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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의 '차별금지법'…"동성애합법화 막아야 한다?"

[the L리포트][혐오를 담은 법-성소수자편]① 차별금지법은 어떻게 동성애법이 됐을까

편집자주이른바 혐오의 시대다. 혐오가 일상이 됐다. 남성과 여성은 서로를 '극혐'하고, 다수는 소수에 대한 혐오의 감정을 감추지 않는다. '공정과 평등'을 근거로 하는 법과 제도가 도리어 혐오를 인정하고, 혐오의 대상을 처벌하기도 한다. 다수의 소수를 향한 혐오는 법과 제도를 통해 차별을 당연하게 만들고, 그렇게 당연해진 차별은 혐오의 감정을 강화시킨다. 혐오에 따른 차별을 법과 제도가 합리화해주면, 차별은 무례와 죄가 아닌 상식이 된다. 21세기 다수의 혐오가 담긴 법과 제도를 짚어본다.

"차별금지법, 동성애법, 인권관련 법에 대해 여러분이 원하는 대로 당에서도 방침을 정하겠다"(김무성 새누리당 대표)
"차별금지법, 동성애법, 인권관련법 다 반대한다. 누가 이것을 찬성하겠나"(박영선 더불어민주당 비대위원)

지난달 29일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나라와 교회를 바로 세우기 위한 3당대표 초청 국회 기도회'에 양당 대표로 참석한 의원들이 '차별금지법'에 반대한다고 공개적으로 입장을 밝혔다. '테러방지법'을 두고 '필리버스터'가 한창일 때, 의외의 곳에서 여야가 한 목소리로 의견일치를 낸 셈이다. 이날 사회를 맡은 전광훈 목사는 "두 당대표가 항복 선언을 하신 것 같다"고 말했다.

이같은 사실이 알려지자 성소수자단체를 비롯한 시민단체들은 즉각 반발했다. 이들은 지난 3일 기자회견을 열고 "헌법에 명시된 국민의 평등권과 정교분리의 원칙, 국제인권법에 반하는 언행을 용인한다면 새누리당과 더불어민주당을 민주주의 국가의 공당이라 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차별금지법'. 이름이 말해주듯 '차별'을 '금지'하겠다는 것이 법의 취지다. 법안은 '모든 영역에서 차별을 금지해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 구현을 목적'으로 한다고 밝히고 있다. '차별'을 막자고 만들어진 이 법은 왜 빛을 보지 못하고 있을까.

2007년부터 발의·폐지 반복…'제자리걸음'

차별금지법을 둘러싼 논란이 수면 위로 떠오른 것은 지난 2007년 법무부가 법 제정을 예고하면서다. 당시 법무부는 '헌법의 평등 이념에 따라 성별,연령,인종,장애,종교,성적지향,학력 등을 이유로 한 차별을 금지하고 사회적 약자·소수자 인권보호를 통해 사회통합과 국가발전에 기여하기 위해서'라고 법 제정 이유를 설명했다.

입법예고안이 발표되자, 재계는 '학력'과 '병력'에 의한 차별금지 조항이 '자유로운 기업 활동을 막는다'는 이유로, 일부 기독교 단체들은 '성적지향'이 동성애를 허용하는 법안이라며 법안 반대 실력 행사에 나섰다. 결국 법무부는 '성적지향'을 비롯해 '병력''출신국가' 등을 삭제해 법안을 발의했다. 하지만 당시 17대 국회 임기가 끝나며 법안도 함께 사라졌다.

법을 만들기 위한 시도는 계속됐다. 그때마다 이를 무산시키기 위한 시도도 뒤따랐다. 2008년에는 노회찬 의원이 2011년에는 권영길 의원이 법안을 발의했지만, 역시나 국회임기만료로 폐기됐다.

지난 2013년에는 김한길 의원과 최원식 의원이 같은 이름의 '차별금지법안'을 발의했지만, 반대 여론에 밀려 결국 두 달만에 이를 철회했다. 지난달 차별금지법 반대 의견을 공식적으로 밝힌 박영선 의원은 김한길 의원 안에 공동발의자로 이름을 올리기도 했다.

현재 국회에 남아있는 법안은 김재연 전 통합진보당 의원이 발의한 법안이 유일하다. 이 법안은 19대 국회가 끝나면 자동으로 폐기된다.

'차별금지법'은 어떻게 '동성애허용법'이 됐을까

인터넷 포털 등에서 차별금지법을 검색하면 '동성애 반대', '동성애법' 등이 연관검색어로 나타난다. 여기에 논란의 핵심이 담겨있다. 법안을 반대하는 가장 큰 목소리는 '차별금지법'은 곧 '동성애허용법'이라는 주장이다.

김재연 의원이 발의해 국회 계류중인 '차별금지법안' 제3조는 차별의 범위를 '성별,장애,병력,나이,언어,출신국가,출신민족,인종,피부색,출신지역,출신학교,신체조건,혼인여부,임신·출산,가족형태·가족상황,종교,사상 ·정치적 의견,전과,성적지향,성별정체성,학력,고용형태,사회적 신분 등을 이유로 괴롭히거나 불리하게 대우하는 행위'로 정해놨다.

반대론자들은 차별의 범위에 '성적 지향'이 들어가 있는 점을 문제로 지적한다. "차별금지법은 곧 동성애를 조장하는 법"으로 판단하는 근거다. 관련 단체들은 각종 성명을 통해 "차별금지 대상에 성적 지향이 포함돼 있다. 이는 차별 금지를 넘어 동성애를 합법화시키고 기독교의 선교와 전도, 복음적 설교를 금지하는 기독교 금지법이 될 수 있다"며 "동성애는 인권이나 성소수자의 권리 문제가 아닌 질병"이라고 주장한다.

사실 이는 이미 존재하는 국가인권위원회법과 크게 다르지 않은 내용이다. 국가인권위원회법 제2조3호는 '평등권 침해의 차별행위'에 대해 '합리적 이유 없이 성별,종교,장애,나이,사회적신분,출신지역·국가·민족,신체조건,혼인여부,사상 또는 정치적 의견,전과,성적지향,학력,병력 등을 이유'로 부당하게 대우하는 행위를 들고 있다.

차별금지법이 이와 다른 점은 처벌 조항이 포함돼있다는 점이다. 차별금지법안에 따르면 차별을 당했을 경우 국가인권위에 법률구조를 신청할 수 있고, 국가인권위는 소송을 지원할 수 있다(제37조). 법원은 차별 행위가 악의적인 것으로 인정되면 재산상 손해액의 2~5배에 이르는 배상금을 지급하도록 결정할 수 있다(제39조). 또 차별을 받은 피해자가 이를 구제하는 과정에서 해고나 징계, 퇴학 등 조치를 받았다면, 2년 이하 징역 또는 1000만원 이하 벌금에 처하도록 한다(제43조)는 조항도 포함하고 있다.

차별금지법 제정을 반대하는 측은 "인권위법과 다르게 구체적인 처벌 조항이 포함돼있어 동성애를 반대하는 사람을 손쉽게 압박·제제할 수 있게 돼 건전한 성가치관을 가진 다수의 시민들의 인권이 심각한 위협을 당하게 된다"고 주장한다. 교회 내에서 '동성애 반대'를 주장할 경우 처벌을 받을 수 있다는 우려가 배경이 깔려있다.

벌칙조항인 제43조는 차별의 주체를 '사용인 및 임용권자, 교육기관의 장'등으로 보고 있다. 차별로 인한 해고, 징계, 퇴학 등 불이익을 당하지 않도록 하기위한 항목이다. 현재 논란은 기독교를 중심으로 이뤄지고 있지만, 사실 노동시장에서 사용자의 차별을 막기 위한 조치에 무게가 실려있다.

"유엔 포괄적 차별금지법 제정 권고…의지의 문제"


이들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포괄적 차별금지법 제정은 정부 과제다. 지난 해 11월 유엔 자유권위원회는 한국 정부에 '포괄적 차별금지법 제정, 성적지향 및 성별정체성을 이유로 한 차별금지'등을 권고하는 최종 심의서를 채택했다. 각 정부는 권고 사항이 어떻게 이행되고 있는지 1년 안에 유엔 자유권위원회에 보고해야 한다. 이에앞서 유엔 인권이사회는 지난 2013년에도 한국에 '포괄적 차별금지법' 제정을 권고한 바 있다. 이같은 국제사회의 권고에 따라 한국 정부는 지난 2008년부터 '차별금지법 제정을 검토하고있다'고 입장을 밝혀왔다.

지난해 12월17일 '제5회 유엔인권권고 분야별 이행사항 점검 심포지엄'에서 김태석 변호사는 "특정 사안에 대해 10년 가까이 연구와 검토, 국민적 합의 등을 이유로 이를 이행하지 않고 있는 것은 사실상 이를 이행하지 않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며 "권고이행을 위한 여론형성도 정부가 해야 할 조약상의 의무이기 때문에 장기간 불이행에 대한 면책은 될 수 없다"고 지적했다.

문제는 유엔 자유권위원회의 권고를 따르지 않더라도 '창피주기'외에 각국이 이행하도록 강제할 수 있는 별다른 방안이 없다는 점이다. 한가람 희망을 만드는 법 변호사는 "유엔 권고 이행은 유엔 내 국가 지위를 결정하는 중요한 요건이지만, 강제할 수 있는 방안은 없다"며 "국가의 수준을 드러내는 창피와 수치에 대한 문제"라고 말했다. 이어 "차별금지법은 동성애를 떠나 차별을 당한 사람들이 자신들이 당한 것이 차별이라는 것을 인식하고 구제받을 수 있다는 것을 알게 해준다는 점에서 더 의미가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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