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중앙지법 전경.

통신판매업자를 통해 항공권을 구입하고 7일 이내 취소했다면 전액 환불받을 수 있다는 법원 판단이 나왔다. 항공사의 환불약관과 관계없이 전자상거래법의 적용을 받기 때문이다.

서울중앙지법 민사15단독 박강민 판사는 홍모씨가 중국남방항공을 상대로 낸 부당이득금 소송에서 "박씨에게 156만8000원을 지급하라"고 원고 승소로 판결했다고 23일 밝혔다.

홍씨는 지난해 3월23일 인터파크가 운영하는 인터넷 홈페이지에서 중국남방항공의 항공권을 구입하고 다음날 대금 156만8000원을 지급했다. 그 다음날인 3월25일 홍씨의 부인이 임신 6주 진단을 받아 항공권을 이용할 수 없게 되자 환불을 요청했다.

박 판사는 "홍씨가 전자상거래법 17조에서 정한 기간 내에 항공권 계약에 관한 청약 의사표시를 적법하게 철회했다"며 "같은 법 18조에 따라 인터파크와 중국남방항공이 항공권 대금 환급 의무를 연대해서 부담해야 한다"고 판단했다.

전자상거래법 17조는 '통신판매업자와 재화 등의 구매에 관한 계약을 체결한 소비자는 계약내용에 관한 서면을 받은 날부터 7일 이내에 해당 계약에 관한 청약 철회를 할 수 있다'고 규정한다.

또 같은 법 18조에서 '통신판매업자, 재화 등의 대금을 받은 자 또는 소비자와 통신판매에 관한 계약을 체결한 자가 동일인이 아닌 경우에는 청약 철회로 인한 대금 환급 의무를 연대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중국남방항공은 홍씨의 환불 요구에 대해 "환불 사유와 요구 시점이 항공권에 관한 계약내용 및 자사의 규정에서 정한 바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주장했지만 박 판사는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박 판사는 "홍씨가 환불을 요구한 사정이 계약내용과 항공사의 규정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하더라도 전자상거래법 35조에 따라 무효다"고 설명했다. 전자상거래법 35조는 같은 법 17조~19조의 규정을 위반한 약정으로서 소비자에게 불리한 것은 효력이 없다고 규정하고 있어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