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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 몰랐던 27년전 여권때문에"…1년째 '구금'중

[the L리포트]법무부와 진실공방…법원 판결 없이 장기 구금 '아니면 말고'?


1989년 정부 초청으로 한국을 방문한 A씨와 가족들.
2016년 7월28일로 1년이 됐다. 올해로 만64세가 된 A씨가 화성외국인보호소에 갇혀 생활한 지. 화성외국인보호소는 출입국관리법을 위반한 외국인이 강제출국되기 전 머무르는 기관이다. A씨는 지난해 7월29일 법무부로부터 '강제퇴거명령 및 보호명령'을 받고 곧바로 이곳으로 옮겨졌다. 이유는 '위명여권'을 사용했다는 것. 위명여권은 국가가 정상적으로 발급했지만 이름과 생년월일 등 인적정보가 사실과 다른 여권을 말한다. 위명여권으로 국내에 입국한 외국인은 '신원불일치자'로 강제출국 대상자다.

법무부가 A씨의 여권을 위명여권으로 판단한 이유는 1989년 입국 기록과 현재 여권의 생일이 다르기 때문이다. 법무부 출입국 기록에 따르면 A씨의 1989년 입국기록에는 생일이 1952년 '11월' 25일로 돼있지만, 현재 사용하고 있는 여권에는 1952년 '1월' 25일로 돼있다.

A씨는 '내 여권은 위명여권이 아니다'며 법무부를 상대로 소송 중이다. 위명여권 여부는 실제와 여권상의 인적사항 등 기록에 따라 판명된다. 명백한 판단이 가능하다. 그런데 이 기록의 진위여부를 두고 A씨는 왜 1년째 한 발자국도 밖으로 나갈 수 없는 외국인보호소에 갇혀 법원 판결을 기다리고 있을까.

"1989년 한국 정부 초청으로 첫 한국행…2007년 재입국"

A씨가 처음 한국을 방문한 것은 27년 전이다.

"엄마가 19살 때 중국에 오면서 한국 가족들과 연락이 다 끊겼어요. 그러다 1989년에 외삼촌이 대한적십자사를 통해 엄마를 찾으면서 정부초청으로 한국에 처음 오게됐죠."

한국인인 A씨의 친모는 일제강점기 남편을 따라 중국으로 이주했다. 1989년 친모가 한국을 떠난지 45년 만에 A씨의 외삼촌에게 연락이 왔다. 당시 정부가 중국 거주 동포들의 고국방문 절차를 간소화하고 동포초청 체육회를 개최하는 등 중국 동포들의 정부초청 방문이 늘던 때다. 중국 흑룡강성의 한 병원에서 의사로 일하던 A씨는 1990년 동생과 함께 한국에 한 번 더 방문한 이후 중국 밖으로 나가본 적이 없었다.

"2004년에 남편이 암으로 죽고, 외아들도 캐나다에 살러 가면서 혼자 남게 됐어요. 은퇴해서 일도 안하고 있을 때라 친척이 있는 한국에 가봐야겠다고 생각해 비자를 신청했죠."

A씨가 한국에 온 2007년 한국은 중국동포 방문취업제를 도입했다. 친척의 초청이 있으면 전보다 쉽게 한국에 올 수 있었다. 주선양대한민국총영사관에 1989년 한국 방문 당시 외삼촌과 한국에서 찍은 사진 등을 제출해 방문취업 비자를 받았다.

"처음에는 한국에 살려고 온건 아니었어요. 친언니가 살고있는 미국에도 가봤는데 말도 문화도 다르니 답답해서 살지는 못하겠더라고요. 한국은 말도 통하고 중국에 없는 예쁜 물건들도 많고 음식도 믿을 수 있잖아요. 그래서 한국으로 다시 돌아왔어요."

A씨는 2014년 한국에 영주권을 신청했다.

"영주권 신청서를 제출했더니 출입국관리소 직원이 '다른 이름으로 한국에 온 적이 있느냐'고 물어봤어요. 1989년에 한국에 온 적이 있다고 했더니 증거를 제출하라고 해서, 2007년 한국 비자를 신청할 때 제출했던 사진을 제출하겠다고 했어요."

두번째 영주권 심사를 받던 날, 심사 담당자가 1989년 여권의 생일과 지금 여권의 생일이 다르다는 이야기를 했다. 1989년 발급받은 여권에는 '1952년11월25일'로 생일이 적혀있는데, 2007년 발급받은 여권에는 '1952년1월25일'로 적혀있다고 했다.

"그때 처음 여권의 생일이 다르다는 얘기를 들었어요. 하지만 7년동안 한국에 살면서 미국을 오갈 때도 문제가 없었던데다 외삼촌과 유전자 검사 자료, 2007년 방문 사진자료, 중국 거(주)민신분증, 의사자격증명서 등을 제출해서 확인이 될테니 문제가 될 거라고 생각하지 않았죠."

"인터뷰라고 했는데…갑자기 끌려온 외국인보호소"

그리고 세번째 심사를 받으러 오라는 연락을 받고 서울남부출입국관리사무소에 갔다. 2015년 7월29일이다. 그 전과 다르게 조사과로 오라고 해 이유를 물어봤더니 담당자는 '인터뷰를 해야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담당자는 이것저것 물어보다가, 종이를 주며 불러주는데로 받아 적으라고 했다.

"'1989년에 한국에 왔었다'는 내용이었는데, 시키는데로 불러주는 말을 받아 적었어요. 그런데 받아적고 나니 그때부터 담당자의 태도와 말투가 변하더라고요. 반말을 하며 열손가락의 지문을 찍고, 옷을 주며 갈아입으라고 했어요. 지문을 찍는 건 범죄자들에게 하는 거잖아요. 그래서 왜 그러냐고 물어봤더니 '좀 있으면 알게 될 거야'라고 소리를 질렀어요. 옷을 갈아입고 났더니 창살이 있는 방에 가뒀어요. 이 때까지도 무슨 일인지 몰랐어요."

불러주는대로 받아적은 내용은 '자필 진술서'가 됐다. 소식을 들은 외삼촌이 그날 서울남부출입국관리사무소에 찾아가 신원보증을 하겠다며 면회를 요청했지만 만나지 못했다는 이야기는 나중에 들었다.

그날 오후 3시쯤 화성외국인보호소에 도착했다. 서울남부출입국관리사무소에 도착한 것이 10시였으니 5시간만이다. A씨는 그날부터 이곳에 머무르고 있다. 해가 바뀌어 다시 여름이 됐다. 재판때문에 법원에 갈 때 말고는 한 걸음도 밖으로 나가지 못했다.

"아무 준비도 없이 와서, 집과 짐은 외삼촌에게 부탁해 정리했어요. 전화를 하려면 전화카드도 사야 했는데 돈이 없었으면 친척들에게 연락도 못할 뻔했어요."

외국인보호소에 들어갈 때 휴대전화, 옷과 신발 등 개인 물품은 압수당한다. 대신 계절별로 보호소용 제복 1벌, 슬리퍼 등 지급받은 의복을 착용해야 한다. 외국인보호규칙은 보호소에서 생활하는 동안 '보호시설용 의류, 필기구, 책과 편지, 가족사진, 화장품, 안경 등 의료용 신체보조기구'의 물품을 소지할 수 있다고 정해놨다. 이외에는 허가를 받아야 한다.  

"27년 전 중국 정부가 실수한 것"VS"오기가능성 있지만 여권 정보 다르니 불법"

A씨는 "1989년은 중국이 여권전산시스템을 도입하기 전이라서 관련 업무는 모두 손으로 직접 써야 했는데 이 과정에서 담당자가 잘못 적어서 일어난 일"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1989년 당시 중국 거주민증과 2007년 여권을 발급받을 때 사용한 거주민증 모두 생일이 '1월25일'로 돼 있다는 것을 증거로 제시했다. 1989년 해외여행이 자유롭지 않았던 중국은 한국 비자를 발급받은 것이 확인되고 난 후에야 여권을 발급해줬다. 한국 비자가 없었다면 중국 여권을 발급받을 수조차 없던 시절이다.

"사실 1989년 여권에 생일이 어떻게 적혀 있었는지 기억도 안나요. 정부가 발급해준대로 사용했을 뿐이에요. 당시 여권은 만료되서 폐기했고요. 지금 그 여권이 없으니 실제 어떻게 적혀있는지 확인할 수도 없어요."

법무부 서울남부출입국관리사무소 측은 "조사과 조사 결과 신원불일치자로 확인돼 신병 인계된 자로 A씨의 자술서, 출입국관련자료 등을 고려해 볼 때 신원불일치자임이 명백하다"며 "과거의 여권과 현재의 여권 모두 적법하게 발급받았어야 했는데 두 여권의 정보가 다르기 때문에 둘 중 하나는 위명여권"이라며 강제퇴거명령에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출입국관리법에 따르면 '외국인이 입국할 때에는 유효한 여권과 법무부장관이 발급한 사증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제7조)'. '거짓으로 사증 또는 사증발급인정서를 신청'(제7조의2)하면 안되고, '7조를 위반한 경우 강제퇴거 대상'이 된다(제46조). 위명여권으로 입국한 사실이 확인돼 강제출국을 당하면 10년간 입국이 금지된다.

법무부 출입국관리소 측은 중국 정부가 여권에 생일을 잘못 적은 것이라는 A씨의 주장에 대해서는 "중국 여권법에 따르면 인적사항이 변경될 경우 이를 여권에 기재하도록 하고 있는데 A씨의 여권에는 정정됐다는 표시가 없다"며 "만약 2007년 비자를 받을 때 과거 입국 사실을 밝혔다면 비자를 받지 못했을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A씨 측은 "과거 여권에 오기가 있었다는 사실 조차 몰랐기때문에 정정요청을 하지 못한 것"이라며 "2007년 비자를 발급받을 때 1989년 입국했던 사진을 제출해 과거 입국 사실을 밝혔다"고 반박했다. A씨에게 자문을 한 중국 변호사는 "80년대 중국은 외국과 교류가 엄격히 통제됐기때문에 출입국허가를 받은 국민에게만 여권 등을 발급했고, 여권을 위조하기도 힘들었다"며 "거주민증 등 기록을 보면 현재 여권 정보가 맞는 것으로 보인다. 당시 중국 행정 상황을 고려해보면 1989년 만들어진 여권의 오기가능성은 충분하다"고 봤다.

법무부 "위명여권 여부 판단 법원이 할 것"

여권의 진위 여부를 가리기 위해서는 중국 정부의 확인이 필요하다. A씨는 강제퇴거명령을 받자 중국 대사관측에 사실관계를 입증해달라고 요청했지만 "중국 정부는 공식적으로 개인의 신원 확인을 해주지 않는다"는 답만 들었다. 확인이 어렵기는 법무부도 마찬가지다. 법무부 관계자는 "중국 정부에 위명여권과 관련해 공문을 보내도 답이 오는 경우가 거의 없어서 확인이 힘들다"고 말했다.

사실 위명여권은 법무부 입장에서 민감한 문제다. 1992년 한중수교 이후 중국 동포들이 한국에 산업연수생 등으로 들어오기 위해 나이를 늘리거나 줄여 여권을 발급받는 경우가 많았다. 문제는 위명여권으로 입국해 범죄를 저지르거나, 범죄 전력을 속이기 위해 위명여권을 만들어 재입국을 시도하는 경우 관리가 어렵다는 점이다. 법무부 관계자는 "중국 국적 입국자 중 위명여권을 사용한 사례가 많다"며 "위명여권을 사용하면 과거 출입국이나 범죄 기록 등이 전혀 확인이 안돼 엄격하게 대처하고 있다"고 말했다.

중국 정부의 협조 없이는 27년 전 여권의 오기 여부를 확인하기는 힘들다. 당시 여권은 이미 폐기처분됐기 때문에 실제 여권에 오기가 있었는지도 확인할 수 없다. 확인할 수 있는 것은 법무부의 출입국관리기록뿐이다. 법무부 관계자는 "물론 정말 오기일 가능성도 있다"면서 "결국 법원이 판단할 일이다. 잘못된 것이 있다면 법원이 바로 잡을 것"이라고 말했다.

기간 제한도 없는 구금…법원 판결 없이 정당한가 '논란'

결국 A씨의 여권이 '위명여권'인지 여부는 법원의 결정에 달렸다. A씨가 위명여권을 사용했는지, 여권을 발급해 준 중국 정부의 실수때문인지 알 수 없지만, A씨는 이미 구금 중이다. 법률 전문가들은 위명여권의 진위 여부에 앞서, 법원 판결도 없이 행정부 권한으로 외국인을 장기 구금하는 것이 정당하느냐는 점을 지적했다. 현재 외국인보호소 구금 여부는 판사가 아닌 출입국관리소 직원이 결정한다. 당사자가 결정에 문제가 있다며 소송을 제기하더라도 법원 판결이 나오기 전까지 외국인보호소에 구금된다. 

이주민지원공익센터 '감사와 동행'의 고지운 변호사는 "외국인보호소는 인신 구속의 성격이 있기 때문에 절차와 내용의 타당성을 판단할 수 있는 객관적인 절차를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지난해 대한변호사협회(대한변협) 또한 '외국인보호소 실태조사 결과 보고서'에서 "외국인보호소의 보호는 사실상 구금"이라며 "법관이 보호(구금)의 적법성과 적정성을 판단해야 한다"고 밝혔다.

구금 기간에 제한이 없는 점도 문제다. 대한변협의 '외국인보호소 실태조사 결과 보고서'에 따르면 뉴질랜드는 최대 96시간까지 영장없이 외국인을 구금할 수 있고, 이후 법원의 심사를 거쳐 특별한 사유가 없다면 6개월 이상 구금할 수 없도록 하고 있다. 독일의 경우 12개월 이상 외국인을 강제구금할 수 없도록 하고 있다. 물론 구금 여부는 판사가 결정한다.

법원이 A씨의 손을 들어주면, A씨는 이유없이 1년 넘는 시간을 외국인보호소에 갇혀지낸 것이 된다. 올해로 만64세인 A씨는 16명이 함께 쓰는 방에서 수면제 없이는 잠을 잘 수 없고, 지병인 위염을 앓고 있지만 제대로 약을 먹을 수 없는 점이 힘들다고 토로했다. 일주일에 이틀 30분으로 정해진 운동시간 외에는 건물 밖으로 나갈 수도 없다. 한 번은 40도까지 열이 올라 쓰러지기도 했다.

"건강이 제일 걱정이에요. 억울해서 소송을 시작하기는 했는데 이렇게 길어질 줄 몰랐죠. 끝까지 할 수 있을지 사실 잘 모르겠어요. 여기서 나가면 혼자서 살아야 하는데, 더 지내다가 건강까지 상하고 나면 중국이든 한국이든 더 힘들어지잖아요. 억울함만이라도 풀었으면 좋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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