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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제공=이미지투데이 |
가끔 법률상담을 받으러 오시는 분들 중 변호사 수임료를 회사 자금으로 지불해도 되는지 물어보시는 분들이 있습니다. 사실 어찌 보면 당연한 얘기이지만 회사에 관련된 소송이나 사건인 경우에만 회사 자금으로 지불해야 하고, 대표자라 하더라도 개인에 관련된 소송이나 사건인 경우에는 개인의 돈으로 지불해야 합니다.
만약 개인에 관련된 소송이나 사건임에도 불구하고 회사 자금으로 변호사비용을 지불하게 되면 횡령죄의 책임을 져야할 수도 있고 이는 회사가 아닌 사단이나 재단 등 단체의 경우에도 마찬가지입니다.
머리 아픈 사건을 해결하고자 변호사를 선임해 한 고비를 겨우 넘겼는데, 그 변호사비용 지불 때문에 다시 형사사건에 휘말릴 수도 있는 것입니다. 그런데 회사의 대표이사이니까 변호사 비용을 회사 자금으로 지불해도 문제가 없다고 생각하는 분들이 의외로 많았습니다.
그러나 우리나라 판례의 태도에 의하면 원칙적으로 단체나 회사의 대표자 개인이 당사자가 된 민․형사 재판의 변호사비용을 회사의 자금으로 지출하게 되면 횡령죄가 인정된다고 할 것이고 다만 예외적으로 소송이나 사건 내용상 제반사정에 비춰 회사의 이익을 위해 소송을 수행하거나 고소에 대응해야 할 특별한 필요성이 있는 경우에만 횡령죄가 되지 않는다고 합니다.
구체적으로 사례를 살펴보면, 재단법인의 대표가 법인의 이사를 상대로 제기된 직무집행정지 가처분 신청사건의 변호사 선임비용을 재단자금으로 지급한 경우에는 회사 자금으로 지출이 가능해 횡령죄가 되지 않는다고 했습니다.
이사의 직무집행이 정지당함으로써 사실상 법인의 업무수행에 지장을 받게 될 것은 명백하므로 법인으로서는 객관적으로 항쟁의 여지가 없는 경우가 아닌 한 위 가처분에 대항해 항쟁할 필요가 있습니다. 이와 같은 이유로 법인경비에서 가처분사건의 소송비용을 지급하더라도 이는 법인의 업무수행에 필요한 비용을 지급한 것이고 법인의 경비를 횡령한 것이라고는 볼 수 없다는 취지입니다.
그러나 해당 사건으로 인해 법인의 업무수행에 지장을 받게 될 우려가 있다 하더라도 법인 대표자가 법을 위반해 형사재판을 받게 됐다면 그 사건의 변호사비용을 법인 자금에서 지급하는 것은 횡령죄가 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법인 대표는 적법한 방법으로 업무를 수행해야 하므로 업무수행에 있어 관계 법령을 위반함으로써 형사재판을 받게 됐다면 그의 개인적인 변호사비용을 법인자금으로 지급한다는 것은 횡령에 해당한다는 것입니다.
구체적인 사례로 사립대학의 총장이 학내분규와 관련해 명예훼손죄 및 노동쟁의조정법위반 등으로 기소된 사건의 변호사비용을 법인 자금에서 지급한 행위에 대해 횡령죄가 인정됐습니다. 회사의 대표자가 탈세행위로 인한 형사재판을 받으면서 그 변호사비용을 회사 자금으로 지불한 경우에도 횡령죄가 성립한다는 판결이 있었습니다.
위 사건들에서는 업무수행 중 발생한 사건이기에 변호사비용을 법인이 부담하는 것이 관례라고 주장하거나 주주총회의 의결을 거쳤기 때문에 횡령이 아니라는 주장이 있었으나, 법원은 위와 같은 행위가 사회상규에 어긋나지 않는다고 할 만큼 사회적으로 용인되어 보편화된 관례라고 할 수 없고, 주주총회의 의결이 있었다 하더라도 그와 같은 의결은 한계를 벗어나는 것이며 형사재판을 받는 대표자의 개인적 변호사 비용을 회사자금으로 지급하는 것은 주식회사제도의 목적에 비추어 볼 때 주주총회 결의에 관계없이 횡령에 해당한다고 판시했습니다.
정리하자면, 회사 등 단체의 비용으로 지출할 수 있는 변호사 선임료는 단체 자체가 소송당사자가 된 경우에 한하므로 단체의 대표자 개인이 당사자가 된 민·형사사건의 변호사 비용은 단체의 비용으로 지출할 수 없다고 보아야 합니다.
다만, 예외적으로 개인이 당사자가 된 사건의 변호사비용을 단체의 비용으로 지불할 수 있는 경우는 △ 분쟁에 대한 실질적인 이해관계가 단체에게 있으나 법적인 이유로 그 대표자의 지위에 있는 개인이 소송 기타 법적 절차의 당사자가 됐다거나 △ 대표자로서 단체를 위해 적법하게 행한 직무행위 또는 대표자의 지위에 있음으로 말미암아 의무적으로 행한 행위 등과 관련해 분쟁이 발생한 경우와 같이, 당해 법적 분쟁이 단체와 업무적인 관련이 깊고 당시의 제반 사정에 비추어 단체의 이익을 위해 소송을 수행하거나 고소에 대응하여야 할 특별한 필요성이 있는 경 우에 한해 단체의 비용으로 변호사 선임료를 지출할 수 있다고 보아야 할 것입니다.
특히 회사나 단체의 임직원이 업무수행에 있어 관계법령을 위반하여 형사재판을 받게 된 경우 등에 필요한 변호사비용을 법인자금으로 지급하는 경우는 횡령죄가 성립할 가능성이 매우 농후하다고 보아야 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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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ho is]
법무법인 해운대의 최현석 변호사는 외환은행에 근무하다 사법시험에 합격해 사법연수원을 39기로 수료했다. 부산지방검찰청 외사부 검사 등으로 근무하며 다양한 경제범죄 사건을 담당했다. 현재는 법무법인 해운대에서 수출입, 조세, 횡령을 비롯한 각종 경제범죄 사건을 주요 업무로 취급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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