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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시 급등? 주가 조작?…"애매하네" 檢도 학을 떼는 증권범죄

[MT리포트]주가조작=패가망신법 '미완성 공식'(上)

편집자주'주가조작 패가망신법'이라고 불리는 자본시장법 개정안이 최근 국회를 통과했다. 불공정거래로 번 돈을 모두 환수해 '감옥가도 남는 장사'라는 인식을 뿌리뽑겠다는 의지가 담겼다. 하지만 개정된 법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개정 취지를 달성할 수 있을지 장담하기 어렵다. 패가망신법이 놓친 것을 짚어본다.



100억 챙기면 200억 토한다?…작전세력 이득 산정 "신의 영역"


①'부당이득 2배 과징금' 실효성 논란

해외 도피생활 중 태국에서 체포된 쌍방울 그룹의 실소유주 김성태 전 회장이 올 1월17일 오전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압송되고 있다. /사진=인천국제공항=이기범 기자 leekb@

#. 2014년 4월 당시 서울중앙지검 증권범죄합동수사단은 쌍방울 주식 시세를 조종해 347억원의 부당이득을 거둔 혐의로 쌍방울그룹 실소유주 김성태 전 회장을 재판에 넘겼다. 3년 동안 진행된 1심 재판 결과는 징역 3년에 집행유예 5년이었다. 법원은 김 전 회장이 다수의 일반 투자 피해자를 상대로 오랜 기간에 걸쳐 시세 조종을 통해 막대한 부당이득을 취했다고 인정하면서도 정확한 부당이득을 산정할 자료가 부족하다며 추징금을 선고하지 않았다.

이 판결은 항소심을 거쳐 이듬해인 2018년 6월 대법원의 상고 기각으로 확정됐다. 상습적인 주가 조작으로 자본시장을 교란한 범죄자에게 실형을 선고하지도 않은 데다 '부당이득 액수를 알 수 없다'는 이유로 추징금조차 부과하지 않은 것이다. 주가조작 세력에 대한 솜방망이 처벌의 대표적인 사례다.

주가조작 범죄에 대한 미약한 처벌이 문제가 되면서 최근 국회에서 부당이득의 최대 2배에 달하는 과징금을 부과하는 법안이 통과됐지만 여전히 쌍방울 주가조작 당시의 판례가 되풀이될 가능성이 높다는 지적이 나온다. 주식시장 특성상 수사당국이 부당이득 규모를 입증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개정법이 부당이득 산정 문제를 풀어내지 못한 데다 일부 법조항을 두고 위헌 논란까지 고개를 든다. 이대로는 주가조작 범죄를 근절하기 어렵다는 목소리가 높다.

◇검찰도 학을 떼는 증권범죄…여전한 입증문제


"주가조작 부당이득을 정확히 산정하는 것은 '신의 영역'이에요." 증권범죄를 오랫동안 수사해온 전·현직 검사들은 한결같이 이렇게 입을 모은다. 부당이득 규모를 특정하려면 주가조작 행위에 따른 주가상승과 일반적인 시장 상황에 따른 주가변동을 구별해야 하는데 여러 요인이 뒤엉켜 반영돼 나타나는 주가에서 칼로 무 자르듯 정확하게 구분하기는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이를테면 주가조작 세력이 손을 댄 종목의 주가가 10% 올랐는데 하필 이날 주가지수도 대폭 올랐다면 주가가 오른 게 불공정거래 때문인지 증시 급등 때문인지 판단하기 쉽지 않다.

문제는 부당이득 규모와 형량을 연계하지 않는 영국이나 독일, 일본 등과 달리 국내법(자본시장법)에서는 부당이득 규모에 따라 법정형(징역·벌금)이 달라진다는 점이다. 부당이득액이 5억원 이상인 경우 징역형을 가중하는 방식이다. 법원이 부당이득 규모를 민감하게 따지고 결국 솜방망이 처벌이 줄을 잇는 이유가 여기 있다.

국회 논의 과정에서도 이런 문제를 고려해 부당이득 입증책임 일부를 주가조작세력 등 피고에게 넘겨 정상적인 이득이라는 점을 소명하면 부당이득에서 빼주는 방안이 논의됐다. 하지만 입증책임을 피고에게 넘길 경우 형사재판의 대원칙인 무죄추정원칙에 위반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면서 결국 최종안에서 삭제됐다.

시장에서는 지난달 30일 국회를 통과한 자본시장 개정법을 두고 법조문에 과징금만 신설됐을 뿐 실제 판결로 나올 처벌은 과거와 크게 달라지지 않을 것으로 예상한다. 부당이득액을 특정하기가 사실상 불가능한 만큼 지금까지처럼 '산정불능-추징불가'의 솜방망이 판결이 이어질 수 있다는 얘기다.

◇산정방식 어떻게 세울까…과징금 40억 실효성 '의문'

이원석 검찰총장이 22일 서울 영등포구 한국거래소를 찾아 주가조작 등 불공정거래 조사 및 수사에 대한 관계기관 간 논의에 앞서 기자들 질문에 답하고 있다./사진=이기범 기자 /사진=이기범 기자 leekb@

부당이득을 산정하는 구체적인 방식을 시행령(대통령령)으로 미뤄둔 데 대해선 법조계를 중심으로 위헌 논란까지 제기된다. 징역형이 선고될 수 있는 양형의 핵심 기준을 법률로 정하지 않고 시행령에 위임한 것은 포괄 위임 입법 금지 원칙에 위배된다는 것이다.

2019년 주가조작 부당이득 산정기준 법제화를 논의했던 대검찰청 TF(태스크포스)'에서는 산정기준이 구체화될 경우 이를 악용해 수사망을 빠져나가는 이들이 생길 수 있다는 우려도 나왔던 것으로 전해진다. 검찰 한 관계자는 "주가조작 유형이 다양해지면서 법제화한 유형보다 더 큰 이득을 거뒀는데도 규정에서 빠진 위반행위가 있을 경우 역차별 논란에 휘말릴 수 있다는 지적이 있었다"고 말했다.

당국이 최후의 수단으로 꺼내든 과징금 부과가 법원을 거치면서 얼마나 유지될지 지켜봐야 한다는 목소리도 적잖다. 부당이득을 산정하기 곤란하더라도 금융위원회가 최대 40억원까지 과징금을 매길 수 있도록 한 법조항을 두고 법원은 국회 입법 논의 과정에서 금전적 제재가 과도해 다른 과징금과의 비례 원칙이나 책임주의에 위배될 소지가 있다는 의견을 냈다.

금융당국의 과징금 부과 이후 행정소송에서 법원이 상당 금액을 깎아줄 경우 입증책임이 상대적으로 덜한 과징금으로 우회해 부당이득을 추징하겠다는 당국의 취지가 실효성을 잃을 수 있다.

증권범죄를 전문으로 다룬 부장검사 출신 변호사는 "과징금을 도입한 것은 나름 의미가 있지만 부당이득을 정확히 산정할 수 없다는 이유로 징역형이나 추징금이 가볍게 선고되는 사례가 이번 법개정으로 해소됐다고 보긴 어렵다"며 "주가조작 범죄 근절을 위해선 보완입법과 논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서울=뉴스1) 임세영 기자 = 김주현 금융위원장(오른쪽)과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15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정무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2023.6.15/뉴스1 Copyright (C)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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