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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L생활법률]제품·서비스 불만, 온라인 게재하면 전부 '명예훼손'?

[the L]정보통신망 활용한 명예훼손죄 더욱 중하게 처벌, 大法 "소비자 권리도 보호필요, 명예훼손여부 신중히 판단해야"

편집자주[theL생활법률]은 일상 생활에서 궁금할 수 있는 법적 쟁점에 대해 쉽고 친절하게 설명해 드리는 코너입니다. thel@mt.co.kr로 사례를 보내주시면 독자 여러분의 궁금증도 해결해 드리겠습니다. 변호사 자문을 거쳐 기사로 답해드리겠습니다.
/그래픽=이지혜 디자이너

<사례1>
음식배달 앱으로 평소 간식을 주문하는 K씨는 여느 때처럼 음식을 주문했다가 음식 안에 플라스틱 실과 같은 이물질이 들어있는 것을 발견했다. 화가 난 K씨는 음식점에 전화를 걸어 항의를 했으나 음식점 주인이 되레 적반하장 격으로 화를 냈다고 한다. 

K씨는 앱 사용자 게시판에 불만글을 올렸다. 이에 음식점 주인은 해당 이물질이 자기네 실수로 들어간 것인지 증명하라며 명예훼손 소지가 있으니 즉각 글을 내리라고 주장했다.

<사례2> 
H씨는 몇달 전 지인이 운영하던 한 의원에 가서 약을 처방받아 복용하던 중 온 몸에 심한 두드러기가 일어나는 부작용을 앓았다. H씨는 해당증상을 가라앉히기 위한 치료를 받고 나서야 증상이 나았다. H씨는 해당의원에 본인에 대한 처방이 잘못된 것이 아닌지 확인을 구했으나 의원 측이 모르쇠로 일관하면서 마음의 상처를 받았다.

H씨는 해당의원의 홈페이지 게시판에 본인이 앓은 부작용과 함께 해당의원의 부적절한 처분에 대한 불만을 제기하는 글을 올렸다. 의원 측은 즉시 H씨에게 '해당 게시물이 명예훼손 소지가 있으니 즉각 글을 내리라'며 글을 내리지 않을 경우 소송을 제기할 수 있다고 전해왔다.

어지간한 가게나 기업·단체들은 자신들만의 홈페이지를 운영하곤 합니다. 배달용 앱에서도 점포별 이용자 후기를 올릴 수 있는 게시판들이 마련돼 소비자들이 자유롭게 의사를 주고받을 수 있도록 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소비자들의 반응은 항상 홈페이지 운영자나 점주들의 마음과 같지는 않습니다.

소비자와 점주 간의 분쟁이 원만하게 합의로 해결될 수 있다면 제일 좋겠지만 세상 일이 마음처럼 순탄하게 흘러가지는 않는 모양입니다. 앞서 예로 든 사례들은 인터넷 게시판에서 흔히 찾아볼 수 있는 사례들입니다. 소비자들은 점주들이 '소송'이라는 단어를 꺼내면 덜컥 겁을 먹고 울며 겨자먹는 격으로 본인의 불만을 그저 참고 넘어가기 십상입니다.

실제로 인터넷 등 정보통신망을 통한 명예훼손죄는 일반적인 명예훼손죄에 비해 그 형이 훨씬 무겁다는 데 유의해야 합니다. '사실'을 알린 행위라고 하더라도 형법이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하고 있는 데 비해 정보통신망법(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은 3년 이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 벌금에 처하도록 규정하고 있습니다. 

정보통신망을 이용한 명예훼손에 대해 더 무거운 형을 규정한 이유는 일반적인 명예훼손 행위에 비해 정보의 확산속도가 매우 빠르고 그 범위를 예측하기 어려울 뿐 아니라 정보의 반복·재상산으로 이미 유포된 정보를 삭제하기가 매우 어렵기 때문입니다(헌법재판소 2016년 2월25일 선고, 2013헌바105). 

하지만 현실에서는 해당규정을 간과하게 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뭣보다 모바일 기술의 발달 등으로 온라인 환경에 대한 접근가능성이 대폭 높아진 게 한 이유입니다. 뿐만 아니라 수차례 해당점포의 인터넷 홈페이지 게시판에 불만글을 올렸다고 하더라도 납득할 만한 점포 측의 사과 없이 일방적으로 게시글이 삭제되는 경우도 많고 되레 소비자가 점주로부터 고소·고발의 겁박을 받는 경우도 많습니다. 

겁박 차원에 그치지 않고 실제 소송으로 이어지는 경우도 많습니다. 서울 소재 한 산후조리원에서 산후조리를 하다가 생긴 불만을 한 포털사이트 카페에 올렸다가 명예훼손 혐의로 기소됐던 A씨의 사례가 대표적입니다. 

A씨는 2011년 한 산후조리원에서 2주간 산후조리를 받는 과정에서 온수보일러 고장, 산후조리실 사이의 소음 등 문제로 고생을 했습니다. 그는 산후조리원 측이 제시한 250만원의 비용이 정당하냐며 문제를 제기했으나 산후조리원 측이 "막장으로 소리를 지르고 난리도 아니다"라는 등의 반응을 보였다고 한 포털사이트 카페에 이용후기를 올렸습니다. A씨는 또 산후조리원 측이 이용후기로 자신들이 피해를 볼 경우 손해배상을 청구하겠다는 등 내용도 게시물로 올렸습니다.

1심과 2심은 A씨의 행위가 정보통신망을 이용한 명예훼손죄에 해당한다고 판단, 벌금 50만원형을 선고했습니다. A씨가 글을 올린 카페의 회원이 2만명이 넘고 해당 산후조리원에 대한 정보제공이 아니라 태도와 언행을 인격적으로 비난하는 표현이 다수 포함돼 있다는 등 이유로 A씨의 불만글 게시행위가 '사람을 비방할 목적'에 해당한다고 본 것입니다. 1,2심은 또 A씨의 비난내용이 위법성 조각사유인 '공공의 이익에 대한 사실의 적시'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했습니다.

하지만 대법원에서 1,2심의 판단이 완전히 뒤집혔습니다. 정보통신망법 규정상 명예훼손죄가 성립하려면 '사실'의 적시 외에도 '사람을 비방할 목적'이 있어야 합니다. 1,2심에서는 A씨의 행위가 '사람을 비방할 목적'이 있었다고 본 반면 대법원은 그렇지 않다고 본 사안입니다.

대법원은 "피고인의 주요한 동기나 목적이 공공의 이익을 위한 것이라면 부수적으로 산후조리원 이용대금 환불과 같은 다른 사익적 목적이나 동기가 내포돼 있다는 사정만으로 피고인에게 산후조리원 측을 비방할 목적이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며 "유죄를 인정한 원심판결에 명예훼손죄 구성요건 요소인 '사람을 비방할 목적'에 대한 법리를 오해한 위법이 있다"고 판결했습니다.

대법원에 따르면 국가는 소비자 보호운동을 법률이 정하는 바에 따라 보장해야 하고(헌법 제124조) 소비자는 물품·용역을 선택하는 데 필요한 지식·정보를 제공받을 권리와 사업자의 사업활동 등에 대해 소비자의 의견을 반영시킬 권리가 있습니다(소비자기본법 제4조). 

상고심 재판부는 "소비자가 인터넷에 자신이 겪은 객관적 사실을 바탕으로 사업자에게 불리한 내용의 글을 게시하는 행위에 '비방의 목적'이 있는지는 해당 적시사실의 내용과 성질, 해당 사실의 공표가 이뤄진 상대방의 범위, 표현의 방법 등 표현자체에 대한 제반사정을 두루 심사해 더 신중하게 판단해야 한다"고 판시했습니다.

또 "'산후조리원 측의 막장대응' 등과 같이 다소 과장된 표현이 사용되기는 했지만 …(중략)… 피고인이 제기한 불만에 대응하는 피해자 태도의 문제점을 지적하는 것이고 인터넷 게시글에 적시된 주된 내용은 객관적 사실에 부합한다"며 "산후조리원에 관한 정보는 출산을 앞둔 임산부들의 관심과 이익에 관한 것으로 …(중략)… 산후조리원을 이용하려는 임산부의 신중한 선택에 도움을 주기 위해 인터넷에 이 사건 글을 게시하게 됐다고 동기를 밝혔다"는 점을 중요하게 봤습니다.

재판부는 "피고인이 같은 내용의 글을 반복 게시했지만 이는 자신의 글이 피해자 측의 요청 등으로 인터넷에서 삭제되거나 게시가 중단된 것에서 기인했다"며 "산후조리원 이용에 불편을 겪었다는 내용의 글로 피해자의 사회적 평가가 저하한 정도는 인터넷 이용자들의 자유로운 정보 및 의견 교환에 따른 이익에 비해 더 크다고 보기 어렵다"고 봤습니다. A씨의 행위를 '비방의 목적'에서만 비롯된 것으로 보고 유죄를 선고해서는 안된다는 지적입니다.

이민 변호사(법률사무소 늘찬)는 "모든 소비자가 상인의 재화·용역에 만족하는 것은 불가능하기 때문에 소비자의 의견이 상인에게 불리하더라고 어느 정도 상인 등이 이를 감내하도록 하는 게 최근 판례의 트렌드"라며 "공익성 정보가 거의 없거나 욕설로만 도배가 돼 있는 등 특이한 사례가 아닌 한 소비자의 의견개진 권리는 폭넓게 인정되고 정보통신망법상 명예훼손죄가 성립하는 경우는 드물다"고 말했습니다.

이 변호사는 "온라인상 의견개진에 대한 명예훼손죄는 정치인 등 공인에 대해서도 잘 성립하기 않는, 즉 '사람을 비방할 목적'이 잘 인정되지 않는 경향이 있다"면서도 "일반 사인이나 연예인 등 개인에 대해서는 '사람을 비방할 목적'이 보다 폭넓게 인정돼 유죄가 될 가능성이 높다는 데 유의해야 한다"고 당부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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