판부는 A씨의 청구를 모두 받아들였다. A씨의 해임은 공단의 징계권 남용에 해당돼 위법하다고 했다.

2심 재판부는 1심을 뒤집고 A씨의 해임이 적법하다고 판결했다. 징계에 따른 해고 처분이 아니라 상임이사직에 대한 계약해지라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 원고의 직위·직급, 지역적 상황을 고려하면 피고 공단의 지시를 불이행하고 허위의 경위서를 제출한 것은 일반 직원이 같은 행위를 한 것과 달리 평가되어야 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A씨는 비위사실 당시 피고 공단의 코로나 비상대응 대책단장으로 전 부서에 지침을 내렸는데 스스로 그 지시를 두 차례 어기고 경위서도 허위로 작성했다. 이는 성실 의무·품위유지 의무 위반이다"라며 "코로나 비상대응 대책단장으로서 명령과 지시를 스스로 어기고 허위의 경위서를 제출하는 고위 임원에게 공단 직원들의 신뢰와 복종을 기대하기는 어렵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