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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억 물려주면 50% 떼인다…"상속세율 26년간 제자리" 독일까 약일까

[the L]화우의 웰스매니지먼트팀 전문가들이 말해주는 '상속·증여의 기술'

이지혜 디자인기자 /사진=이지혜 디자인기자
최근 상속세제 개편에 관한 논의에 불이 붙었다. 최고세율이 적용되는 상속세 과세표준 기준금액이 다른나라보다 낮아 우리나라의 상속세는 너무 높다는 주장은 오랜 기간 제기돼왔고 이에 따라 여러 방향으로 개편과 관련한 논의가 이뤄지고 있다. 우리나라 상속세율은 과연 어느 정도 수준일까.

현행 상속세 및 증여세법(상증세법)에 따른 상속 및 증여에 대한 과세표준 및 세율(상속세율)은 다음과 같다.
현행법상 상속세율은 1997년 상속세법이 상증세법으로 전면 개정될 때 기본적인 틀이 결정됐다. 1999년 상증세법이 개정됐으나 최고세율을 5% 상향한 것 외에 나머지 과세표준 구간과 세율은 그대로 유지했다는 점을 고려하면, 현행법상 상속세율은 1997년 이후 유지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약 26년 동안 변화가 없었던 것이다.

이 기간 동안 우리나라 경제 규모와 소득 수준에는 어떤 변화가 있었나. 우리나라의 국내총생산(GDP)은 542조원(1997년)에서 2150조원(2022년)으로 약 4배 증가했고 1인당 국민총소득(GNI)은 1173원(1997년)에서 4249만원(2022년)으로 역시 약 4배 늘었다. 같은 기간 평균 소비자물가상승률은 약 2.67%였는데 집값은 그보다 더 큰 폭으로 뛰었다. 서울 강남구 대치동 은마아파트 30평의 매매가격은 약 1억 7500만원(1997년)에서 약 22억원(2022년)으로 대폭 상승했다.

다시 말해 지난 26년간 우리나라 경제 규모는 계속 성장했고 국민 소득수준도 증가했으며 물가가 상승해 화폐 가치는 떨어지는 큰 변화를 겪었음에도 상증세율은 변함 없이 그대로 유지되고 있다.

소득세율도 비슷하다. 현행법상 소득세율은 과세표준 1400만원 이하에 대해서는 6%의 최저세율이, 10억원 초과에 대하여는 45%의 최고세율이 적용된다. 2012년 법 개정 때 과세표준 1200만원 이하에 6% 최저세율을, 3억원 초과에 대해 35%의 최고세율을 적용하도록 바뀐 이후 최고세율 구간을 신설하거나 최고세율이 적용되는 과세표준 기준금액이 하향돼 세부담이 늘어나는 방향으로 개정돼왔다.

상증세나 소득세와 같이 재산이나 소득에 부과하는 세금은 경제상황에 맞춰 과세표준 구간과 세율을 조정하는 것이 필수적이다. 그렇지 않으면 세후 실질소득이 감소해 실질적인 소비수준이 낮아지거나 과중한 세부담에 대한 조세저항이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상증세법이나 소득세법 개정연혁을 살펴보면 경제규모나 소득수준에 맞게 세금을 부과하고 있는지 의문이 든다.

단적인 예로 물가상승을 고려하면 20년 전 1억원보다 지금 1억원의 가치가 훨씬 낮음에도 우리나라의 상증세 과세표준 구간과 세율은 이를 반영하지 못하고 26년째 유지되고 있다. 실질적인 경제수준과 담세력을 고려하면 20년 전에 1억원을 상속받은 사람과 지금 1억원을 상속받은 사람이 누리는 실질적인 부의 수준은 다르다는 것이 분명한데 동일한 세율을 적용해 세금을 부과하는 것이 과연 합리적일까.

상증세는 부자들만 내는 세금이고 부자들이 세금을 더 많이 내는 것은 좋은 일이니 신경쓰지 않아도 될까. 그렇지 않다. 지금처럼 과세표준과 세율이 탄력적이지 않고 변화에 둔감하면 부자들만 내던 세금을 중산층도 부담하게 되고 중산층까지만 부담하던 세금은 그보다 소득수준이 낮은 국민들까지 부담해야 하는 상황이 온다. 소득세도 동일하다. 고액 연봉자들만 부담하던 높은 세율이 평범한 직장인에게도 적용된다.

과세표준과 세율의 비탄력성은 결국 국민들의 세부담 증가로 이어진다. 이를 방지하려면 경제상황의 변화에 맞게 세율을 적절한 수준으로 개정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겉보기에 국민이 더 많은 돈을 버는 것처럼 보여도 실제로는 국민은 배고프고 국가만 배부른 상황이 올 수 있다.

1997년에 상증세법이 전면 개정됐을 때 개정이유에는 "1950년에 상속세법이 제정된 이후 그동안 소득수준의 향상, 인구의 노령화, 여성의 경제 사회적 입지향상 및 금융 부동산실명제의 실시 등에 따라 변화된 여건을 수용하기 위해" 법을 개정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1997년 이후 2023년에 법 개정이 필요한 이유도 이와 같다. 현재의 과세표준과 세율이 과연 우리나라의 경제규모와 소득수준에 비춰 보았을 때 적절한 수준인지 진지하게 고민해 볼 필요가 있다.
허시원 변호사 법무법인 화우
[허시원 변호사는 2013년부터 화우 조세그룹에서 법인세, 소득세, 부가가치세 등 각종 조세 분야의 쟁송, 자문 전문가로 일하고 있다. 2009년부터 2010년까지 삼일회계법인에서 공인회계사로 근무하며 회계, 재무 관련 실무경험을 쌓았다. 최근에는 부동산PFV 취득세 부과처분 취소 소송, 외국계IB 교육세 부과처분 취소 소송, 사모펀드 손실보상에 따른 조세이슈 자문 등 담당하면서 금융조세 분야에서 두각을 드러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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