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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성애 금지법?…군형법 두고 헌재는 '논란중'

[the L리포트][혐오를 담은 법-성소수자편]② 피해자도 처벌받는 애매모호한 법조항

편집자주이른바 혐오의 시대다. 혐오가 일상이 됐다. 남성과 여성은 서로를 '극혐'하고, 다수는 소수에 대한 혐오의 감정을 감추지 않는다. '공정과 평등'을 근거로 하는 법과 제도가 도리어 혐오를 인정하고, 혐오의 대상을 처벌하기도 한다. 다수의 소수를 향한 혐오는 법과 제도를 통해 차별을 당연하게 만들고, 그렇게 당연해진 차별은 혐오의 감정을 강화시킨다. 혐오에 따른 차별을 법과 제도가 합리화해주면, 차별은 무례와 죄가 아닌 상식이 된다. 21세기 다수의 혐오가 담긴 법과 제도를 짚어본다.
대한예수교장로회 총회 회원들은 지난달 15일 서울 헌법재판소 앞에서 군형법 92조6의 합헌 판결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너 게이지?"
민우(가명)씨는 행정병이었다. 직속상관인 장교 형민(가명)씨와 야근 중이던 민우씨는 형민씨의 질문에 몸이 굳었다. 형민씨는 민우씨에게 "동성애자면 익숙한 일 아니냐"며 구강성교를 요구했다. 계속되는 상관의 강요에 민우씨는 응할수 밖에 없었다. 민우씨는 고민 끝에 다른 지휘관에게 사실을 털어놨다. 민우씨는 지위를 이용한 협박에 강제 추행을 당한 피해자였지만 법원은 형민씨와 민우씨 모두를 처벌했다. 피해자인 민우씨까지 처벌을 받은 근거는 군형법 92조6 이었다.

군형법92조6은 대표적인 성소수자 차별 조항으로 꼽힌다. 지난 2012년 헌법재판소는 이에대한 대한 헌법소원 청구를 받고 판결을 앞두고 있다. 인권단체들은 '반인권 조항'이라고 지적하며 법안 폐지를 주장하고 있지만, 기독교 단체를 중심으로 유지해야 한다는 주장도 만만치 않다.

군형법 92조6을 아시나요?

군형법 92조6은 "항문성교나 그 밖의 추행을 한 사람은 2년 이하의 징역에 처한다"는 내용이다. 폭행이나 협박 등 강제력의 행사 없이 '항문성교'를 비롯핸 성적 접촉을 처벌할 수 있는 국내 유일한 법 조항이다. 민우씨가 피해자임에도 처벌을 받은 이유는 피해자와 가해자의 여부와 상관없이 '그런 행위가 있었다'는 이유만으로 처벌을 할 수 있는 조항이기 때문이다.

92조6에 대한 문제제기는 어제오늘 일은 아니다. 2002년과 2011년 헌법재판소는 이 조항에 합헌 결정을 내린 바 있다. 당시 2002년에는 9명 중 2명의 재판관이, 2011년에는 9명 중 4명의 재판관이 위헌의견을 내놨지만, 다수는 합헌 결정을 내렸다.

당시 헌재는 판결문에서 "젊은 남성 의무복무자들이 이성 간의 성적 욕구를 원활하게 해소할 방법이 없는 상대에서 장기간 폐쇄적인 단체생활을 해야 해 동성간 비정상적 성적 교접행위가 발생할 가능성이 높고, 구성원 간 반복과 분열을 초래, 군의 전투력 보존에 위해가 발생할 우려가 크다"고 합헌 결정 이유를 밝혔다.

소수 재판관들은 조항이 가진 모호성을 지적했다. 이들은 △폭행이나 협박이 없는 비강제에 의한 추행만을 처벌하는 것인지 △강제에 의한 추행도 처벌이 되는지 불분명 △이성간 성행위가 처벌 대상에 포함되는지 불분명 △행위의 정도가 모호해 행위자가 처벌받을 행위가 무엇인지 예견할 수 없고, 수사기관 등의 자의적 해석과 적용이 가능하다는 점을 들어 반대 의견을 밝혔다.

헌재는 지난 2012년 같은 조항에 대한 헌법소헌 청구를 받아 심사를 진행하고 있다.

"동성애 조장·허용"vs"성폭력 피해자 처벌하는 차별법"

헌재 인터넷 게시판은 요즘 때아닌 홍역을 치르고 있다. 하루에도 수십건씩 '동성애법을 허용해서는 안된다'는 글이 게시판을 도배하다시피 올라오고 있다. 헌재가 조만간 군형법 92조6항에 대한 결정을 내릴 것이라는 소문이 돌면서다. 이들의 주장은 하나로 모아진다. "군형법 92조6항 폐지는 곧 군대 내 동성애를 허용하는 것이다"

기독교를 중심으로 조항 폐지 반대를 주장하는 측은 "군대 내 동성애가 일상화되고 군 사기를 저해할 것"이라고 주장한다.

이용희 에스더기도운동 대표는 지난달 12일 '군 동성애 합법화 반대를 위한 긴급 좌담회'에서 "남북 대치 상황에서 군대 내 동성애 허용은 전투력 약화는 물론 국방 안보에 심각한 문제를 초래할 것"이라며 "나라를 지키러 입대한 아들이 상급자의 성적 노리개가된다면 가만 있을 부모가 어디 있겠느냐"고 말했다.

지난 1월에는 관련 단체들이 헌재 앞에서 집회를 갖고 "이 조항이 폐지되면 군대 안에서 동성 간 성행위를 해도 처벌할 수 없다"며 "군대 내 동성애를 허용하는 결정이 내려지면 시민 불복종운동을 초래할 것"이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조항이 위법하다고 주장하는 측은 "성폭행이나 강제추행에 대한 처벌은 이미 다른 조항에서 정해놨기 때문에 92조6은 불필요한 조항"이라고 주장한다.

실제 군형법에는 관련 범죄에 대한 처벌 규정을 두고 있다. 강간한 사람은 5년 이상 유기징역(92조), 유사강간 행위자는 3년 이상 유기징역(92조의2), 강제추행 한 사람은 1년이상 유기징역(92조의3) 등에 처하도록 하고 있다. 논란이 되는 92조6항이 없더라도 동성과 이성에 관계없이 강제적으로 성폭행 또는 추행 등 성범죄를 저질렀을 경우 처벌할 수 있다.

이경환 태평양 변호사는 "동성애자에 의한 동성간 성폭력을 처벌하는 규정이 아니라 군인들 사이 합의에 의한 성적 행위를 처벌하는 규정"이라며 "사실상 적용 사례도 거의 없다. 존재만으로 군대에서 동성애애 대한 편견과 혐오를 조장하는 근거가 돼 왔고, 동성애자 군인의 성적 자기결정권과 평등권을 침해했다"고 말했다.

이 변호사는 또 "국가인권위원회가 지난 2003년 실시한 '군대내 성폭력 실태조사'에 따르면 군대 내 남성간 성폭행에 대한 조사 사례 중 가해자가 동성애자인 경우는 한 건도 없었다"며 "오히려 가해자들은 자신이 동성애자로 취급받는 것이 억울하다며 강한 동성애혐오증을 보였다"고 지적했다.

이 변호사가 지난 2004년부터 2007년까지 4년간 육군에서 군형법상 추행죄가 적용된 176건의 사건을 분석한 결과 172건은 강제 추행에 해당하지만 가해자와 피해자간 합의로 처벌할 수가 없자, 군형법상 추행죄를 적용해 처벌한 것으로 나타났다. 합의에 의한 관계로 처벌은 받은 것은 4건으로, 모두 기소유예나 선고유예로 종결됐다.

유엔 인권위원회 "성소수자 차별 우려…폐지하라"

유엔 자유권위원회는 지난해 11월 "군형법 92조의6에 우려를 표한다"며 "한국정부는 성적 지향 및 성별정체성을 이유로 한 어떤 종류의 사회적 차별도 용납하지 않는다는 것을 공식적인 형태로 분명히 명시해야 한다. 군형법 제92조의6을 폐지"할 것을 권고했다. 유엔 자유권위원회의 권고를 받은 국가는 이행에 대한 관련 정보를 1년 안에 제공해야 한다.

유엔 등 인권단체들은 군형법 제92조6가 동성애에 대한 혐오를 담고 있다는 점을 문제로 지적한다. 이 변호사는 "구성원들에게 동성애는 비정상적, 변태적이며 혐오스럽고 금지돼야 할 것이라는 잘못된 인식을 형성하고 강화하는 것이 본질"이라고 봤다.

한가람 희망을 만드는 법 변호사는 "(법 조항에)군대에서는 동성애를 처벌하기 때문에 동성애는 나쁜 것이라는 인식이 담겨있다"며 "이 법을 통해 동성애 자체가 처벌의 대상이고 사회의 위협이 되는 행동이라는 것을 강조하고 싶은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보편적 인권의 관점에서 소수자들의 인권을 보호하고 누구나 인간의 존엄성을 가지고 살 수 있도록 하는 것이 국가의 가장 중요한 의무"라며 "정부와 정당에서는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다고 말하지만, 인권을 보장해야 한다는 사회적 합의는 이미 헌법에 나와있고 국제적 합의가 이뤄져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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