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영수 특별검사팀은 9일 최지성 부회장(미래전략실장)과 장충기 사장(미래전략실 차장)을 소환해 조사했다. /사진=김창현 기자

삼성그룹의 컨트롤타워 미래전략실 서열 1·2위인 최지성 부회장(미래전략실장)과 장충기 사장(미래전략실 차장)이 동시에 박영수 특별검사팀에 불려 나왔다. 박근혜 대통령의 제3자 뇌물수수 의혹 내지 삼성그룹의 '뇌물죄' 입증이 어느 정도 마무리됐다는 방증이다.

특검팀은 이레적으로 "조사 과정에서 신분 변동 가능성 있다"고 밝혀 피의자로 구속영장까지 청구할 수 있음을 암시했다. 소환을 앞둔 이재용 부회장을 압박하기 위한 것으로 이 부회장 조사후 뇌물죄에 대한 최종결론을 내릴 방침이다.

특검팀은 9일 최 부회장(미래전략실장)과 장 사장(미래전략실 차장)을 소환해 조사했다. 이들은 이 부회장의 최측근으로 분류되는 핵심 임원이며 최 부회장은 그룹의 2인자로 통한다.

삼성그룹은 '비선 실세' 최순실씨가 추진한 미르·K스포츠재단에 총 204억원을 출연했다. 이는 지원에 나선 53개 대기업 중 최대 규모로 전체 출연금(774억원)의 26.4%에 달한다. 삼성은 또 최씨 딸인 승마선수 정유라씨에게 220억원 지원을 약속한 뒤 80억원을 지급하고, 최씨 조카 장시호씨가 실소유한 한국동계영재스포츠센터에 16억여원을 후원했다.

삼성은 이 모든 일이 청와대의 강요에 의해 이뤄졌다고 주장해왔으나 특검팀은 지난해 7월 이뤄진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 대가로 이같은 지원이 이뤄졌는지 여부에 수사력을 모아왔다. 특검팀이 본격 수사를 시작하기 전 삼성의 고위 임원을 제3의 장소로 불러 조사한 것도 모두 이 대가성 입증을 위해서였다.

특검팀은 한 달여 간의 수사로 대가성을 입증할 증거를 다수 확보했다. 우선 특검팀은 삼성물산 합병에서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한 국민연금의 합병 찬성 의결이 비정상적으로 이뤄졌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삼성물산 합병 찬성과 관련해 '박근혜 대통령→안종범 당시 청와대 경제수석→문형표 당시 복지부 장관→국민연금(홍완선 전 기금운용본부장)'으로 이어지는 연결고리 역시 파악을 해 둔 상태다.

여기에 박 대통령이 이 부회장과의 단독 면담 자리에서 최씨 일가에 대한 지원을 요구했다는 취지의 증언과 물증도 나왔다. 특검팀은 박 대통령이 2014년 9월 대구창조경제혁신센터 출범식 때 이 부회장과의 독대 자리에서 "승마선수들이 좋은 성적을 내도록 좋은 말도 사주고 지원을 해달라"고 부탁했다는 삼성 관계자 진술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합병 성사 이후인 지난해 7월25일 독대에서는 박 대통령이 승마 관련 지원이 늦어지는 것을 놓고 이 부회장을 질책했다고 한다. 여기에 특검팀은 안 전 수석으로부터 (같은 날)"박 대통령으로부터 (삼성의 영재센터 지원과 관련한) 지시가 있었다"는 진술을 확보했으며 안 전 수석의 업무수첩에서도 관련 내용을 확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부회장은 이후 급하게 미래전략실 임원을 소집해 회의를 열고 최씨 일가에 대한 즉각적인 지원을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검팀은 이같은 정황, 진술 및 물증을 근거로 삼성의 최씨 일가에 대한 지원에 '대가성'이 어느정도 입증됐다는 판단을 내렸다.

특검팀은 삼성의 지원이 그룹 내 의사결정의 정점에 있는 이 부회장의 승인 없이는 불가능한 거래로 보고 있다. 관련 진술과 증거가 모두 이 부회장을 가리키고 있는 탓이다. 이날 특검팀이 미래전략실의 최고위 인사들을 소환한 것도 이 부회장을 조사하기 전 최종적으로 사실관계를 맞춰보는 차원으로 보인다. 특검팀이 구속영장을 청구하면 이 부회장이 큰 압박을 느낄 것으로 전망된다.

특검팀은 또 이 부회장이 지난달 9일 '최순실 게이트' 국정조사 청문회에서 "박 대통령과 독대 때 삼성물산 합병이나 기부금 출연 얘기가 오가지 않았다"고 증언한 것을 위증으로 보고 수사할 방침인 것으로 전해졌다. 특검팀 관계자는 이날 "아직 이 부회장의 소환일정이 결정되진 않았다"고 말했다.

한편 특검팀은 '문화계 블랙리스트' 작성·실행에 관여한 김상률 전 청와대 교육문화수석, 김종덕 전 문체부 장관, 정관주 전 문체부 1차관, 신동철 전 청와대 정무비서관 등 4명에 대해 직권남용 등 혐의로 구속영장을 청구키로 했다. 이들에 대한 구속영장 발부 여부가 결정되면 이를 총괄하고 실행한 김기춘 전 비서실장과 조윤선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을 소환조사할 계획이다.

최씨 일가의 재산 형성 과정을 추적 중인 특검팀은 박 대통령의 제부인 신동욱 공화당 총재를 소환하는 등 수사에 속도를 냈다. 재판 출석을 이유로 4번째 소환에 불응한 최씨에 대해서는 뇌물죄와 업무방해 등 혐의의 피의자로 입건해 재판 이후 재소환을 시도키로 했다. 결과에 따라 체포영장·구속영장 청구도 검토할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