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현일 법무법인 세종 변호사(오른쪽)가 9일 서울 중구 더플라자에서 열린 '제7회 대한민국 법무대상' 시상식에서 법률공익대상을 수상한 뒤 기념사진을 촬영하고 있다. 왼쪽은 이재환 한국사내변호사회 회장. /사진=이기범 기자 leekb@

신종 투자 방식으로 주목받는 조각투자 분야에서 작품 '호박(pumpkin)'은 단연코 인기다. 이런 투자가 투자계약증권으로 분류돼 규제의 벽에 부딪혔으나 활로를 찾았다. 투자계약증권 1호 신고 수리 사례 얘기다.

법무법인 세종 황현일 변호사는 9일 일본 유명 작가 쿠사마 야요이의 작품 '호박(pumpkin)'을 기초자산으로 미술품 조각투자 사업자 '열매컴퍼니'가 국내 첫 투자계약증권을 발행하게끔 자문 성과를 인정받아 '제7회 대한민국 법무대상' 자문대상을 받았다.

조각투자란 미술품, 음원 등 실물 자산이나 재산적 권리를 여러 투자자가 나눠 소유하고 거래하는 방식이다. 주로 젊은 세대 사이에서 선풍적 인기다. 하지만 2022년 11월 금융위원회 증권선물위원회(증선위)는 조각투자를 "투자계약증권"으로 판단해 규제를 강화했다. 투자계약증권의 경우 모집·매출하면서 증권신고서를 제출하지 않은 경우 과징금·과태료 부과 등 제재가 가능하다.

투자계약증권은 제도를 도입한 후로 한 번도 실제로 발행된 적이 없었다. 법도 모호했다. 소유권을 법적으로 보장하는 동시에 투자자를 보호하는 장치(도산절연, 예치금 외부 신탁, 투자자 피해 보상체계 등)가 모두 충족돼야 한다. 복잡한 요구를 만족시키기 위해 긴밀한 법적 자문이 요구됐다.

금융당국이 투자자 보호 등을 위해 제재 절차를 보류했을 때 세종이 나섰다. 세종은 보충성 요건, 즉 다른 형태의 증권을 발행해 공동사업을 운영할 수 있는지를 검토했다. 열매컴퍼니의 사업 모델이 다른 증권으로 대체 가능한지 여부를 살피기 위해서다.

먼저 이익참가부 사채 및 지분증권, 집합투자증권과 비교해 투자계약증권의 독자성을 입증했다. 이익참가부 사채 또는 지분증권은 기초자산 소유권이 투자자가 아니라 특수목적회사(SPC)에 귀속돼 투자계약증권의 기본 요건을 충족할 수 없다. 집합투자증권은 집합투자기구가 투자 대상을 소유하며, 투자계약증권과 달리 투자자들이 직접 기초자산 공유지분을 보유하지 않는다. 또한 투자계약을 통해 운영자의 권한을 제한하거나 공유자 합의에 따른 의사결정을 규정하는 방식도 집합투자증권으로 구현할 수 없다.

또 투자계약증권의 양도 시 기초자산 소유권(공유지분권)의 이전 방식을 어떻게 보장할 것인지도 쟁점이 됐다. 기초자산인 미술품은 "동산"에 해당하고 투자자들은 이를 발행인을 통해 간접점유해야 한다. 따라서 기초자산을 직접 점유하지 않기 때문에 관념적 점유 이전 방식을 활용한 법리 구성에 집중했다.

세종은 증권 양도 시 투자자가 발행인에게 증권의 양도 및 기초자산 공유지분권 양도에 따른 통지를 하도록 투자 계약상 의무를 규정했다. 투자계약증권 양도에 따른 변동 사항은 투자자 명부에 기재하고 이에 대해 사서인증을 받는 방식으로 공유지분권 입증 수단을 제공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그 결과 총 1만2320주(12억3200만원)를 모집했으며 청약 개시 1시간 만에 목표 금액인 12억3200만원을 달성했다. 모집총액을 6.5배 초과하는 72억원 규모의 청약을 유치하는 데 성공했다.

이번 자문은 투자계약증권의 법적 구조를 정립하는 데 있어 중요한 선례가 됐다는 평가를 받는다. 투자자 보호와 법적 안정성을 모두 충족하는 방안이 마련됐다는 점에서 주목받고 있다. 향후 해당 사례가 투자계약증권 시장 활성화의 초석이 될 것이란 기대를 받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