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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L리포트]청탁금지법, 외국과 비교해보니

[the L][국내외 반부패법제 비교]<1>적용범위 및 규제방법론 '급진적', 직무관련 없는 금품수수 처벌 특징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일명 김영란법) 시행 첫날인 지난 9월28일 오후 서울 서대문구 국민권익위원회 서울종합민원사무소 입구에 부패/공익침해 신고센터 설치를 알리는 입간판이 걸려 있다. /사진제공=뉴스1

국제투명성기구는 '부패'를 '사적 이익을 위한 공적직위의 남용'으로 정의한다. 이 기구가 발표하는 CPI(부패인식지수) 순위에서 한국은 100점 만점에 56점을 받아 전체 조사국가 168개국 중 37위에 머물렀고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34개국 중에서는 27위에 그쳤다. 

그나마도 기업경영자를 대상으로 실시한 부패인식조사와 애널리스트 평가결과를 점수에 반영하는 CPI 조사방식의 특성상 최근 불거진 '박근혜·최순실 게이트'로 한국의 CPI 순위는 더 떨어질 수도 있다. 이번 사태는 부정부패와 정경유착에 물든 한국사회의 민낯을 드러낸 사건이었지만 그만큼 비리척결을 위한 시스템 정비의 필요성을 재각인시킨 계기이기도 했다. 

지난 9월 하순 시행된 지 이제 막 70여일을 지난 청탁금지법(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은 뒤늦게나마 비리방지를 위해 필요한 인프라를 하나라도 마련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법을 만들었다고 해서 부패가 자동적으로 척결되는 것은 아니다. 선진국으로 꼽히는 주요 국가들의 반부패 법제는 한국의 법제보다 다소 엉성해보일 정도이지만 CPI 점수와 순위는 한국에 비해 월등히 높다. 법·제도를 제대로 이행하고자 하는 의지가 뒷받침되지 않는 입법은 아무 소용이 없다는 얘기다.

◇외국 반부패법제, 공무원·공직자 규제에 초점
최근 더불어민주당의 금태섭 의원이 국회입법조사처, 국가권익위원회로부터 받은 해외국가의 반부패법제 관련 자료에 따르면 한국의 청탁금지법은 '부정청탁 금지'(청탁금지법 2장 5조~7조)와 '대가성 없는 금품 등 수수의 금지'(청탁금지법 3장 8조~11조) 등 2가지를 주요 축으로 하고 있는 데 비해 외국의 입법례에서는 부패를 곧 '부정청탁'과 '금품 등의 수수'가 결부된 행위로 보고 있다는 점이 특징이다.

입법조사처에 따르면 독일(CPI순위 10위)이나 프랑스(23위) 영국(10위) 등 국가에서는 부정청탁 자체만을 금지하는 별도 조항을 두고 있지 않다. 미국(16위)은 연방법이 아닌 개별 주(州)법으로 부정청탁행위를 금지하는 규정을 뒀는데 대신 로비스트 제도를 양성화해 입법 등에 영향을 미치는 활동을 제도화했다. 캐나다(9위) 역시 '정부에 자유롭고 공개적으로 접근하는 것이 중요한 공익의 문제'라는 판단 하에 '로비법'을 제정, 합법적인 활동을 보장하고 있다. 물론 캐나다 역시 이해상충금지법 등을 통해 투명성과 공정성을 확보하기 위한 장치를 뒀다.

금품 등의 수수를 금지하는 조항을 둔 국가는 많다. 독일은 형법에 '수뢰죄'와 '이익수수죄'를 각각 규정했다. 수뢰죄는 직무수행이나 장래 수행할 직무를 통한 의무위반을 대가로 이익을 수수한 공무원을 처벌하기 위한 조항이다. 이익수수죄는 대가성과 상관없이 직무수행과 관련한 이익을 수수한 공무원을 처벌하기 위한 조항이다. 

미국은 공무에 영향을 미치려는 '부패고의'가 있는지 여부에 따라 처벌조항이 달라진다. 부패고의가 있는 경우에는 '수뢰죄'로 처벌하고 고의는 없지만 공무와 관련이 있는 금품수수에 대해서는 '불법사례 수수죄'로 처벌하는 방식이다. 프랑스, 캐나다 등의 경우도 공무원이나 사법직무 종사자, 공권력 수탁자 등이 대가성 금품을 수수할 때 처벌하는 조항을 두고 있다.

또 하나 눈에 띄는 점은 이들 중 다수 국가들의 반부패 규제는 주로 공무원 등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는 점이다. 독일의 경우 공무원과 법관, 중재법관, 연방 및 각 주의 선출직 대표자 등의 뇌물수수를 처벌하고 있다. 프랑스는 일반공무원, 사법직무 종사자, 공권력 수탁자, 공무담당자 등에 대해, 미국은 상하원 의원이나 공무원으로 선출·지명된 자, 공무원 지명이 공식적으로 발표된 자, 연방정부 고용인 등에 대해 반부패 규정을 적용하고 있다. 

영국만 처벌대상에 대한 특별한 제한을 두지 않고 있다. 특히 영국은 2010년 제정된 뇌물법을 통해 금품 등 수수에 대해 광범위한 규제를 도입한 점이 눈에 띈다. 이 법은 금품이나 기타 형태의 뇌물을 제공함으로써 공적업무나 일반사업이나 개인의 고용사무 등에 영향을 미치는 행위를 통틀어서 규제하고 있다. 캐나다의 경우 '이해충돌방지법'을 통해 공직자와 그 가족에게까지 규제를 적용한다는 점이 눈에 띈다.

◇처벌위해 '대가성' 요건 내건 곳이 다수
한국의 청탁금지법이 '3/5/10 규정'(식사 등의 경우 3만원 미만, 선물의 경우 5만원 미만, 경조사비의 경우 10만원 미만) 등의 제한을 두고 있는 것처럼 외국에서도 금품수수를 엄격히 제한하는 사례가 많다. 하지만 처벌을 위해서는 '대가성' 조건이 충족돼야 하는 경우가 다수다. 

미국의 경우 공직자가 소속기관과 거래관계에 있거나 소속기관에 의해 규제를 받는 곳으로부터 받은 금액이나 선물이 1회 20달러(약 2만3000원), 연간 50달러(약 5만8000원)를 넘으면 안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일본의 경우는 국가공무원으로 하여금 원칙적으로 이해관계자로부터 금전 등 이익을 받지 못하도록 하고 과장급 이상 공직자는 5000엔(약 5만1000원) 이상의 증여 등을 받는 경우 각 성·청의 장에게 보고토록 했다. 영국, 독일의 경우도 각각 25파운드~30파운드(약 3만7000원~4만4000원), 25유로(약 3만원) 이상의 선물수수를 금지했다.

한국의 경우는 어떨까. 우리의 청탁금지법은 직무관련여부나 기부, 후원, 증여 등 명목에 상관없이 동일인으로부터 1회에 100만원, 1년에 300만원 이상의 금품을 받거나 요구, 약속하는 경우 3년 이하 징역이나 3000만원 이하 벌금형을 선고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여타 국가의 법령이 이해관계자로부터의 금품을 받거나 해당 금품이 자신의 직무와 대가성이 인정될 경우 처벌하는 것과 차이가 있다.

국내 한 대형로펌에서 청탁금지법 자문업무를 담당하는 A변호사는 "해외 주요국의 반부패법은 직무관련성이 없다면 주고받은 금액이 크다고 해서 형사처벌을 하는 경우가 없다"며 "'3/5/10' 규정처럼 식사나 선물, 경조사비 상한을 법령으로 규정하는 경우도 극히 드물다"고 말했다.

◇선진국, 엉성해 보여도 부패가 적은 이유는?
앞서 살펴본 바와 같이 영국을 제외하면 공직자 이외에 언론이나 사립학교 교원에게까지 규제를 적용하는 한국의 청탁금지법은 상당히 이례적인 경우다. 국회와 법원, 헌법재판소, 선거관리위원회 등을 비롯해 중앙·지방행정기관과 시·도 교육청은 물론 유치원과 초·중·고등학교와 국·공·사립대학교, 방송사, 신문사, 잡지사, 정기간행물 사업자 등 약 4만개 기관의 임직원 280여만명이 직접적으로 법의 적용을 받는다.

여기에 청탁금지법에 의해 규제대상으로 포섭된 위 4만여 기관 종사자의 배우자까지 더하면 법 적용대상자는 400만명을 넘어설 것으로 추산된다. 국내 20대 이상 인구(약 4200만명)의 약 1/10이 청탁금지법의 적용을 받는다는 얘기다. 이 때문에 국내에서도 법 시행을 전후해 적용대상이 과도하게 포괄적이라는 지적이 있었다. 지난달 IBA(세계변호사협회) 주최로 열린 반부패 컨퍼런스에서도 청탁금지법에 대해 급진적이라는 평가를 내놨을 정도다.

하지만 촘촘하게 법망을 구성했다고 해서 부패정도가 줄어들지는 않는다. 한국의 청탁금지법에 비해 훨씬 엉성해 뵈는 법제도를 운용하는 선진국의 CPI점수·순위가 한국에 비해 훨씬 높다는 점이 이를 방증한다. 

법무법인 시헌의 조윤상 변호사는 "한국에서 반부패 관련 법률을 위반해도 실제 처벌까지 이르는 확률이 낮다"며 "수사와 기소를 담당하는 검찰·경찰의 '선택'이 객관적이지 못하다는 인식이 지배적"이라고 지적했다. 또 "처벌되더라도 실제 집행되는 형이 피고인의 사회적 지위에 따라 큰 차이를 보였던 점도 한국의 반부패 법제의 실효성을 떨어뜨렸던 이유"라고 말했다.

조 변호사는 "제도적으로는 부패방지를 전담하는 기관에 힘을 실어주는 개혁이 필요할 것"이라며 "사회문화적으로도 그간 관행이라는 이름으로 이뤄졌던 행위들이 청탁금지법 위반은 아닌지, 뇌물수수 행위는 아닌지를 활발히 논의할 수 있는 장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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