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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젊은 변호사들에게 기회…'리걸허브' 문 열고 나가야"

[the L][외국법자문법률사무소 대표 인터뷰] 이원조 디엘에이파이퍼 변호사


"한국 진출을 결정한 로펌들은 전략적으로 한국 기업을 대리해서 일을 하겠다는 큰 방향을 정한 곳들이에요. 세계 시장을 무대로 하는 한국 기업들이 의뢰인이고, 이들을 위한 국제 M&A(인수·합병), 중재, 분쟁 해결 등이 주요 분야죠. 국내 로펌들과는 그 역할이 분명히 달라요. 외국계 로펌들이 한국에 들어오면서 기업들은 국제 법률문제를 더 쉽게 접근할 수 있게 됐어요. 시차나 지역 문제없이 바로 자문을 받을 수 있게 됐죠. 경쟁 대상이 아니라 협력자라고 보는 것이 더 적합하다고 생각해요."

미국계 로펌인 디엘에이파이퍼(DLA Piper)의 이원조 대표변호사는 한국에 외국계 로펌이 필요한 이유를 이렇게 설명했다. DLA파이퍼는 전 세계 30여 개국에 90개 이상의 현지 사무소를 두고 있는 글로벌 로펌이다. 소속 변호사 수 4200여명, 파트너급 변호사만 1200명에 이른다. 이 변호사는 2012년부터 DLA파이퍼 서울사무소를 설립해 이끌고 있다.

"종합병원 아닌 전문병원…국내 로펌과 분야가 다르다"

법률 시장이 개방되면서 외국계 로펌의 한국 진출이 가시화되자, 국내 법률 시장을 다 빼앗기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적지 않았다. 이 변호사는 "기우"라고 말했다.

"외국로펌을 종합병원과 비유를 하곤 해요. 해외에서는 종합병원 식으로 모든 분야를 다 할 수 있지만, 한국은 달라요. 우리가 잘 할 수 있는 일에 집중해야하고, 전공이 아닌 분야는 한국 로펌과 같이 하는 거죠. 지금도 우리가 하지 못하는 일은 한국 로펌에 일을 맡기고 있어요. 일을 빼앗는 게 아니라 오히려 로펌 간 협력을 통해 시장을 넓히고 있어요."

이 변호사는 한국 로펌과 외국계 로펌의 다른 역할을 강조했다. 대부분의 한국 변호사들이 맡고 있는 국내 소송 분야는 외국계 로펌의 역할이 아니라는 설명이다.

"한국 기업들은 이미 전 세계 시장을 대상으로 사업을 하고 있어요. 전 세계를 시장으로 M&A를 하기도 하고 소송을 당하기도 해요. 한국 기업을 대리해서 싸울 사람이 필요한데, 한국 로펌들이 이 역할을 효과적으로 할 수 있을까요. 한국에서 재판을 하는데 미국에 있는 로펌이 사건을 맡기 어려운 것처럼 외국에서 이뤄지는 재판을 한국 로펌들이 맡기는 힘든 부분이 있어요. 국내에 외국계 로펌이 들어오기 전에는 한국 기업들이 해당 국가에 직접 출장을 가서 발품을 팔아가며 변호사를 찾고 상담을 받았죠. 하지만 지금 기업들은 앉은 자리에서 여러 로펌들의 제안서를 받고 가격과 실적 등을 검토해 선택할 수 있게 됐어요. 기업 입장에서는 국제 경쟁력이 높아진 거에요."

"시장 '잠식' 아닌 '확대'…협력 통해 '윈-윈' 가능하다"

이 변호사는 얼마 전 끝낸 중재 사건을 예로 들었다. 해외에서 건설 프로젝트를 진행하던 국내 기업에게 일을 맡긴 외국 기업이 계약대금을 다 못주겠다고 통보했다. 이미 프로젝트는 거의 마무리된 상황. 발주처는 계약서를 근거로 한국 기업이 공사를 마치기로 약속한 날짜를 넘겼는데, 여러가지가 이유가 있지만 그중에서도 한국 직원들과 영어로 커뮤니케이션하는데 문제가 있었기 때문에 손해를 봤다고 주장했다.

"국내 기업들이 계약을 따내려고 급하게 일을 추진하다보면 계약 조항들을 간과하는 경우가 있어요. 막상 일을 하다보면 계약서가 아니라 관행대로 진행하기도 해요. 이때 일을 맡긴 쪽에서는 계약서를 근거로 계약 위반이라며 싸움이 나는 거죠. 이 사건도 비슷한 경우였어요. 계약서 내용만으로는 한국 기업에 불리한 상황이었죠. 이럴 때 한국 기업의 입장을 잘 대변하면서도 외국 중재인들이 이를 이해할 수 있도록 풀어내는 것이 중요해요. 설득을 하려면 양 쪽을 잘 알아야 하는데 외국계 로펌의 강점은 이 부분이에요."

중재인을 설득하기 위해 서울사무소와 현지사무소의 변호사가 동시에 투입됐다. '영어를 못해서 문제가 있었다'는 억지 주장에 반박하기 위해 10명의 증인들이 1달간 합숙을 해가며 영어로 모든 증언을 준비했다. 결국 2년간의 중재 소송 끝에 의뢰인이 만족할만한 승소 판정을 이끌어 냈다.

"한국 로펌과 합작법인설립? 지금은 불가능"

외국법자문사법 개정안에 따라 유럽연합(EU) 소속 로펌은 지난 7월부터, 미국계 로펌은 내년 3월부터 국내 로펌과 합작법무법인을 만들 수 있다. 합작법인을 설립하면 외국계 로펌도 국내 변호사를 고용할 수 있다. 하지만 실제 합작법인이 설립되기는 힘들 것이라는 게 중론이다. 법인내 외국계 로펌의 의결권은 49%로 제한되고, 업무 경력이 5년 이상인 변호사가 5명 이상 있으면서 3년간 영업을 한 국내 로펌만 합작법인 대상이 된다. 이 변호사는 "이 조건을 만족하면서 합작법인을 설립하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고 말했다.

"현재 법무부가 제시한 조건에 맞는 로펌은 소속 변호사가 수십 명에서 수백 명에 이르는 중대형 로펌밖에 없어요. 규모가 너무 크죠. 외국계 로펌이 합작 대상으로 생각하는 로펌은 아마도 M&A, 국제중재 등에 특화된 중소형 로펌들일 것이에요. 수백 명의 한국 변호사가 있는 로펌과 합작을 하기는 어려워요."

"문을 열어야 나갈 수 있다…젊은 변호사들에게는 기회"

그는 한국의 법률 시장이 국제 경쟁력을 갖고 성장하기 위해서는 문을 닫을 것이 아니라 문을 열고 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이미 한국 기업들이 세계 시장에 진출해 있어요. 열린 문으로 누군가 들어온다고 두려워할 것이 아니라 문을 열고 한국 로펌들도 밖으로 나가야죠. 담을 높게 쌓아두고서 동북아의 리걸 허브가 되겠다는 것이 가능할까요."

무엇보다도 청년 변호사들을 이야기했다. 젊은 변호사들이 더 넓은 국제 시장으로 진출할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라는 이야기다.

"여름방학에 로스쿨 학생들을 인턴으로 뽑아 교육하고 있는데 놀랄 정도로 뛰어난 학생들이 많아요. 국내 법률 시장이 어렵다, 로스쿨을 나와도 취직이 어렵다는 이야기들을 많이 하는데, 이들이 국내에만 머무르는 것이 아니라 글로벌 로펌에서 다양한 경험을 하고 해외로 진출을 한다면 이들에게도 좋은 기회가 될 겁니다. 또 이들이 한국 법률 시장의 글로벌 경쟁력을 키우겠죠."

이 변호사는 국내에 진출한 26개 외국계 로펌이 소속된 외국법자문법률사무소협회 회장을 맡고 있기도 하다. 이 변호사가 협회를 만들고 협회 이름으로 가장 먼저 한 일은 프로보노(Pro Bono) 활동이다. 지난 7월에는 서울 강남구 직업재활센터를 찾아 소속 장애인들과 행주 포장 작업을 하는 봉사활동을 했다. 이에 앞서 지난해에는 공익인권법재단 공감과 양해각서(MOU)를 체결해 법률 자문을 약속하기도 했다.

"처음 협회를 만든 것은 물론 법률시장 개방에 앞서 외국계 로펌들의 의견을 모으기 위한 단체가 필요해서 만들었죠. 하지만 한국 진출을 결정한 외국계 로펌이 가시적으로 한국 사회에 공헌할 수 있는 방안도 필요하다고 생각했어요. 사실 아직 생각했던 것만큼은 제대로 못하고 있어요. 앞으로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을 더 고민해봐야죠."

[Who is?]
연세대학교에서 교육학을 전공하기도 한 이 대표는 1977년 가족을 따라 미국으로 이민을 떠나 미시간 주립대에서 커뮤니케이션 석사 과정을 마쳤다. 이후 샌프란시스코대 (University of San Francisco) 로스쿨을 졸업하고 미국 로펌에서 변호사로 활동하다가 1997년 한국으로 돌아와 한국IBM 법률고문 및 부사장, 김앤장법률사무소 등에서 근무했다. 2008년에 DLA파이퍼 동경사무소로 자리를 옮겨, 2012년부터 한국총괄대표를 맡고 있다. 해외 직접투자, M&A 분야 전문가로 꼽히는 이 변호사는 2014년 영국 법률 전문지 체임버스아시아(Chambers Asia)가 뽑은 M&A 부문 우수 변호사로 선정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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