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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칼럼]'퇴근 후 카톡금지법'의 문제점들

[the L]

퇴근 후 '카톡금지법'이 발의돼 뜨거운 논쟁이 벌어지고 있다. 직장인들은 대체로 환영하는 입장이겠지만 이 법안은 다음과 같은 문제가 지적될 수 있다.


첫째, 법치주의와 법률 만능주의를 구별해야 한다.


법치주의는 단순히 법으로 세상을 다스리겠다는 것이 아니다. 국가권력의 남용으로부터 국민의 기본권을 지키겠다는 것이다. 즉, 명확하게 규정된 법에 의해 국가권력을 제한하고 통제함으로써 통치자의 자의에 의한 지배를 막는다는 뜻이다.


법률 만능주의는 이와 다르다. 어떤 문제든 법률로써 해결할 수 있다는 믿음이다. 법률 만능주의는 법치주의를 해할 수 있다. 법답지 않은 법이 넘쳐나면 국민은 그런 법을 등에 업은 국가권력으로부터 여러 기본권을 침해당한다.


카톡 금지조항은 법률 만능주의에 가깝다. 국민들의 자생적 질서를 존중하기보다는 법에 의한 강압적 규제를 우선시하기 때문이다. 시민의식의 각성에 의해 해결할 수 있는 문제들을 모조리 법에 떠넘기다 보면 생각치 못한 부작용이 발생한다. 그리고 그 부작용을 해결하기 위해서 또 새로운 법이 필요할 것이다.


법적으로 죄가 되지 않는다면, 윤리적 도덕적으로도 깨끗하다고 오해하는 풍조가 확산될 수 있다. 2015년 헌법재판소가 간통죄를 위헌결정한 것도 사적 영역에 대한 국가의 간섭과 규제를 최대한 자제하고 개인의 결정에 맡기자는 취지였다. 공권력의 간섭은 적을수록 좋다.


둘째, 이 조항의 필요성에 대한 근거도 미약하다. 근로자들이 퇴근 전, 후를 불문하고 '항상 연결(Online)' 상태로 있는 경우가 많다.


'메신저 강박증'을 호소하는 근로자가 늘어난다, '야간과 휴일에 직장에 나오거나 집에서도 업무를 처리해야 하는 사례가 늘어난다' 등의 설명만으로는 부족하다. 노동의 현장에는 이보다 훨씬 심각하면서도 주목받지 못하는 문제들이 널려 있다.


여러 언론이 이 법안과 함께 언급하고 있는 한국노동연구원이 남녀 임금노동자 2402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응답자 10명 중 7명꼴로 "업무시간 이외 또는 휴일에 스마트기기를 이용해 업무를 수행한 경험이 있다"는 내용도 마찬가지다. '경험이 있다'는 것과 그런 일을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얼마나 자주 겪는지는 별개의 문제다. 조사의 대상과 방법의 신뢰성도 검증되지 않았다.


셋째, 해외에서도 이런 조항은 드물다. 일부가 제시하는 독일과 프랑스의 사례도 '퇴근 후 카톡 금지조항'과는 상당히 다르다.


독일의 이른바 '안티스트레스 법안'은 '근무시간과 휴게시간을 명확히 구분하고 주말을 충분히 보장'하자는 내용으로서 아직 제안수준에 머무르고 있다. 프랑스 노동법전에 '근무시간 이외에 호출할 경우 15일 전에 일자와 시간을 통지하라'는 조항도 우리 현실과 맞지 않는다. 프랑스는 우리와 다르다. 프랑스의 사용자는 노동자에게 법정근로시간을 초과해서 근무할 것을 요구할 수 있으며, 노동자는 이런 초과근무 요구를 거부할 수 없다. 거부할 때는 해고 사유가 된다.


넷째, 이 조항의 실효성도 상당히 의심스럽다. 퇴근 후 연락하는 사용자에게 적절한 처벌수위는 어느 정도인가?


그런 처벌을 위해서 사용자를 신고할 노동자는 얼마나 될까? 자칫 노동자의 불이익으로 돌아오지는 않을까? 우리 노동법에는 이 조항보다 훨씬 중요하고 개정이 시급한 조항들이 무수히 많다. 예를 들면, 부당해고자에 대한 구제가 그렇다. 퇴근 후 카톡 금지조항이 노동법의 더 중요한 다른 이슈들을 외면 받게 만들고 노동법 자체를 희화화 하는 것은 아닌지 우려된다.


다섯째, 사용자라고 해서 모두가 강자는 아니다. 노동자 중에도 법을 악용해 수시로 사용자를 골탕 먹이거나 금전을 편취하는 이들이 있다. 소규모 사업장을 운영하면서 종업원 때문에 심한 속앓이를 해보지 않은 사장님도 드물다.


소규모 사업장은 그 특성상 ‘업무에 관한 지시’를 그렇지 않은 것과 구별하기가 더 어렵다. 이들에게 근로시간 이외에 연락을 금지하고 처벌까지 한다면 또 다른 사회문제가 속출할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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