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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공 혐의자 수사한다며 캠핑장 불법도청…국정원 수사관 집유

[theL]

국가정보원 청사./사진=뉴시스
대공 혐의자를 수사한다며 법원 허가 없이 캠핑장 숙박객을 도청한 국정원 수사관들이 징역형 집행유예를 선고받았다.

서울중앙지법 형사33부(부장판사 김동현)는 31일 통신비밀보호법 위반 혐의를 받는 국정원 수사관 A씨에게 징역 10개월에 집행유예 1년, 자격정지 1년을 선고했다.

함께 기소된 동료 수사관 2명과 전직 국정원 간부 1명은 이날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1년, 자격정지 1년을 선고받았다.

국정원 충북지부는 2007년부터 제보자 1명을 일명 '프락치'로 확보해 한 대학교 안팎에서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자를 수사해왔다. 이 제보자는 2015년 3월 유급정보원으로 채용됐다.

제보자가 2015년 7월 '지하혁명조직의 선배를 소개받아 캠핑장에서 열리는 총화 행사(적격성 확인절차)에 참석한다'고 보고하자 국정원 경기지부에서 근무하던 A씨와 동료들은 캠핑장 캐러밴 내부 소화기 등에 비밀녹음장비를 몰래 설치, 5시간 분량을 녹음하고 숙박객을 촬영했다. 제보자에게 휴대용 녹음기를 건네기도 했다.

대화에 참여하지 않고 대화 당사자의 음성을 녹음하면 통신비밀보호법 위반죄가 성립한다. 수사관들은 제보자가 자리를 비우면 불법 도청이 된다는 결론을 내리고도 '증거로 제출하지 않거나 제보자가 대화한 부분만 선별하면 된다'며 법원에 감청허가를 신청하지 않은 것으로 조사됐다.

제보자는 당시 수사를 폭로했다. 검찰은 A씨를 비롯한 수사관 3명과 도청 계획을 보고받은 간부를 지난해 10월 불구속 기소하고 올해 7월 이들에 대해 징역 1년~1년 6개월 실형을 구형했다.

법정에서 A씨 일행은 사실관계를 인정하면서도 "제보자의 자발적 의사에 따라 녹음장치를 설치해줬고, 제보자가 참여한 대화만 녹음하려고 했다"며 고의로 도청한 게 아니라고 주장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재판부는 "내부 문건을 보면 국정원이 계획을 주도했고, 제보자가 대화에 일부 관여했더라도 수사관들이 죄책을 면하기는 어렵다"며 "단순한 과실이나 실수에 따른 범죄라고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다만 재판부는 "피고인들이 20~30년 국정원에서 근무하며 국무총리·대통령 표창을 받는 등 모범적인 생활을 했다"며 "사적 이익이 아니라 국가안보를 위협하는 조직의 실체를 파악하려는 목적으로 범행한 점과 판결로 받게 되는 신분상 불이익 등을 참작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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