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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목영준 위원장 "수혜자 중심의 사회공헌…빚 갚는 중입니다"

[theL]"헌법재판소 현재가 아닌 미래를 보여줘야"

목영준 위원장은 지난 4일 서울 종로구 김앤장 사회공헌위원회 사무실에서 "김앤장만이 할 수 있는 공익활동을 한다는 원칙 속에서 많은 이들에게 혜택을 줄 수 있는 방법을 고민 중"이라고 말했다.


김앤장 사회공헌위원회는 2013년 5월 문을 열었다. 지난 2년7개월간의 성적표는 꽤 성공적이다. 영국의 법률전문매체 '후즈후리걸(Who's Who Legal)'의 사회공헌 분야 평가에서 3년째 세계 10대 로펌으로 선정됐다. 세계적으로 3년 연속 선정된 곳은 영국의 디엘에이 파이퍼(DLA Piper), 미국의 커크랜드앤드엘리스(Kirkland&Ellis), 오릭 헤링턴앤섯클리프(Orrick, Herrington&Sutcliffe) 등 4곳 뿐이다. 아시아 로펌으로는 유일하다.


목영준 전 헌법재판관(61·연수원 10기)은 지난 2013년부터 김앤장 사회공헌위원회 위원장을 맡아 김앤장의 공익 활동을 이끌고 있다.

◇"김앤장만이 할 수 있는 일을 한다"

변호사의 공익활동이라고 하면 무료변론이나 법률상담 등이 떠오른다. 하지만 목 위원장의 원칙은 확실하다. 김앤장만이 할 수 있는 일을 한다는 것. 이 목표 아래 다음과 같은 원칙을 세웠다. 개인보다 이해관계 그룹 전체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사건을 맡고, 단순한 금전 지원이 아닌 공동의 사업을 한다는 것이다.

"선택과 집중이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무료 변론 등은 다른 훌륭한 분들이 많이 하고 계시니 대형로펌이 할 수 있는 일을 하자는 게 저희 원칙이죠. 무엇보다 수혜자가 만족스러운 공헌을 하자는 것이 목표입니다"

이를 확실히 보여준 것이 개성공단 피해보상 사건이다. 정치적 이유로 개성공단이 폐쇄되면서 피해를 입은 중소기업을 위해 소속 변호사 10여명이 테스크포스(TF)를 만들어 지원했다. 2개월여의 작업 끝에 '개성공업지구 사업 중단으로 인한 투자기업 등 손실 보상에 관한 특별법'을 만들어냈다. 130여개의 입주 기업 모두에게 보상이 돌아갔다.

개인 소송을 맡지 않는다는 원칙을 생각하면 '이용대 배드민턴 선수 자격정지 사건'은 특수한 경우다. 지난 2014년 국제배드민턴연맹은 도핑검사 절차 위반을 이유로 이용대 선수에게 자격정지 1년의 징계를 내렸다. 아시안 게임을 8개월 앞둔 시점이었다. 김앤장 사회공헌위원회는 TF를 구성해 스포츠중재재판소에 항소했고, 연맹은 징계를 철회했다. 이 선수는 그해 아시안게임에 출전해 첫 금메달을 따냈다.

목 위원장은 사건 수임의 이유를 "김앤장만이 할 수 있는 사건이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국제스포츠연맹을 대상으로 해야하는 사건의 성격 상 국내외 법률 전문가들로 구성된 김앤장이 아니었다면 힘들지 않았겠느냐는 평가다.

◇"벤처창업자·교육 공백 청소년 위한 프로그램 구상 중"

지난해에는 해외 문화재 환수 복원 사업을 시작했다. 해외 문화재의 적법한 환수를 위해 소재국 담당기관과의 협상부터 법적 분쟁 대처를 위한 컨설팅까지 위원회가 맡았다. 그 첫 결과물로 미국 워싱턴DC의 옛 대한제국공사관이 전시관으로 탈바꿈하기 위한 리모델링에 들어갔다. 올해 말이면 문을 연다.

위원회 상근 구성원은 변호사 2명을 포함해 7명에 불과하다. 이들로 소화하기 힘든 분야는 사내 변호사들이 자발적으로 참여하는 TF를 만들어 지원한다. 바쁘기로 유명한 김앤장 변호사들이 돈 안되는 사회공헌활동에 과연 지원을 할까.

"기우였어요. 개성공단 프로젝트 때 사내 지원 공고를 내자 20분만에 30여명의 변호사들이 지원을 했어요. 조직원들에게 프로보노(무료법률서비스)에 대한 욕구는 항상 있더군요. 이들이 쉽게 참여할 수 있는 기회를 만들어주는게 저희의 역할이겠죠."

올해 중점을 두고 있는 분야는 교육이다. 지난해까지 다문화 여성과 중소상공인 벤처 창업인 교육, 청소년 영어교육 등을 진행했다. 올해는 이를 더 확대 집중할 계획이다.

"벤처 창업자들을 위한 법률·특허 교육 프로그램을 생각하고 있어요. 또 소아암 등 투병 과정에서 공백이 생긴 청소년들, 탈북 청소년에 대한 교육 프로그램을 준비 중입니다."

목 위원장이 처음 사회공헌에 관심을 갖게 된 것은 지난 2000년 열린법원위원회를 운영하면서다. 당시 장애인과 노인, 불우청소년 등을 지원하는 단체와 교류를 하며 사회공헌 활동에 눈을 돌리게 됐다. 지난 2013년에는 1억원 이상 기부자들의 모임인 이너소사이어티에 400번째 회원으로 이름을 올리기도 했다.

"항상 빚을 진 느낌이 들어요. 개인적으로 운이 좋아서 노력에 비해 엄청난 혜택을 받았는데, 내가 가진 혜택을 사회와 나눠야 할 것 같아요. 저 뿐만이 아니라 많은 사람들이 같은 생각을 할 거에요. 다만 방법을 모르는거죠. 언론의 적극적인 홍보가 필요한 부분이에요."


목영준 위원장은 지난 4일 서울 종로구 김앤장 사회공헌위원회 사무실에서 "헌재는 미래의 비전을 보여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BBK특검법 합헌 결정 고생…사형제·낙태법 남은 숙제"

헌법재판소(헌재)는 모든 법의 근간이 되는 헌법의 옳고 그름을 따진다. 그 결정의 파장 또한 일반 법원의 그것과 다를 수밖에 없다. 헌재의 결정에 따라 사회가 진일보하기도, 후퇴하기도 한다. 그 무게감이 다른 이유다.

목 위원장은 헌법재판관 시절 가장 기억에 남는 판결로 BBK특검법 합헌 결정, 외국인 산업연수생의 기본법을 제한한 근로기준법 위헌 결정, 재외국민선거권 제한 위헌 결정,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의한 선거운동 금지 위헌 결정 등을 꼽았다. 모두 화제를 넘어 사회를 바꾼 결정들이다.

'BBK특검법 사건'은 지난 2008년 한나라당 대통령 후보였던 이명박 당선자의 '주가조작 등 범죄혐의의 진상규명을 위한 특검검사의 임명 등에 관한 법률'에 대해 이 당선자의 측근이 헌법소원 심판을 청구한 사건이다. 당시 헌재가 합헌 결정을 내리면서 이 당선자를 수사할 수 있게 됐다. 당시 주심이었던 목 위원장은 "대통령 취임 전까지 사건을 끝내야 했기때문에 밤을 새며 13일만에 선고까지 마쳤다"며 가장 고생했던 사건으로 회고했다.

외국인 산업연수생에게 근로기준법의 일부 규정을 배제한 노동부 지침에 위헌 결정을 내린 일은 국내를 넘어 국외에까지 화제가 됐다. 당시 노동부는 외국인 산업연수생에게는 노동자의 기본권에 해당하는 퇴직금제도, 연차유급휴가, 임산부 보호 등 기본권을 적용하지 않았다. 헌재 결정은 이들도 기본권을 누릴 수 있는 근간을 만들었다.

일본군 위안부 문제 해결을 위해 노력하지 않고 정부가 방치한 것도 위헌이라고 판단했다. 당시 헌재는 "헌법과 한일협정 내용에 비춰 피해자의 배상청구권에 관해 양국 간 분쟁이 존재하는 경우 해결 절차로 나가는 것은 작위의무(적극적 행위를 할 의무)다. 국가가 이를 제대로 하지 않아 피해자의 기본권을 침해했다"고 판단했다. 정부가 내리지 못한 결단을 헌재가 판단해 줬다는 평가를 받았다.

6년. 누군가에게는 길지만 짧다면 짧은 시간이다. 아쉬움은 남는다. 그는 앞으로 바뀌어야 할 법으로 사형제와 낙태법을 말했다.

"당시 반대 의견을 내면서 아직까지도 해결이 안된 것이 사형제 폐지와 낙태법이에요. 헌재 판결과 국민 다수의 의견이 일치하지는 않아요. 일치해서도 안된다고 생각해요. 헌재는 비전을 제시해야 해요. 일반 재판과 헌법재판의 차이죠. 헌재는 사회가 미래에 나아가야 할 방향을 제시해줘야 해요. 지금이 아닌 미래를 봐야합니다."


[Who is?]

경기도 안성 출신으로 경기고를 졸업하고 서울대 법대에서 학사와 석사 학위를 받았다. 대학 재학 중인 1977년 사법시험(제19회)에 합격하고 1983년 인천지방법원 판사로 임기를 시작했다. 서울고등법원 판사(1991년), 서울지방법원 부장판사(2000년) 등을 거쳐 2006년 헌법재판소 재판관으로 부임했다. 헤이그 국제상설중재재판소 재판관(2006년)을 역임하는 등 국제중재 분야의 전문가로 손꼽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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