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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누진제 개편안 아닌 전면수정 필요, 부당수익 환급해야"

[the L][인터뷰]전기료 누진제 소송 대리하는 곽상언 변호사(법무법인 인강)

곽상언 대표변호사(법무법인 인강) / 사진=황국상기자

"전기료 누진제를 완화한다는 것은 그간 6대를 때리던 것을 몇 대 덜 때리겠다고 인심을 쓰는 것에 다름 아닙니다. 전 세계적으로 유례없는 불공정약관으로 대다수 국민에게 비싼 요금을 사시사철 24시간 부과한 행위가 무효로 선언돼야 합니다. 향후에도 이같은 위법한 약관이 사용돼선 안됩니다."

기록적인 폭염으로 최근 전국민적 관심을 받고 있는 전기료 누진제 소송을 대리하고 있는 법무법인 인강의 곽상언 변호사(사진)는 "누진제 규정의 무효화와 합리적인 전기료 시스템의 구축은 적폐해소, '비정상의 정상화' 차원에서 꼭 진행돼야 할 것"이라며 "한국전력이 그간 거둬들인 수익을 국민에게 돌려 주는는 것은 가처분소득을 늘리는 효과가 있기 때문에 소비진작, 경제활성화에도 기여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정부와 여당이 가정용 누진제 개편을 검토하기로 한 것에 대해 "이미 전체 6단계 누진단계가 적용되고 있는데 국민 평균 전기사용량은 4단계에 육박하고 있다"며 "누진체계를 비롯한 전기료 부과체계 자체에 대한 개편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2014년 8월 처음 제기된 전기료 누진제와 관련한 첫 번째 소송(2014년 8월4일자, [단독]"주택용 전기료 '폭탄', 누진제 부당하다" 첫 집단소송)의 1심판결은 이제 한달여 앞으로 다가왔다. 선고기일이 연기된 것도 벌써 세 차례로, 이번이 네 번째로 잡힌 날짜다. 

곽 변호사가 전기료 부과체계에 관심을 기울였던 것은 2012년 건강악화로 집에 오래 머무른 때였다고 한다. 마침 셋째 자녀의 출산으로 가정에서의 전기사용도 늘었다. 갑자기 폭증한 전기료 청구서를 보고 전기료 부과체계와 근거에 대한 연구에 착수했다. 2년여 기간의 스터디 끝에 20명의 원고를 모아 집단소송에 착수한 게 2년 전이다. 유사한 소송이 현재 전국 각지에서 7건이 진행되고 있다.

기록적 폭염이 이어지면서 소송참가자의 수도 기하급수적으로 급증했다. 이달 6일까지만 해도 소송참가 세대수는 700세대에 불과했으나 12일 기준으로는 1만2700여세대로 20배 가까이 늘었다. 최근 하루 접수되는 건만 해도 수천 세대에 달한다.

전기요금은 사용처에 따라 주택용 산업용 교육용 농사용 등 6종으로 구분된다. 이 중 주택용 전기료에 대해서만 누진제가 적용된다. 한국전력공사는 합리적 수요관리를 이유로 주택용 전기에만 누진제를 적용해왔다. 나머지 7종의 전기에 대해서는 계절별·시간대별 차등요금제를 통해 수요를 관리하고 있다. 비싼 요금을 물더라도 "내가 전기를 낭비했다"는 죄책감을 주는 제도가 바로 누진제라고 곽 변호사는 말했다.

곽 변호사는 "국내 전체 전기소비량에서 가정용 전기판매량이 차지하는 비중은 13%대에 불과하고 산업용 전기의 비중이 55%에 달한다"며 "OECD(경제협력개발기구)의 주택용 전기판매량 비중 평균치가 33%라는 점을 감안하면 이미 우리 국민들은 전기를 아껴쓰고 있었음에도 부당한 누진제 약관으로 인해 비싼 전기료를 물어왔던 것"이라고 지적했다.

국내에서 독점적으로 전기를 생산하는 한국전력의 특성상 일반 국민들은 한전 측이 제시하는 전기료 규정에 불만을 갖더라도 다른 선택의 여지가 없다. 울며 겨자먹기로 전기사용량에 따라 11.7배(한전 측 주장)에서 최대 32배(원고 측 주장)에 달하는 전기료를 내야 했다. 주택용 전기사용자가 누진제를 회피할 가능성은 전혀 없다.

전기료 약관이 변경돼 더 많은 요금을 내야 한다는 사실을 알고 있는 국민들도 거의 없다는 게 곽 변호사의 지적이다. 그는 "2012년부터 지난해까지 전기료 약관은 총 8차례나 개정됐고 이 과정에서 전기료는 꾸준히 인상돼 왔다"며 "국민들은 약관변경에 대해 거의 알지 못한 채 누진률이 포함된 요금체계를 받아들이기만 해왔다"고 비판했다.

1974년 누진제가 처음 도입됐을 때만 해도 한전의 수익은 곧 국가의 수익으로 이어져 국민들의 보편적 복지에 기여하기라도 했지만 1989년 한전의 상장이후 해당 수익은 배당 등 형태로 국가 이외의 주주들에게 돌아간다. 이 주주들에는 외국인도 포함돼 있다. 

곽 변호사는 "누진제 규정으로 부당하게 징수한 요금이 한전의 이익으로 잡히고 이 중 상당규모가 외국인에게 배당형태로 나간다"며 "비싼 전기료를 낸 대가가 국부유출로 이어진 것"이라고 설명했다. 실제 한국전력의 2015년 사업연도 현금배당 총액은 1조9900억원으로 이 중 1/3에 달하는 6300억원이 외국인 주주에게 지급됐다.

곽 변호사는 일단 내달 22일에 선고기일이 잡힌 첫 소송의 소송가액을 단 '10원'으로 정했다. 당초에는 1원단위까지 맞춰 부당이익 환급소송을 진행하려 했지만 첫 소송인 만큼 가액판정에 쏟아야 할 법원의 부담을 줄이기 위한 조치라는 게 곽 변호사의 설명이다. 그는 "일단 과거 누진제 규정의 부당함을 밝히는 데 주력할 것"이라며 "추후에는 개개 원고들이 환급받을 수 있는 규모를 면밀히 계산해 소송을 진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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