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핵심판을 앞두고 24일 오전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정문 앞에서 경찰병력들이경계근무를 강화하고 있다./ 사진=뉴스1

헌법재판소는 27일 오후 2시부터 박근혜 대통령 탄핵심판 최종변론을 진행한다. 박 대통령 측과 국회 소추위원단 측이 마지막 격론을 벌일 것으로 예상된다.

이날 심판정에서 국회 소추위원단은 △비선조직에 따른 국민주권주의·법치국가원칙 위반 △대통령의 권한남용 △생명권 보호의무 위반 △각종 형사법 위반 △언론자유 침해 등 5가지 탄핵사유에 따라 박 대통령은 파면돼야 한다고 강조할 것으로 보인다.

앞선 변론에서 소추위원단은 최씨가 박 대통령의 '비선실세'로 활동하면서 국정을 좌지우지했다고 주장했다. 최씨가 청와대 비밀자료를 받아보면서 국가정책과 정부 인사에 관여했고, 이는 모두 박 대통령의 지시에서 비롯됐다는 것이다. 소추위원단은 박 대통령이 국민에게 위임받은 권력을 최씨에게 넘겼으며, 최씨가 대통령의 권력을 행사하도록 조장·방조했다고 지적했다.

소추위원단은 박 대통령이 어떤 법적인 근거도 없이 미르·K스포츠재단을 설립하고 자금 774억원을 끌어모은 것은 불법행위라고 주장하고 있다. 또 최씨가 양 재단을 사유화하고 정부 지원금을 끌어와 막대한 이득을 챙기려 했다고 강조했다. 이로써 국가권력이 최씨의 사익 추구를 위한 도구로 전락했다는 게 소추위원단 측의 주장이다.

또 소추위원단은 박 대통령이 노태강 전 문화체육관광부 국장 등 최씨에게 방해가 될 만한 인사들을 전보·해임 조치했으며, 김상률 전 청와대 교육문화수석(57)·김종덕 전 문체부 장관(60) 등 최씨 측 사람들을 정부 요직에 앉혔다고 지적했다. 또 박 대통령의 영향력으로 최씨 사람들이 기업에 들어가거나 일감을 수주한 것은 명백한 법률 위반이라고 밝혔다.

세월호 참사 당일 박 대통령의 행적도 소추위원단 측이 주장하는 중요한 탄핵사유다. 박 대통령이 정확히 어느 시점에 세월호 참사를 처음 알았는지, 세월호 참사 관련 첫 보고를 받았다고 한 오전 10시부터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을 방문한 오후 5시15분까지 무엇을 했는지, 왜 중대본에 나오기 전까지 관저에 머물렀는지 등은 여전히 의혹투성이다. 이를 두고 소추위원단은 박 대통령이 구조책임자로서 의무를 다하지 않았다며 심판정에서 세월호 참사 당일 행적을 말끔히 밝혀야 한다고 주장했다.

탄핵사유 중 언론자유 침해는 2014년 11월 '정윤회 문건'을 보도한 세계일보와 관련이 있다. 이 보도로 비선실세의 존재가 드러나자 박 대통령이 조한규 전 세계일보 사장을 해임시키는 등 언론을 탄압했다는 게 소추위원단 측의 주장이다. 소추위원단은 "청와대는 검찰을 동원한 대응책 마련과 추가보도를 억제할 방안에 몰두했다"며 헌법 위반이라고 지적했다.

이에 맞서 박 대통령 측은 소추위원단이 제시한 탄핵사유는 전부 사실이 아니며, 이번 국정농단 사건은 고영태 전 더블루K 이사의 음모라는 주장을 펼 것으로 전망된다. 또 탄핵소추 자체가 절차상 무효라고 주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박 대통령 측은 연설문과 홍보 분야에서 최씨의 도움을 받은 것은 맞지만, 최씨가 국정을 좌지우지하지는 않았다고 반박해 왔다. 미르·K스포츠재단도 문화융성과 창조경제라는 국정기조에 따라 만든 것이라는 입장이다.

아울러 세월호 참사는 안전수칙이 지켜지지 않은 점, 구조현장 대응이 미숙했던 점 때문에 발생한 사고이며, 박 대통령의 책임은 없다고 강조했다. 박 대통령 측은 세계일보에 대한 어떤 압력도 행사하지 않았다고도 변론해 왔다.

박 대통령 측은 탄핵소추와 탄핵심판 절차도 문제삼을 것으로 보인다. 앞서 박 대통령 측은 국회가 13가지 탄핵사유를 하나하나 표결하지 않고 한 번에 가결시킨 것은 잘못이라고 했다. 또 헌법재판소장 자리가 공석인 데다, 이정미 권한대행의 퇴임이 임박한 시점에서 재판을 진행해선 안 된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헌재는 법무부 의견서를 근거로 탄핵소추 절차에 문제가 없으며 재판 진행은 재판부가 결정할 사항이라고 선을 그었다.

최종변론 후 헌재는 평의와 결정문 작성에 들어간다. 선고 날짜는 재판부가 평의를 거쳐 밝힐 것으로 보인다. 2004년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 탄핵심판 사건 때 헌재는 4월30일 최종변론을 진행하고 5월11일 선고날짜를 고지한 뒤 5월14일 선고를 냈다.

당시 최종변론부터 선고까지 2주일이 걸렸던 점, 이 권한대행의 퇴임일인 다음달 13일 전에 선고가 날 가능성이 높다는 점 등을 감안하면 선고날짜는 다음달 10일이 유력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