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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법조 셀프개혁? 공수처 신설로 막강한 권력 견제해야"

[the L]김선수 변호사 "노사 모두 참여하는 '참심형' 노동법원 설립 필요..절차 일원화"


잇따른 법관·검사 비리 파문으로 지난 7월 김수남 검찰총장이 대국민 사과를 한 데 이어 지난 6일에는 양승태 대법원장이 사과문을 발표했다. 그러나 '내부개혁'을 이루겠다는 자기반성만 담겨 있어 법조계 안팎에서는 실망스럽다는 반응이 나오고 있다.

이번이 처음도 아니다. 1995년 '인천지법 집달관 비리'와 2006년 '법조 브로커 김홍수' 사건 당시에도 대법원장이 사과문을 발표했다. 검찰 역시 김홍수씨 비리를 비롯한 2010년 '그랜저 검사', 2012년 김광준 부장검사 뇌물수수 사건 때도 재발 방지를 다짐했다. 약속은 지켜지지 못했다.

'셀프개혁'이 한계에 다다라 외부로부터의 강력한 개혁이 필요하다는 목소리에 힘이 실리는 이유다. 그동안 검찰개혁 논의의 단골소재였던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공수처) 신설에 속도를 낼 수 있을까.

공수처 신설은 검찰 개혁의 일환으로 지난 1996년 도입 필요성이 제기된 뒤 2004년 본격 논의가 시작됐지만, 검찰 등의 반대로 법안 발의와 폐기를 반복해왔다. 공수처 신설 법안 발의만 9차례. 공수처 도입으로 사법개혁이 이루어질 수 있을지 2005년 참여정부 시절 사법개혁추진위원회(사개추위) 단장을 지낸 김선수 변호사(55·사법연수원 17기·법무법인 시민·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전 회장)를 지난 6일 만나 이야기를 들어봤다.

"외부기관 감시제도 필요..광범위한 부패수사 가능"

김 변호사는 사개추위 시절 국민참여재판, 법학전문대학원 도입 등 사법개혁을 주도한 인물이다. 법조일원화, 법조윤리 강화 방안 등에서도 구체적인 성과를 냈다는 평가를 받는다.

김 변호사는 "법원과 검찰은 내부 비리에 대한 외부의 감시를 허용하지 않겠다는 특권의식을 고집하고 있다"며 외부 견제 기관인 공수처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법원과 검찰이 여러 차례 유사 사건 방지를 위한 자체 개혁안을 내놓았지만, 실효성 없음이 드러난 데 대해 안타까워했다. 그는 "최근의 사태가 사법개혁의 시금석이 되어야 한다"고 힘주어 말했다.

공수처는 고위공직자 및 대통령 친인척의 범죄행위를 상시로 수사·기소할 수 있는 제3의 독립적인 기관이다. 청와대 비서실장과 수석, 대통령 친인척의 비위 행위를 수사하는 특별감찰관에 비해 수사 대상이 고위공직자로 훨씬 넓고 광범위한 부패 수사가 가능하다.

최근 드러난 일련의 법조비리에 대해 김 변호사는 검사 개개인의 문제로 한정 지어서는 안 된다고 선을 그었다.

그는 검찰 고유의 무소불위 권한을 먼저 깨트려야 한다고 말했다. 영국 등 선진국은 수사권과 기소권을 원천 분리해 경찰의 독자 수사권을 인정하고 있다.

김 변호사는 "대한민국 검찰은 세계적으로 유례가 없을 정도로 막강한 권력이 집중된 곳"이라며 "수사지휘권, 영장청구권, 기소권, 공소유지, 형 집행권 등을 한 기관이 독점하는 나라가 없다"고 말했다.

또 "죄가 있어도 기소하지 않을 수 있는 기소편의주의와 검사만 기소권을 갖는 기소독점주의를 동시에 가진 검사를 견제할 수 없어서 내부비리를 키우는 셈"이라고 꼬집었다.

판·검사의 비위 징계 현황은 이 같은 상황을 여실히 드러내고 있다. 홍일표 새누리당 의원이 법무부와 대법원으로부터 받아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2011~2015년 동안 각종 비위를 저질러 징계를 받은 판·검사는 모두 56명으로 판사가 10명, 검사가 46명이다. '제 식구 감싸기식'으로 징계 처분도 약하다는 평가다. 금품·향응수수로 징계를 받은 판·검사는 13명. 이들 중 해임 처분을 받은 경우는 검사 2명에 불과했다.

김 변호사는 "견제와 균형의 원리가 작동되어야만 권력 기관이 부패하지 않는다. 외부견제 기구를 설치해야 이미 비정상적으로 커져 버린 검찰권을 정상화할 수 있다"고 말했다.

"노동사건 절차 일원화..노동법원 설립 필요"

직장에서 부당해고나 연월차 수당 미지급 등 문제를 겪게 되면 장기 소송전을 피할 수 없다. 1심을 거치는 데에만 1년 이상 걸리는 경우가 허다하다. 그래서 도중에 포기하는 이들도 많다. 생계와 밀접한 만큼 신속히 해야겠지만 현실은 복잡한 절차로 묶여 있다.

노사 간에 합의를 보지 못한다면 분쟁처리를 위해 국가 관련 기관에 구제를 신청해야 한다. 이럴 경우 지방노동위원회 심판과 중앙노동위원회 심판을 거치는데 최소 6개월이 걸린다. 분쟁이 법원으로 넘어가면 행정법원에서 고등법원으로, 다시 대법원으로 진행되어 사실상 5심제가 된다. 사용자가 법원의 판결을 따르지 않을 경우, 민사소송까지 거쳐야 돼 8심제가 될 수도 있다.

근로자들이 좀 더 신속하게 권리를 구제받을 방법은 없을까. 김 변호사는 권리구제절차의 일원화가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노동전문 법관을 배치하여 분쟁처리 절차를 통일시킨다면 전문성을 높이는 가운데 신속한 권리구제를 실현할 수 있습니다." 우리나라 노동사건의 최고 법률가로 꼽히는 김 변호사의 오랜 꿈은 노동법원 설립이다.

김 변호사는 1998년 사법연수원 수료 후 '전태일 평전'의 저자 조영래 변호사가 일하던 '남대문 협동법률사무소'에서 변호사 업무를 시작했고, 주로 노동 사건을 변론해왔다. 전교조 법외노조 통보처분 취소소송과 쌍용자동차 정리해고무효소송, 수서발 KTX 면허발급취소소송 등이 그의 손을 거쳤다. 사개추위 시절엔 하급심 강화 차원에서 노동법원 도입의 밑그림을 그리기도 했다.

그러나 경영계 등이 노동법원에 '노동'문구가 들어가는 특별법원이 생기면 노동계에만 유리한 것 아니냐면서 반대하는 바람에 2005년 이후 더는 진전되지 못했다.

김 변호사가 말하는 노동법원은 직업 판사와 함께 노사를 대표하는 참심관이 판결에 참여하는 참심형 노동법원 형태다. 김 변호사는 "직업 법관과 노사참심관으로 재판부를 구성해 전문성을 높이고, 약자 지위에 있는 노동자의 소송수행을 신속히 지원해야 한다"고 말했다.

독일·프랑스·영국을 포함해 노동법원이 있는 나라들은 경영계도 노동법원의 긍정적 역할을 높게 평가하고 있다. 각 분야의 전문가들이 참여해 결론을 끌어내는 만큼, 사업주라서 특별히 불리할 이유도 없다.

노동법원의 필요성은 노동위원회 위원과 법관들의 전문성에 대한 문제의식에서도 비롯됐다. 김 변호사는 "부당해고·부당노동행위 판정업무는 법률해석이라는 사법의 영역에 속하기 때문에 노동위원회가 담당하는 것은 한계가 있다. 또 법원으로서는 담당 판사들이 2~3년에 순환근무를 하니 알 만하면 떠난다"고 실정을 설명했다.

2006년 해고된 KTX 여승무원들은 복직을 요구하며 3년을 보냈고, 7년간 근로자지위확인 소송으로 법정공방을 했다. 하급심에서 승소하며 긴 세월을 견뎠지만 안타깝게도 대법원은 이들의 손을 들어주지 않았다. 무려 10년이다. 우리나라 노동분쟁 해결 절차는 오랜 시간을 필요로 하지만, 해고된 근로자들이 그 시간을 버티는 건 힘들다. 노동법원 설립에 희망을 걸어보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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