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완종 리스트'에 연루돼 재판에 넘겨진 홍준표 경남도지사가 16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고등법원에서 열린 항소심을 마친 후 소감을 밝히고 있다./ 사진=뉴스1

'성완종 리스트'에 연루돼 1심에서 실형을 선고받은 홍준표 경남도지사가 2심에서 무죄 판결을 받았다.

서울고법 형사2부(부장판사 이상주)는 16일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홍 지사에 대해 유죄를 선고한 1심 판결을 깨고 무죄를 선고했다. 홍 지사와 함께 기소돼 1심에서 유죄 판결을 받은 윤승모 전 경남기업 부사장도 무죄를 선고받았다.

재판부는 1심과 달리 홍 지사에게 금품을 전달했다는 윤 전 부사장의 자백 진술은 그대로 믿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윤 전 부사장이 돈을 전달한 경위에 대해 진술을 수차례 변경했고, 진술 자체에도 모순이 있다는 이유에서다.

재판부는 "윤 전 부사장은 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으로부터 (돈이 든) 쇼핑백을 받아 그 다음날 홍 지사를 만났다고 진술하다가, 쇼핑백을 2~3일 보관했을 수도 있다고 하는 등 정확한 기억이 없다는 취지로 진술했다"며 "당시 집에서 이동하면서 차량을 운전한 사람이 자신인지 부인인지도 일관되지 않게 진술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윤 전 부사장은 성 전 회장으로부터 '간수를 잘하라'는 취지의 말을 듣고도 돈이 든 쇼핑백을 아내에게 보여줬으며, 많은 직원이 근무하는 의원회관에서 돈을 건넸다고 진술한다"며 "그러나 의원회관 내에서 돈을 건넬 경우 출입기록 등 자료가 남고, 다수에 의해 목격될 가능성이 있음을 잘 알고 있던 윤 전 부사장이 진술대로 행동했다는 것은 믿기 어렵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윤 전 부사장이 자신의 다른 행위를 감추기 위해 허위 진술을 했을 가능성도 남아있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2015년 4월 성 전 회장의 횡령 혐의에 대한 수사가 개시돼 있었고, 윤 전 부사장이 받아간 1억원과 관련한 횡령 혐의에 대해서도 수사가 진행될 수 있던 상황이었다"라며 "이후 윤 전 부사장은 아내와 함께 변호사를 만나 '구속되지 않는 것을 중점으로 하자'는 취지로 대책 협의를 하기도 했다"고 설명했다.

홍 지사는 2011년 6월 국회 의원회관 의원실에서 윤 전 부사장으로부터 성 전 회장이 건넨 불법 정치자금 1억원을 수수한 혐의로 기소됐다.

1심은 홍 지사에게 징역 1년6월을, 윤 전 부사장에겐 징역 6월에 집행유예 1년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윤 전 부사장이 일관되게 금품전달 과정을 진술하고 있다는 점을 유죄 판단의 근거로 삼았다. 또 성 전 회장이 사망해 법정에서 진술하지는 못했지만, 그의 생전 진술이 형사소송법에 규정된 '특별히 신빙할 수 있는 상태'에서 이뤄졌다고 보고 예외적으로 증거능력을 인정했다. 다만 그가 현직 도지사인 점을 감안해 법정구속하지는 않았다.

반면 홍 지사 측은 성 전 회장으로부터 불법 정치자금을 받을 이유도 없었고, 윤 전 부사장의 진술도 믿을 수 없다고 주장해 왔다. 홍 지사는 1심 선고 후 "노상강도를 당한 기분"이라며 즉각 항소하겠다고 말했다. 2심 재판 도중 국회 의원회관에서 현장검증이 이뤄지기도 했다.

한편 홍 지사와 똑같이 '성완종 리스트'에 연루돼 1심에서 징역 8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던 이완구 전 국무총리는 지난해 9월 2심에서 무죄 판결을 받았다. 이때 심리를 맡은 재판부도 서울고법 형사2부였다. 당시 재판부는 성 전 회장의 사망 전 언론인터뷰 중 이 전 총리에 관한 부분은 '특별히 신빙할 수 있는 상태'에서 이뤄진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는 점을 근거로 1심 판단을 뒤집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