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 이세돌 9단이 15일 오후 인공지능 알파고와의 ‘구글 딥마인드 챌린지 매치’ 5번기 제5국을 마친 뒤 서울 광화문 포시즌스호텔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뉴스1 |
 |
| 박근혜 대통령이 17일 오후 청와대 충무실에서 열린 지능정보사회 민관합동 간담회에 참석해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이날 박 대통령은 "우리가 보유한 ICT 분야의 강점과 문화적 역량을 바탕으로 인공지능 중심의 4차 산업혁명에 능동적으로 대응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청와대 제공) /사진=뉴스1 |
구글의 알파고가 이세돌 9단과의 바둑대결에서 승리하면서 대중의 인공지능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가운데 특히 법조계에서는 '인공지능의 직역 대체가능성'에 대해 민감하게 받아들이고 있다. 법조영역이 알파고로 널리 알려진 '학습형 인공지능'이 적용되기에 가장 좋은 '지식형' 업무가 주를 이루는 분야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판·검사 등 사람 대체(代替)는 '무리'…보조 역할은 '긍정적'
특히 판사들은 검사나 변호사들보다 '대체(代替)가능성'에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 양쪽의 주장과 데이터를 수집해 판단을 내리는 판사 업무 방식이 '학습형 인공지능'의 판단 알고리즘 방식과 가장 유사하기 때문이다. 검사나 변호사는 '법적 근거'도 중요하지만 '주장'의 방향도 중요하기 때문에 판사보다는 대체가능성은 더 낮다고 평가되고 있다.
이에 대해 5년차 이내의 젊은 법조인들은 대체로 인공지능이 판사나 검사·변호사 등 '사람'을 대체하는 수준으로 적용되는 데에는 무리가 있다고 봤다. 보조역할이나 도구로의 이용가능성은 긍정적이지만 윤리문제 등이 선결과제라는 입장이다.
조하늘 법무법인 이보 변호사는 "인공지능이 법조인을 대체할 수 있다는 점은 매우 우려할 만하다"면서도 "현재 각종 변호사 업무를 돕는 판례검색, 논문 리서치, 관련 법령 검토, 손해배상 계산 프로그램 등을 잘 활용하는 것도 변호사의 큰 능력이기 때문에 이를 쉽게 전체적으로 알려주는 인공지능을 사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어 "활용가능한 수준의 인공지능이 개발됐는데도 이를 사용하지 않는다면 변호사업에서 도태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주장과 입증 방향까지 전부 판단을 하는 인공지능이라면 분명 변호사 존재 의미가 사라지는 것이기 때문에 이에 대해서는 반대하고 도구로 사용하는데 그쳐야 된다"며 "이는 법원이 자유심증주의를 유지하는 취지와 같다"고 봤다.
대형 로펌에 근무하는 A변호사도 같은 취지로 "변호사는 유리한 '사실'을 배치하고, 그에 따른 '주장'을 하는 직업인데 문서나 판례검색은 기계가 훨씬 뛰어날 것으로 생각되지만 사실배치나 주장은 좀 더 시간이 걸릴 것"이라 예상했다. 이어 "한동안 인공지능은 리서치나 형식적 문서 작성 정도의 보조 역할만 할 것 같고 그렇다면 그런 기계를 업무에 적극 사용하고 싶다"고 말했다.
박유빈 법무법인 온세상 변호사 역시 "데이터베이스를 바탕으로 최선의 결정을 내리는 로봇이 법률가를 대신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이지만 법률과 판례를 바탕으로 간단한 법률 상담이나 리서치를 대신하는 등의 업무로 일반인들이 변호사를 찾는 대신 손쉽게 법률 서비스를 받을 수 있게 되고, 법률가들 또한 업무에 많은 도움을 받을 수 있을 것"이라 내다봤다.
◇"보험·의료 등 특정분야 사건 처리에 도움될 것"
전문적인 특정 분야관련 사건에서 특히 활용도가 높을 것이란 전망도 많았다. 현지원 법무법인 도움 변호사는 "보험사건에서 기대여명 및 손해배상금액 산정이나 교통사고사건에서 과실비율 산정 등에 쓰일 수도 있다"고 봤다.
정승민 법무법인 일현 변호사는 "요즘에는 일반 시민들도 인터넷 등을 통해 의학이나 법학 관련 전문지식을 많이 습득해서 의사나 변호사들도 끊임없이 최신 의료지식이나 판례를 숙지하지 않으면 망신을 당할 수 있다"며 "알파고와 같은 인공지능이 자유롭게 활용될 수 있다면 전문분야 종사자들은 한층 더 긴장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변호사법 등 관련 법제 정비도 필요"
하 변호사는 "비(非)변호사가 그런 사업하는 경우에는 변호사법 위반이기 때문에 변호사 또는 법무법인이 그런 사업을 할 경우에는 어떻게 적용될 지 생각해 봐야 한다"며 "알고리즘 법률상담결과를 법적으로 어떻게 봐야 할 지 애매한 면이 있다"고 평가했다.
따라서 자율주행차량 관련 법제가 미비 상태인 것과 마찬가지로 인공지능 로펌이나 관련 프로그램이 나올 경우를 대비한 입법도 곧 대비해야할 문제라는 것이다. 특히 변호사법상 업무영역제한이 엄격한 부분에 대한 정비가 필요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경찰·검찰은 이미 컴퓨터 프로그램 적극 활용 中
전북 전주완산경찰서에서 근무하는 신종원 변호사는 "수사기관에서는 이미 지오프로스(GeoPros, 용의자의 거점을 중심으로 범죄 발생을 분석하는 프로그램), 마디모프로그램(MADYMO, 교통사고를 재연하여 사고 발생원인 등을 분석하는 프로그램) 등 컴퓨터 프로그램을 통한 수사기법을 활용하고 있다"며 "향후 용의자 데이터 분석을 통해 범죄를 예측하는 이른바 '미래범죄예측' 시스템도 개발된다고 하니 영화 '마이너리티리포트'가 이젠 상상속 이야기만이 아닌 시대가 온 것 같다"고 평가했다.
신 변호사는 "이외에도 통신자료 분석이나 톨게이트 차량이동 경로 예측 등에도 이미 쓰이고 있지만 범인 검거에는 발로 뛰고 직감으로 추적하는 '인간 형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검찰도 이미 PGS(Prosecutorial Guideline System)라는 프로그램을 2008년 도입해 활용하고 있다. 수백만건의 법원 판결을 분석해 피고인 전과, 피해액수 등 양형인자를 입력하고 평균치를 산출해 적절한 구형량을 정하는 방식이다.
<저작권자 © ‘돈이 보이는 리얼타임 뉴스’ 머니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