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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절한 판례氏] 납치범의 인질 살해…"국가도 배상 책임"

[the L] 경찰이 취해야 할 조치를 취하지 않아 납치 피해자가 살해당한 경우 국가에게 30% 책임 인정


경찰이 당연히 해야 할 대처를 취하지 않아 납치범이 자신이 잡고 있던 인질을 살해한 경우 국가에게 배상책임이 있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2010년 발생한 대구 여대생 납치 살해 사건으로 알려진 이 사건에서 범인 A씨는 여대생이었던 피해자 B씨를 납치했다. 그 후 B씨의 가족들에게 전화해 몸값 6000만원을 요구했다. 경찰은 신고를 받고 휴대전화에 대한 위치추적 등을 통해 용의자가 특정 차량을 운전하고 다니는 것으로 추정할 수 있었다.

경찰관들은 의심스러운 차를 발견하고 미행했다. 그 차는 실제로 A씨가 운전하고 있었다. 차가 멈추자 경찰관들은 그 차에 다가가 검문을 실시하려 했다. 그런데 A씨는 경찰관들이 무전기 또는 수첩으로 보이는 검은색 물건을 들고 차량에서 내리는 것을 보고 순간적으로 형사라는 사실을 직감하고 반대 방향으로 도망쳤다. 경찰관들이 검문 전에 미리 도주로를 차단하거나 지원을 요청하는 등의 대처를 취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무사히 달아나는데 성공한 A씨는 인질을 살해하고 사체를 유기했다. 수사망이 좁혀오자 더 이상 자신을 알고 있는 피해자를 살려둘 수 없다고 생각한 것이다. A씨는 인질을 살해한 다음날 경찰에 체포됐다. 이 일로 경찰은 부실수사의 책임을 물어 7명을 경징계했고 4명을 징계했다. 이러한 사실을 알게 된 피해자의 유족은 A씨와 정부를 상대로 소송을 냈다.

대법원 민사1부(주심 김소영 대법관)은 2010년 발생한 '대구 여대생 납치 살해 사건'의 피해자 유족들이 국가와 범인 A씨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청구소송에서 국가의 책임 비율을 30%로 판단한 원심을 확정했다. (2013다20427 판결)

재판부는 "범인이 운전하는 것으로 의심되는 승용차를 발견하고 검문하려는 과정에서 경찰관들이 도주 위험에 대하여 최소한의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면서 "국가와 범인 A씨는 경찰관들의 직무 집행 상 과실로 피해자와 유족이 입은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고 판결했다.

재판부가 경찰의 수사 과정이 위법하다고 판단하게 된 기준은 △ 피해자에게 발생한 피해의 심각성과 절박한 정도 △ 그 상황에서 요구되는 경찰관의 초동조치와 주의의무의 정도 △ 추가적 범행의 발생에 대한 예견 가능성 등이다. 이에 따라 대법원은 이번 사건에서 경찰의 조치는 현저하게 불합리한 것으로 위법하다고 봤다. 납치 사건에 대한 수사를 하면서 용의자의 차량을 검문할 때는 도주로를 차단하고 추가 지원을 요청하는 등의 최소한의 조치가 필요하다고 본 것이다.

다만 국가의 책임 비율에 대해서 대법원은 "책임 감경 사유에 관한 사실 인정이나 그 비율을 정하는 것은 형평의 원칙에 비춰 현저히 불합리하다고 인정되지 않는 한 사실심(1심과 2심)의 전권사항에 속한다"면서 원심을 그대로 인정했다. 이 사건에서 대법원은 2심에서 정한 국가의 책임 비율 30%가 현저히 불합리하지 않다고 본 것이다.


우리나라는 3심제를 채택하고 있다. 이 중 1심과 2심은 사실문제와 법률문제 모두를 다루는 사실심이라고 하고 3심은 단순히 법률문제에 대에서만 심판할 수 있는 경우로 법률심이라고 한다. 대법원은 법률심에 해당한다. 따라서 국가의 책임 비율에 관한 문제는 현저히 불합리한 경우에만 대법원에서 다르게 판단할 수 있지만 이 사건은 그렇지 않다고 본 것이다.

◇ 판결팁= 경찰의 부실 수사나 부족한 대처 때문에 납치당한 피해자가 살해되는 피해를 입은 경우 국가도 피해자와 유족이 입은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 이 때 경찰이 잘못된 대처를 했다고 판단하는 기준은 △ 피해자에게 발생한 피해의 심각성과 절박한 정도 △ 그 상황에서 요구되는 경찰관의 초동조치와 주의의무의 정도 △ 추가적 범행의 발생에 대한 예견 가능성 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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