객원칼럼

전 재산인 집 한 채, 아들한테만 주고 싶은데…

[the L][조혜정의 사랑과 전쟁]법률상 양자의 부모에 대한 상속권


Q) 올해 78세의 노인입니다. 오래 전부터 당뇨병을 앓아왔는데 작년부터 부쩍 건강이 좋지 않아 입원과 퇴원을 반복하면서 살고 있습니다. 의사들은 오래 산다고 하지만 제 생각으로는 제 명이 얼마 남지 않은 것 같아서 상태가 완전히 나빠지기 전에 제 사후를 대비하고 싶습니다.

제가 정리하고 싶은 일은 바로 제가 죽으면 혼자 남겨질 아내의 노후를 대비해주는 일입니다. 제 재산으로는 집 한 채가 있는데 시가는 15억 정도 됩니다. 원래 우리 부부가 살던 오래된 아파트를 얼마 전 재건축해서 값이 많이 오른 것이지요. 

저한테는 아들과 딸 남매가 있는데, 제가 죽기 전까지는 집을 갖고 있다가 죽으면 아들이 이 집을 상속하도록 하고 싶습니다. 좀 냉정한 것 같지만 딸한테는 주지 않으려고 합니다. 딸한테 재산을 나눠주면 두어 번 사업에 실패한 사위가 그 재산을 날릴 게 뻔하기 때문이지요. 차라리 재산을 아들한테 물려주고 아들이 아내의 노후봉양을 하도록 하는 게 맞을 것 같습니다. 이 집의 재건축 분담금을 대부분 아들이 내기도 했고요.

그런데, 요즘 상속재산을 둘러싸고 자식들 간에 다툼이 많다고 하니 제가 죽기 전에 이 문제를 깔끔하게 정리해놓고 싶습니다. 제 사후에 시끄러운 문제가 발생하지 않고 이 집을 아들한테만 물려주려면 어떻게 준비를 해야 하는지요? 제가 미리 딸한테 제 생각을 얘기하고 상속권을 포기한다는 각서를 받을까 하는데 이 방법은 어떤가요?


A) 요즘 부모님 돌아가신 다음에 자녀들이 남겨진 재산을 둘러싸고 서로 다퉈서 남보다 못한 사이가 되는 경우가 되는 경우가 참 많습니다. 제가 상속관련분쟁을 다루다 보면 부모님들이 생전에 조금만 신경을 쓰셨더라면 부모님 사후 자식들이 원수처럼 되는 사태는 막을 수 있었을 것이라는 안타까움이 생기는 경우가 종종 있더라고요. 사후를 대비해서 미리 상속문제를 정리하시겠다는 선생님의 생각, 참 훌륭합니다.

먼저, 따님한테 선생님의 생각을 설명하고 상속포기각서를 받겠다는 방법은 적절한 해결책이 못된다는 걸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우리 민법상 상속이 개시되기 전(재산의 명의자가 사망해야 상속이 개시됩니다)에 미리 상속을 포기한다는 약속을 해도 그 약속은 법적인 효력이 없습니다. 만약 따님이 선생님이 시키는 대로 순순히 상속포기각서를 쓴다고 해도 따님한테는 그 약속을 지켜야 할 법적인 의무가 없는 것이지요. 선생님이 돌아가신 다음에 따님이 말을 바꿔서 나도 상속을 받아야겠다고 하면 그 때 가서는 따님이 상속을 못 받게 할 방법이 없습니다.

그리고 아마 따님이 그런 각서를 쓰지도 않을 것 같고요. 제 경험상 물려받은 재산의 규모가 어느 정도를 넘으면 순순히 포기하는 사람은 거의 없습니다. 당자가 포기하려고 해도 그 배우자가 포기 못하게 합니다. 선생님의 따님은 어머니를 생각해서 포기하고 싶어도 돈이 필요한 사위가 용납하지 않을 것이니 미리 따님한테 얘기하셔봤자 괜히 분란만 생길 것입니다.

제 생각으로는 따님한테는 알리지 말고 선생님 사후 아드님한테 선생님 소유 집을 물려준다는 내용으로 유언을 하시는 게 맞는 방법입니다. 유언을 하실 때는 자필유언을 하시면 안되고 비용이 좀 들더라도 꼭 공증유언을 하셔야 합니다. 어차피 유언이면 다 똑같은데 굳이 돈 들여서 공증유언을 할 필요가 있냐고 생각하시는 분들이 많은데, 부동산을 상속하는 경우에는 꼭 공증유언을 해야만 합니다. 자필유언만으로는 부동산에 대한 상속등기를 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자필유언으로 부동산에 대한 상속등기를 하려면 가정법원에서 다른 상속인들이 그 자필유언에 대해서 이의가 없다는 내용의 검인조서를 받아 등기소에 제출해야만 합니다. 만약, 검인절차에 참석한 상속인들 중 한 명이라도 자필이 아니라거나 유언 내용에 동의하지 않는다고 하면 자필유언의 내용에 따른 부동산 상속등기는 불가능합니다. 결국, 유언의 효력을 확인하는 소송 등 추가적인 분쟁으로 시간과 돈을 낭비하게 될 가능성이 높아집니다. 유언공증을 하면 이런 번거로운 절차 없이 유언공정증서만으로 아드님이 상속등기를 할 수 있으니 공증비용은 낭비가 아닌 거지요.

하지만, 아드님한테 집을 물려준다는 유언공증을 하신다고 하더라도, 따님이 상속을 아주 못받는 건 아닙니다. 따님한테는 원래 상속지분의 1/2까지는 돌려달라고 할 유류분 반환청구권이라는 권리가 있거든요. 집 값을 15억원으로 보고 따님의 유류분을 계산해보면 2억 1428만원 정도 되는 것 같으니(따님의 법정상속분은 1/3.5, 유류분은 1/7), 이와 비슷한 금액을 따님한테 물려주시는 것도 고려해보시기 바랍니다. 

요즘은 대체로 상속에서 제외된 딸들이 유류분반환청구소송을 하는 추세니까 선생님의 따님도 예외는 아닐 겁니다. 그러니, 나중에 따님이 유류분반환청구소송을 해서 가져가게 하는 것보다는 미리 준다고 하시는 게 낫습니다. 그래야 선생님 사후에 아드님과 따님이 서로 왕래하면서 남매의 우애를 보존할 수 있으니, 따님에게도 이 정도 배려는 해주시길 권하고 싶습니다.

조혜정 변호사는 서울지방노동위원회 차별시정담당 공익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대한변협 인증 가사·이혼 전문변호사로 16년째 활동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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