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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임 바꿔줘" 끈질긴 학부모 요구…'교권침해' 못 박은 대법

대법원/ 사진=뉴시스

"교사, 학생, 학부모 모두에게 좋은 판결."

14일 '담임 교사 교체 요구는 최후의 수단'이라는 대법원 판결에 대한 법조계·교육계 전문가들의 평가다. 향후 법원은 교사가 부당한 교체 요구를 받은 사건에서 이번 판례를 근거로 '교권 보호' 취지 판결을 내릴 가능성이 높아졌다. "교육참여권이라는 이름 아래 무분별하게 용인됐던 담임 교체에 경종을 울린 판결"이라는 말이 나온다.

대법원 2부(주심 이동원 대법관)는 이날 학부모 A씨가 교육 당국을 상대로 제기한 교권보호위원회 조치 처분 취소 소송 상고심에서 원고 승소 판단한 원심 파기·환송했다. A씨의 지속적인 담임 교체 요구가 교권 침해에 해당한다고 판결한 것이다.

이날 판결은 "학부모의 담임 교체 요구라는 의견 제시는 비상적인 상황에서 교육방법의 변경 등으로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 경우 보충적으로만 허용된다"고 판단한 최초의 대법원 판례다. 학부모가 훈육 방법에 불만이 있을 경우 교사·학교와 다른 개선 방법부터 논의해봐야 한다는 것이다.

이번 사건에서는 교사 B씨가 수업 진행을 방해한 초등학교 2학년생에게 '레드카드' 벌점을 준 일을 계기로 시작됐다. 학부모는 레드카드 조치 시 아동이 공개적 창피를 당하므로 아동학대라고 주장하며, 담임 교체를 지속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동안 이 같은 담임 교체 요구가 정당한지를 판단할 기준이 없었다. 수도권에 근무하는 판사는 "향후 유사한 사건을 맡은 재판부가 이날 대법원 판결을 판단의 근거로 삼을 것"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대체로 이번 판결을 교사·학생·학부모 세 집단에게 모두 좋은 '윈·윈·윈' 판결로 본다. 조성철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교총) 대변인은 "교원의 생활지도권 행사를 사법적으로 뒷받침해주는 판결"이라며 "교원들로서는 소신을 가지고 생활지도를 해도 충분히 법적 보호를 받을 수 있겠다고 기대한다"고 밝혔다.

김동석 교총 교권본부장은 "담임 교체는 명문화된 징계도 아니면서 어떠한 징계보다 더 크게 교권과 교사의 직장 내 관계를 망가뜨리는 조치"라며 "이 같은 조치가 학부모의 자녀교육권이나 참여권이라는 이름으로 무분별하게 용인돼왔는데, 이번 판결이 경종을 울린 것으로 평가된다"고 밝혔다.

김 본부장은 "한 학부모의 요구로 사실상 문제가 없는 담임 교사가 교체돼 사안과 무관한 다수 학생들이 심리적 상처를 받는 상황을 방지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교육 사건 전문인 노윤호 변호사는 "'담임 교체는 최후의 수단'이라는 판단이 나온 것인 만큼 학부모님들이 선생님·학교 측과 소통하면서 다양한 교육 방법을 모색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했다.

다만 훈육과 아동학대의 경계를 정하기 위한 노력은 계속돼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대법원은 이번 판결에서 '다른 수단을 써보지도 않고 담임 교체를 요구하는 것은 부당하다'는 판단을 내놓았을 뿐이다. '레드카드 부과' '나머지 청소' 등 개별적인 (공개) 훈육이 정당한지 판단을 하지 않았다. 여전히 아동의 문제를 지적한 교사가 아동학대죄로 고소당할 수 있다.

노 변호사는 "공개 훈육이 어느 경우에 문제가 되고 안되는지에 관한 기준은 여전히 없다"며 "정부가 아동학대 인정·불인정 사례를 모아 배포함으로써 선생님과 학부모가 참고할 수 있게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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