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고문의 02-724-7792

개인

[친절한판례氏]벽에 붙은 종이 떼면 재물손괴일까

[the L]주인의 의사와 상관없이 붙어 있었다면 떼냈다고 해서 범죄 아냐

편집자주[친절한판례氏]는 중요하거나 의미있는 과거 판례를 더엘(the L) 독자들에게 최대한 쉽고 친절하게 소개해 드리는 코너입니다.


문서 주인의 의사와 관계없이 다른 사람이 임의로 종이를 벽에 붙였다면 그 종이를 떼낸 사람에게는 문서손괴죄가 적용되지 않는다는 대법원 판례가 있다.

 

어느 날 A아파트 엘리베이터의 벽에 종이가 붙었다. 그 종이는 A아파트의 입주자들이 시에 쓰레기 자동집하시설의 건립에 반대하는 민원을 제기한 데 대한 회신 문서를 프린트한 것이었다. 민원을 제기한 사람은 총 452명에 달했다.

그런데 A아파트 관리사무소장은 이 민원을 제기해서 실제로 회신을 받아야 하는 사람들의 동의를 받지 않고 임의로 엘리베이터 벽면에 종이를 붙였다. 그 종이를 본 '쓰레기 자동집하시설 건립 반대를 위한 비상대책위원회'의 위원장이었던 B씨는 그것을 뗐다. 이 행위로 인해 그는 문서손괴죄의 혐의를 받고 재판에 넘겨졌다.

대법원 재판부는 엘리베이터 벽면에 붙어 있던 종이를 떼어낸 행위가 문서손괴죄에 해당한다고 판단한 원심 판결을 파기하고 돌려보냈다. (2014도13083 판결)

대법원은 "소유자의 의사에 따라 어느 장소에 게시 중인 문서를 소유자의 의사에 반해 떼어내는 경우에도 문서손괴죄가 성립할 수 있다"고 봤지만 "어느 문서에 대한 사용 상태가 문서 소유자의 의사에 반해 또는 문서 소유자의 의사와 무관하게 이루어진 상황에서는 문서의 효용(문서 소유자의 문서에 대한 사용가치)를 해했다고 할 수 없다"고 봤다.


문서손괴죄란 타인 소유 문서의 효용 전부 또는 일부를 해하는 행위에 대해 적용되는 범죄다. 효용을 해한다는 것은 문서를 본래의 사용 목적을 이룰 수 없는 상태로 만드는 것은 물론 일시적으로 그것을 이용할 수 없는 상태로 만드는 것이다. 물질적인 훼손과 원래 있던 장소에서 옮겨 숨기거나 발견하기 어렵게 만드는 것도 포함된다.


만약 B씨가 문서손괴죄에 해당하려면 일단 엘리베이터 벽면에 종이를 붙인 것이 그 민원을 넣어 회신을 받은 사람들의 의사에 따른 것이어야 한다. 그 의사에 반해, 또는 소유자의 의사와 무관하게 종이가 붙여졌다면 이를 떼어낸 행위만으로는 문서손괴죄에 해당하지 않는다. 실제로 그 문서의 효용을 해한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 사건에서 A아파트의 관리사무소장이 민원에 대한 회신을 게시한 것은 소유자의 의사에 따른 것이 아니었다. 즉 B씨가 종이를 뗐더라도 애초에 엘리베이터의 벽면에 종이가 붙어 있던 것 자체가 소유자의 동의를 받지 않은 상태였으므로 문서손괴죄에서 말하는 효용가치를 해치는 행위가 아니란 얘기다. 이에 따라 B씨는 문서손괴죄에 해당하지 않는다.


◇ 판결 팁 = 문서 주인의 의사와 관계없이 다른 사람이 임의로 종이를 벽에 붙였다면 그 종이를 떼낸 사람에게는 문서손괴죄가 적용되지 않는다. 문서손괴죄는 그 문서의 효용가치를 해하는 경우에 적용되는데 소유자의 의사와 무관하게 종이가 벽에 붙어 있었다면 그것을 떼는 행위 만으로는 이 죄에 해당하지 않는다.


◇ 관련 조항


형법

제366조(재물손괴등)

타인의 재물, 문서 또는 전자기록 등 특수매체기록을 손괴 또는 은닉 기타 방법으로 기 효용을 해한 자는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7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관련기사


목록
 
모든 법령정보가 여기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