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법재판관들이 20일 서울 종로구 재동 헌법재판소 대심판정에서 열린 박근혜 대통령 탄핵심판 제15차 공개변론기일을 마치고 대심판정을 나오고 있다./ 사진=뉴스1

박근혜 대통령 탄핵심판을 진행 중인 헌법재판관들이 경찰에 경호를 요청했다. 심판 선고가 가까워질 수록 시민사회 갈등이 격화되는 것에 따른 조치로 보인다.

23일 헌법재판소는 이정미 헌재소장 권한대행 등 재판관 8명이 전날부터 경찰의 24시간 개별경호를 받고 있다고 밝혔다. 정해진 경호 기한은 없다. 필요하다면 탄핵심판 선고 후에도 재판관들이 경호를 받을 수 있다는 뜻이다. 최종변론기일과 선고기일쯤엔 만일을 대비해 헌재 인근에 경찰병력이 추가로 투입될 계획이다.

헌재는 2014년 옛 통합진보당 해산심판 때도 재판관 경호를 요청한 적이 있다. 당시 선고가 나기 몇 시간 전부터 통진당 해산에 찬성·반대하는 시민단체와 정당 지지자들이 잇따라 헌재 인근에서 집회를 열었다.

최근 박 대통령 탄핵심판 최종변론기일이 정해지는 등 절차가 마무리 단계에 접어들면서 비슷한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 탄핵심판 중반 무렵엔 탄핵을 촉구하는 한 종교인이 몸에 불을 붙여 숨지는 등 갈등이 고조됐다. 설날엔 탄핵에 반대하는 60대 남성이 태극기를 들고 투신했다.

박 대통령 탄핵심판 최종변론기일은 전날 16차 변론에서 27일 오후 2시로 연기됐다. 당초 최종변론기일은 24일이었지만, 박 대통령 측이 준비할 시간이 부족하다면서 재판 진행을 방해했고 헌재는 일단 박 대통령 측 주장을 받아들였다. 헌재는 또 26일까지 박 대통령이 직접 출석할지 여부를 알려달라고 요청한 상태다. 박 대통령이 출석할 경우 경호를 준비하고 예우를 차리기 위해 적어도 하루는 시간이 필요하다는 이유에서다.

헌재는 박 대통령이 출석할 경우 국회 소추위원단과 재판부의 신문을 받아야 한다고 고지했다. 이 권한대행은 "적극적으로 답변하시는 게 사건 실체를 파악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권유했지만 박 대통령 측은 "어떤 구조에서 신문이 이뤄지는지 알 수 없는 상황에서 대통령 출석을 단정할 수 없다"고 반발했다. 박 대통령 측 대리인단은 출석 여부를 박 대통령 본인과 상의해보겠다는 입장이다.

일각에선 박 대통령이 끝까지 헌재에 출석하지 않을 것이란 의견이 나온다. 박 대통령이 불리한 위치에서 신문을 받게 될 위험을 무릅쓸 가능성은 높지 않다는 이유에서다. 재판부나 소추위원단의 질문에 잘못 대답했다가 오히려 궁지에 몰릴 우려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