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원 양형위원회 위원장이 지난해 4월 29일 서울 서초구 대법원에서 열린 양형위원회 제131차 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사진=뉴시스

동물 학대와 성범죄, 사기 범죄에 대한 양형 기준이 더 높아졌다.

대법원 양형위원회는 제137차 회의를 열고 사기·성범죄 및 전자금융거래법 위반·동물보호법 위반 범죄에 적용할 양형 기준을 최종 의결해 확정했다고 25일 밝혔다. 새 양형 기준은 오는 7월1일 이후 재판에 넘겨진 사건부터 적용된다.

양형 기준은 판사들이 형량을 정하기 전 참고할 수 있는 기준이다. 반드시 따라야 할 의무는 없으나 법원조직법에 따라 판사가 양형 기준을 벗어난 판결을 할 경우 판결문에 그 이유를 반드시 적도록 하고 있다.

이번 의결로 동물보호법 위반죄의 양형 기준이 새로 생겼다. 이에 따라 동물을 죽였을 경우 최대 징역 1년~4년 또는 벌금 300만∼1200만원을 기본으로 권고한다. 죄질이 나쁜 요소가 많아 형량 가중 대상일 경우 징역 8개월~2년 또는 벌금 500만~2000만원까지 처할 수 있다.

동물을 학대하거나 다치게 할 경우 징역 2∼10개월 또는 벌금 100만∼1000만원까지 가능하다. 가중 처벌 요소가 많으면 징역 4개월~1년6개월 또는 벌금 300만~1500만원까지 권고된다.

양형위는 "동물복지와 동물의 생명권 등에 대한 국민의 관심과 인식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권고 형량 범위를 설정했다"고 밝혔다.

그간 사회적 비판 대상이 됐던 성범죄에 대한 '기습 공탁'에 대해서도 보완됐다. 양형위는 전체 성범죄 양형 기준의 참작 사유에서 '공탁 포함'이라는 문구를 삭제했다. 피고인들은 그간 피해자가 나중에 가져갈 수 있도록 법원에 돈을 맡기는 공탁 제도를 사용해왔는데, 일부는 피해자 의사와 상관없이 기습 공탁하고 감형을 노려 문제가 됐다.

양형위는 "공탁은 피해 복구 수단에 불과하나 '공탁 포함'이라는 문구로 인해 공탁만으로 당연히 감경 인자가 되는 것처럼 오인될 우려가 있다는 비판을 고려했다"고 설명했다.

성범죄 세부 양형 기준도 신설됐다. 지하철 등 공중밀집 장소에서 타인을 추행한 경우 징역 6개월∼1년의 형량을 기본으로 권고한다. 보호나 감독을 받는 이를 위계나 위력을 이용해 추행하면 징역 6개월∼1년을, 간음하면 징역 8개월∼1년 6개월에 처하도록 권한다.

사기 범죄의 경우 피해 금액이 5억원을 넘거나 죄질이 불량한 경우 권고 형량이 더 무거워졌다. 300억원 이상 조직적 사기 범죄에 대해선 최대 무기징역에 처할 수 있다.

형을 깎아주는데 참고하는 특별감경인자에서 △피해자가 단기간에 고수익을 얻으려고 한 경우 △보험계약에서 고지의무를 이행하지 않은 부작위의 기망행위를 한 경우 등의 문구도 삭제했다. 또 보이스피싱 매개가 되는 대포통장 거래 등 전자금융거래법 위반 범죄에 대해서도 권고 형량이 높아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