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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L리포트]시행 두달째 청탁금지법, 실효성 높이려면

[the L][국내외 반부패법제 비교]<2>이해상충금지 조항 빠지고 기업규제는 미미.. "큰부패 제재위한 보완필요"

시민단체 활빈단이 김영란법 시행 첫날인 지난 9월28일 오전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청탁금지법 꼭 지키자는 현수막을 들고 있다./사진=홍봉진기자

"이 법은 공직자 등에 대한 부정청탁 및 금품 등의 수수를 금지함으로써 공직자 등의 공정한 직무수행을 보장하고 공공기관에 대한 국민의 신뢰를 확보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청탁금지법), 일명 '김영란법' 제1조의 문구다. 사건청탁을 한 남자 변호사에게서 수년에 걸쳐 외제차 리스료는 물론 다이아반지, 샤넬 명품가방, 아파트 전세보증금까지 받은 한 여검사의 스캔들(벤츠 여검사 사건)을 현행법으로 처벌하지 못한다는 이유로 만들어진 법이 바로 청탁금지법이다.

당시 벤츠 여검사 무죄판결은 입법적 흠결이 아니라 법원의 해석 때문에 빚어진 해프닝이라는 지적이 나오기도 했다. 과도할 정도로 엄격한 법문언 해석이 국민의 법감정과 동떨어진 판결을 낳았고 이로 인해 기존법령에 대한 비판이 제기되면서 기존의 구멍을 메우기 위한 차원에서 청탁금지법이 제정됐다는 지적이다.

청탁금지법은 여타 국가의 법제와는 다른 특징을 다수 내포하고 있다. 이달 초 세계변호사협회(IBA) 주최로 서울 포시즌즈호텔에서 열린 반부패 컨퍼런스에 참여한 외국의 법률전문가들도 청탁금지법에 대해 '급진적'이라는 평가를 내놓을 정도다. 국내외 법률 전문가들은 청탁금지법이 1조에서 선언한 취지를 제대로 실현하려면 많은 보완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내놓았다.

◇입법 편의상 빠진 '이해상충금지' 조항, 금품수수금지만 삽입
규제대상 행위에서부터 한국의 청탁금지법은 여타 국가의 법제와 차이를 보인다는 평가다. 이재일 국회입법조사처 입법조사관보는 "외국의 반부패법제는 주로 부정청탁과 이해상충 등 2가지를 축으로 규제체계를 만든 데 비해 한국의 청탁금지법은 부정청탁과 금품수수 행위를 규제하고 있다는 점이 특징"이라고 밝혔다.

부정청탁에 대해서는 청탁금지법이 14가지 유형을 설정해 뒀다. 사업인가나 면허의 취득과 같은 사업관련 사항이나 채용·승진 등 인사관련 사항, 정부출연금 지원 등 정책관련 사항이 해당된다. 이해상충금지란 공직자가 지위를 남용해 사익을 추구하는 것을 막기 위한 것이다. 청탁금지법은 초안에서 이해상충금지 조항을 뒀으나 국회논의 과정에서 이해상충금지 조항을 뺐다. 청탁금지법은 별도 조항으로 규제대상이 되는 '금품 등'에 대해 규정하고 있다. '금품 등'에는 실물 돈이나 가치를 지닌 선물 등의 재화는 물론 서비스·용역으로 간주되는 행위들이 있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이해상충금지 조항을 빼고 금품수수금지 조항을 둔 데 대해 "큰 부패를 저지를 가능성이 있는 이들의 행위를 규제하는 데에는 도움이 안되면서 일반인들의 사회상규상 인간관계만 과도하게 제약할 수 있다"는 비판을 제기하기도 했다.

이 조사관보는 "국회논의 과정에서 이해상충금지의 범위를 어디까지 설정할 것인가를 두고 논란이 많았다"며 "과도하게 금지범위를 설정할 경우 공직자 등의 자녀에 대한 직업선택의 자유침해 등의 문제가 생길 수 있다는 문제가 제기됐다"고 설명했다.

또 "이에 비해 금품수수 행위는 부정청탁과 결부될 가능성이 높은 데다 금지행위의 유형을 입법적으로 기술(記述)하기가 훨씬 쉽다"며 "기술적으로 쉽게 명확히 할 수 있는 부분을 정하다보니 이해상충금지가 빠지고 금품수수금지가 들어간 것"이라고 말했다. 공직자 등의 행위규제 범위를 정하는 것은 어렵다는 이유로 배제한 대신 상당 수의 국민이 대상이 될 수 있는 규제를 설정했다는 얘기다.

청탁금지법의 직접적용을 받는 대상자만 해도 입법·행정·사법부를 비롯해 중앙·지방 행정기관은 물론 유치원부터 대학교까지의 기관들과 신문 방송 잡지 및 정기간행물사업자를 포함한 약 4만개 기관의 280여만명에 달한다. 이들의 배우자까지 더할 경우 법 적용대상자는 400만명 이상에 달할 것으로 추산된다. 국내 성인인구 총 수의 1/10에 달한다.

◇'직무연관성 없어도 금품수수 처벌'이 가장 큰 차이
직무연관성이 없어도 일정금액 이상(1회에 100만원, 1년에 300만원 이상)을 수수할 경우에 대한 제재규정을 뒀다는 점도 한국 청탁금지법의 특징이다. 여타국가의 법제가 금지하는 금품수수 규정이 '직무연관성' 또는 '대가성' 요건을 필요로 하고 있는 것과 차이가 있다.

국내 한 대형로펌에서 청탁금지법 자문업무를 담당하는 A변호사는 "해외 주요국의 반부패법은 직무관련성이 없다면 주고받은 금액이 크다고 해서 형사처벌을 하는 경우가 없다"며 "'3/5/10' 규정처럼 식사나 선물, 경조사비 상한을 법령으로 규정하는 경우도 극히 드물다"고 말했다. A변호사는 이처럼 세세한 금액기준까지 법령에서 규정한 이유에 대해 "큰 부패를 막으려는 노력은 게을리 하면서 입법편의상 전 국민을 대상으로 금지규정을 씌운 결과"라며 "청탁금지법이 작은 피라미를 잡는 데 기여할 수는 있겠지만 큰 부패를 저지르는 기업이나 큰 손들을 규제하는 데에는 얼마나 도움이 될 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기업에 대한 처벌이 상대적으로 미흡하다는 점도 청탁금지법을 비롯한 한국의 반부패법제의 특징으로 꼽혔다. 국내에서 활동하는 B외국변호사(미국)는 "청탁금지법이 양벌규정을 두고 부정청탁을 하거나 금품 등을 제공한 개인 뿐 아니라 그 개인이 속한 기업에 대해서도 제재를 가할 수 있지만 그 징벌의 정도는 외국에 비해 극히 미미하다"며 "미국만 하더라도 법무부나 SEC(증권거래위원회) 조사를 받고 혐의점이 입증된 기업은 기업의 존폐를 걱정해야 할 정도의 무거운 징벌금을 내야 한다"고 말했다.

또 다른 대형로펌에서 근무하는 C변호사는 "국내에서도 담합 등 공정거래 부문의 사건에서는 문제기업에 대해 수백억에서 수천억원에 이르는 과징금을 부과할 수 있지만 부패기업에 대한 금전제재의 수준은 매우 미약하다"며 "그간 국내 당국이 부패범죄에 대해 무거운 형을 내리지 않았기 때문에 (부패를 저질러도 무방하다는) 잘못된 시그널을 준 셈"이라고 지적했다.

경쟁사가 부정한 로비를 통해 사업면허를 따거나 공공사업을 수주하는 경우 '우리 회사만 뒤쳐질 수 없다'며 부정행위에 따라나서는 경우가 다수라는 게 C변호사의 설명이다. 그는 "로비를 했다는 이유로 제재를 받더라도 그 대가로 얻을 수 있는 이익이 훨씬 큰 현실에서 기업들은 잘못된 인센티브 체계로 인해 부패행위를 저지를 수밖에 없다"며 "이같은 행위에 대한 처벌은 여전히 미미한 수준"이라고 평가했다.

이어 "어떤 규제든 실효성을 확보하려면 인력·시간 등 비용이 소요되기 마련"이라며 "비용효율성의 관점에서 볼 때 현재의 청탁금지법은 잔챙이를 잡기 위한 그물코는 촘촘히 만들어뒀지만 큰 부패를 잡기 위한 대책은 뚜렷한 게 없어 보완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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