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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MPE' 확인했나요…ICT 시대 무형자산거래 이슈는

[theL] 화우의 조세 전문가들이 말해주는 '흥미진진 세금이야기'

/사진=임종철 디자인기자

'더블 아이리시 위드 어 더치 샌드위치(Double Irish with a Dutch Sandwich)'. 얼핏 브런치 메뉴 같은 이 말은 국가간 조세제도의 차이 등을 이용해 실질적인 법인세율을 최소화하려는 글로벌 거대 다국적 기업들의 조세회피전략을 일컫는 용어다. 아일랜드 법인 2곳 사이에 네덜란드 법인 1곳을 끼워 넣는 방법에 빗대 무형자산을 통해 창출된 소득을 세율이 높은 국가에서 세율이 낮은 국가로 이전하는 방식을 말한다. 애플과 구글을 비롯한 글로벌 빅테크 기업들이 국외특수관계법인간 무형자산거래에 이런 전략을 활용하는 것으로 알려진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글로벌 기업들이 해외법인을 세워 거래하는 품목은 상품이나 물건 같은 전통적인 의미의 재화였지만 산업이 고도화하면서 국제거래에서 특허권이나 상표권, 소프트웨어 등 무형자산이 차지하는 비중은 크게 늘었다. 이런 무형자산의 가격책정 방식은 전통적인 재화와 판이하게 다르기 때문에 무형자산의 가격을 조작해 세금을 줄이려는 기업들과 이런 방식을 동원을 탈세하는 것을 막려는 과세당국의 공방이 점점 더 거세지는 추세다. 우리나라에선 국제조세조정법에서 이를 규제한다.

무형자산거래에 대한 글로벌 다국적기업들의 조세회피전략은 특히 2008년 금융위기를 기점으로 여실히 문제를 드러냈다. 국제사회에서는 이를 계기로 조세 투명성 강화 요구가 잇따르면서 OECD(경제협력개발기구)를 중심으로 글로벌 기업들이 세금을 부당하게 줄이는 데 대응하기 위한 국제 공조가 시작됐다. 최근 10년여 동안 국제조세 분야에서 가장 뜨거운 이슈로 꼽히는 'BEPS(Base Erosion and Profit Shifting·세원잠식과 소득이전) 방지 프로젝트'가 이런 과정에서 등장했다. BEPS는 국가간 세법 차이와 조세조약의 미비점 등을 이용해 경제활동 기여도가 낮은 저세율국으로 소득을 이전해 과세기반을 잠식하는 행위를 말한다.

2017년 이뤄진 OECD 이전가격 지침서 개정은 BEPS 방지 프로젝트의 가장 큰 결과물로 꼽힌다. 다국적기업이 국내 자회사와 과도하게 낮거나 높은 가격으로 내부거래를 하면서 조세를 회피하는 것을 막기 위한 세계 각국의 이전가격세제가 이 지침서를 바탕으로 만들어진다. 우리나라도 국제조세조정법 시행령을 2019년 초 개정하면서 지침서 내용을 반영했다.

국제조세조정법 시행령 중 주목할 부분은 13조 2항 1호의 '거주자와 국외특수관계인간 무형자산거래에 대한 정상가격을 산출하는 경우 법적 소유 여부와 관계 없이 해당 무형자산의 개발·향상·유지·보호·활용과 관련해 수행한 기능과 수익창출에 기여한 상대적 가치에 상응해 독립된 사업자간에 적용될 것으로 판단되는 합리적인 보상을 받았는지 여부를 고려해야 한다'는 내용이다. 즉 무형자산에 대한 실질적 관여없이 단순히 계약서상 소유권만으로는 기술·상표권 사용료 등 대가를 수취하기 어려워질 수 있다는 것이다.

실무에선 이를 개발·향상·유지·보호·활용(Development·Enhancement·Maintenance·Protection·Exploitation)의 영문 머리글자를 따와 'DEMPE'로 부른다. 이 원칙은 우리나라뿐 아니라 OECD 이전가격 지침서 개정 내용을 세법에 반영한 세계 각국에서도 동일하게 적용되기 때문에 우리 기업이 해외에 진출한 특수관계법인과 무형자산거래를 수행한다면 미리 개발·향상·유지·보호·활용 행위를 미리 분석해 무형자산 거래와 관련된 이전가격 과세 위험에 대비할 필요가 있다.

DEMPE 관련 내용은 국제조세조정법 시행령에 포함된 지 수년이 흘렀지만 아직도 이와 관련된 과세위험을 인지하지 못한 경우를 흔히 볼 수 있다. ICT 시대에 무형자산거래의 비중은 꾸준히 증가할 것이다. 이는 국외특수관계법인과의 이전가격거래에서도 마찬가지다. 글로벌 ICT 강국을 꿈꾸는 우리의 기업들이 무형자산 거래에 대한 이전가격 정책을 다시 한번 면밀하게 되짚어 볼 시점이다.

신상현 법무법인 화우 미국회계사

[법무법인(유) 화우의 신상현 미국회계사는 국내외 주요 다국적 기업에 대한 국제조세 및 이전가격 자문을 주로 수행하고 있다. 국내외 글로벌 회계법인에서 근무했고 이전가격 위험진단 및 정책수립, 이전가격 보고서 작성, 세무조사 및 조세불복 지원, 상호합의 절차(MAP) 및 정상가격 산출방법 사전승인(APA) 지원, BEPS 프로젝트 관련 자문 및 다양한 산업의 주요 다국적 기업에 대한 국제거래통합보고서 작성 등을 수행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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