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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률시장 포화? R&D통한 신시장 개척이 답"

[the L초대석][로펌 대표 인터뷰] 윤세리 대표변호사(법무법인 율촌)

편집자주머니투데이 더엘(the L)은 한국 법률서비스시장을 대표하는 주요로펌의 대표변호사와의 릴레이 인터뷰를 통해 법률서비스 시장의 전망과 주요로펌의 전략에 대해 소개하는 코너를 마련했습니다.
법무법인 율촌의 윤세리 대표변호사 /사진제공=법무법인 율촌

해외에서 물건을 수입해 한국에서 판매하는 사업을 벌이는 A사는 큰 고민에 빠졌다. '이전가격'과 관련해 국세청, 관세청 등 국내 과세당국이 상반된 입장을 취하고 있다보니 을(乙)입장에 놓인 A사로서는 어느 쪽에 맞는 스탠스를 취해야 할지 헷갈렸기 때문이다.

이전가격(Transfer Price)란 여러 나라에 걸쳐 원재료, 중간재, 최종재 생산기지와 판매거점을 분산시켜 운영하는 다국적기업이 이들 재화를 국경을 넘어 거래하는 과정에서 매기는 가격을 의미한다. 다국적기업의 본사·해외자회사 등을 하나의 실체로 보면 이전가격이 어떻게 매겨지든 큰 차이가 없기 마련이다.

하지만 관세청으로서는 수입가격이 높게 매겨져야만 국내로 유입되는 재화의 가치가 높아지기 때문에 더 많은 세금을 부과할 수 있는 유인이 있다. 반면 국세청으로서는 수입가격이 낮게 매겨져야만 국내기업의 비용이 절감돼 최종이익이 높아지고 법인세를 더 많이 부과할 유인이 생긴다. 이전가격을 어떻게 매기든 관세청이나 국세청으로부터 세무조사를 받고 가산세를 물어야 할 리스크에 직면할 수밖에 없다.

법무법인 율촌의 조세그룹은 이같은 문제를 인지하고 기획재정부 등 정부부처에 관세청·국세청에 적용될 적정 과세기준을 세워줄 것을 건의했다. 이 결과 나온 것이 바로 'ACVA'(Advanced Customs Valuation Agreement, 사전 관세협정)이다. 이로 인해 기업들은 외국에서 한국으로 물건을 떼올 때 정상적인 거래였음에도 관세청이나 국세청 어느 쪽으로부터 예기치 않은 가산세를 물어야할 지 모른다는 불안감을 떨쳐버릴 수 있게 됐다.

법무법인 율촌의 윤세리 대표변호사(사진)는 머니투데이 더엘(the L)과의 인터뷰에서 "법률서비스 시장이 포화됐다고 하지만 연구개발(R&D)를 통해 신시장을 개척하기 위한 노력은 고부가가치의 신시장을 열 수 있는 힘이 된다"며 "율촌의 조세그룹이 A사 등을 대리해 소송 이전에 원활한 해법을 마련한 사례가 대표적"이라고 말했다.

또 "그간 국내 대형로펌에게 법률서비스 시장은 고객이 찾아와서 어떤 문제를 해결해달라고 의뢰할 때 이를 주문한 대로 해결해주는 OEM(주문자 상표부착 생산) 산업에 불과한 저위험·저수익(Low Risk, Low Return) 구조였다"며 "일반기업과 마찬가지로 변호사들이 고객 입장에서 소재를 개발하고 마케팅을 펼친다면 할 일이 무궁무진하게 많아질 수 있다"고 강조했다.
법무법인 율촌의 윤세리 대표변호사 /사진제공=법무법인 율촌


◇"법률시장 포화는 관점의 문제.. 할일은 여전히 많다"
윤 대표는 "그간 로펌의 주요고객이었던 일반기업에서도 사내변호사의 고용이 늘어나면서 저부가가치의 일은 그만큼 줄어들고 있다"면서도 "종전 대형로펌들이 담당하던 저부가가치의 업무는 중소형 로펌이나 개업변호사 등 비용부담이 적은 쪽으로 몰려가거나 기업 사내변호사가 자체적으로 흡수해버리는 등 추세가 나타난다"고 설명했다.

이어 "삼성전자 등 글로벌 무대에서 수위권으로 올라선 기업들이 많아지면서 고부가가치의 하이엔드급 법률서비스 수요는 날로 늘어나고 있다"며 "이같은 일들을 감당할 수 있는 곳은 아무래도 경쟁력이 우수한 대형로펌일 수밖에 없고 대형로펌 중에서도 경쟁력을 갖추지 못한 곳은 뒤쳐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 때문에 율촌은 공정거래, 기업법무·금융, 송무, 조세, 부동산·건설, 지적재산권, 노동 등 7개의 프랙티스(업무)그룹별로 자체 연구소를 두고 R&D투자를 집행하고 있다고 한다. 자체적으로 혁신 프로젝트를 추진하는 등 성과로 최근에는 영국의 FT(파이낸셜타임즈)로부터 가장 혁신적인 로펌으로 선정되는 등 성과도 거뒀다.

이제 대형로펌도 R&D에 대한 투자를 확대할 수밖에 없다는 게 윤 대표의 설명이다. 그는 "대형로펌간 범용 서비스에 대한 가격경쟁으로 인해 수익(Revenue)이 큰 폭으로 감소하고 있다"며 "고객에 대한 가격덤핑에 만약 100억원을 쓴다면 그 이듬해에는 200억원을 써야하는 등 로펌의 부담은 더더욱 늘어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또 "대형로펌간 전통적인 법률서비스의 가격을 낮추기 위한 경쟁이 아니라 신상품을 개발하기 위한 경쟁이 진행되면 대형로펌도, 고객도, 나라경제 전체 차원에서도 고루 좋은 결과가 나올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새 서비스 개발을 위한 R&D 비용은 당해년도에 성과가 나오지 않는다더라도 향후년도에 성과가 나오기 마련"이라며 "반면 가격덤핑에만 골몰하면 향후엔 더 큰 폭의 가격삭감을 감내해야 하는 어려움에 처하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변호사 수가 많아지고 새로운 법률사무소·로펌 등이 새로 개설되는 등 경쟁이 심화되면서 법률시장 참여자 사이의 빈익빈 부익부 현상은 더 심화될 것으로 보인다. 종전 대형로펌의 경쟁우위 상태도 보다 공고화될 가능성이 높다는 평가다. 윤 대표는 "일본의 경우 1인당 경제력이 한국에 비해 2배 정도에 한국대비 인구규모가 2.5배에 달하는 등 시장이 최소 5배에 달한다"며 "그만큼 큰 시장임에도 일본에서도 빅4~빅5로 불리는 소수기업이 시장을 과점하는 상태로 가져가고 있다"며 설명했다.

◇법률시장 개방, 빅6 대형로펌의 타격은 적을것
지난달부터 미국로펌에 대한 3단계 법률시장 개방이 단행됨으로써 미국·유럽로펌 모두에 대해 시장이 열렸지만 그 타격은 크지 않을 것이라는 평가다. 일단 한국 법률시장의 특성상 한국 빅6로펌(김앤장 광장 태평양 세종 화우 율촌 등)이 과점상태로 장악하고 있는 기업상대 송무·자문시장에 외국로펌이 경쟁력을 갖기 어렵다는 관측이 나온다.

윤 대표는 "한국의 로펌 입장에서는 선진국 외국로펌이 한국관련 자국기업의 사건을 보내주는 인바운드 사건을 유치하거나 한국기업이 직면한 외국현지 사건을 외국로펌과 공동으로 담당하는 업무를 주로 맡아왔다"며 "이같은 업무분담 구조는 상당기간 지속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또 3단계 시장개방의 핵심이 한국·외국로펌 합작법인 허용인데 의미있는 합작활동이 나타나기 어려워 보인다는 점도 법률시장 개방의 여파가 크지 않을 것으로 관측하는 이유로 꼽힌다. 윤 대표는 "합작법인이 국내 법률시장에서 의미있는 경쟁력을 갖추려면 최소 일반기업 담당을 비롯해 M&A(인수합병)·공정거래 부문을 뒷받침할 인력과 조세 전문 변호사 등이 필요하다"며 "이들 각 부문별로 필요한 인원이 각 20~30명씩 모여 50~60명은 갖춰야 고객들에게 최소한의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또 "설령 50~60명의 인원을 모은다더라도 400~600명씩 인원을 갖춘 국내 대형로펌들과 경쟁해야 하는데 이 역시 합작법인으로서는 녹록치 않다"며 "더 큰 문제는 외국로펌 입장에서 한국에서의 사업을 크게 벌이는 게 과연 수지가 맞을 것인지 여부"라고 평가했다. 한국에서의 변호사 인건비를 감안할 때 외국로펌이 합작법인을 세워 공격적으로 영업에 나서기 어려운 구조라는 얘기다.
법무법인 율촌의 윤세리 대표변호사 /사진제공=법무법인 율촌


◇대형로펌과 중소형·개인사무소의 상생고리, '교육훈련'
윤 대표는 현재의 변호사업계가 사법시험 출신과 로스쿨 출신, 대형로펌 소속과 중소형·개인사무소 변호사 등으로 잘게 쪼개져 치열하게 대립하고 있는 상황에 대해서도 안타까워했다. 그는 "개업 변호사들이 공정거래위원회, 금융감독원, 국세청 등에 좋은 이슈를 던지고 수준높은 소송을 제기해야 대형로펌 입장에서도 먹을 거리가 생겨난다"며 "대형로펌이 중소형·개인사무소 변호사들에게 해줄 수 있는 것은 그들이 질높은 교육훈련을 받도록 지원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대한변협이나 지방변호사회 등이 법률시장의 추세를 연구해서 시장수요를 전망하고 그에 대비한 법률전문가를 선제적으로 양성하기 위해서는 대형로펌의 경제적 지원이 필수적이다. 이같은 프로그램이 원활히 돌아갈 경우 중소형·개인사무소 변호사들이 대기업의 경영활동이 합리적으로 진행되는지 감시하게 되고 소비자는 자기 몫을 제대로 챙길 수 있으며 국가경제 전체의 효용을 높일 수 있다는 게 윤 대표의 설명이다.

◇"변호사·비변호사 망라한 '학습하는 공동체', 역량키울것"
물론 대형로펌 입장에서도 지속적인 교육훈련이 중요한 것은 마찬가지다. 윤 대표는 "지식이 생산되고 유통되는 속도가 기하급수적으로 빨라지는 상황에서 법률서비스 산업과 같은 지식산업도 그와 같은 속도에 맞춰 업데이트될 필요가 있다"며 "선배 변호사들은 한 번 시험에 합격한 후 그때까지 배운 것으로 평생을 먹고 살았지만 앞으로는 매번 공부하지 않으면 영영 일을 갖지 못하는 경우가 생길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과거만 해도 1960년에 민법이 제정된 후 1984년이 돼서야 재산편이 개정되고 22년간 변화가 없는 등 법제의 변화가 크지 않았다"며 "이제는 각종 특별법이 만들어지고 회사법, 세법, 공정거래법 등 다양한 부문의 판례도 엄청난 속도로 새로 만들어지고 있는데 교육훈련을 게을리 해서는 대형로펌이라고 현재의 지위를 유지할 수 없다"고 우려했다.

실제 율촌이 표방하고 있는 타이틀도 '학습하는 공동체'다. 율촌은 변호사 대상 교육훈련과 별도로 비(非)변호사에 대한 교육훈련도 강화한다는 방침이다. 윤 대표는 "이젠 개개 변호사의 비서가 직접 소송관련 서류조사도 하고 변호사의 각종 업무를 지원할 수 있도록 패러리걸(법률사무보조원)로 변모해야 한다"며 "비서 등 기존 스태프의 입장에서도 이 길이 본인업무의 가치를 높이고 급여도 높아질 수 있는 데다 회사(로펌) 차원의 경쟁력도 높일 수 있다"고 강조했다.
법무법인 율촌의 윤세리 대표변호사 / 사진제공=법무법인 율촌


[Who is]
법무법인 율촌의 대표변호사이자 매니징 파트너를 맡고 있는 윤세리 대표는 1976년 서울대 법과대학을 졸업하고 1978년 제20회 사법시험에 합격하고 사법연수원을 10기로 수료했다. 부산지검에서 1년간 검사생활을 마친 후 미국 하버드 로스쿨과 미국 캘리포니아 헤이스팅스 로스쿨에서 각각 LLM, JD학위를 받았다. 윤 대표는 △SK텔레콤의 신세기통신 인수, 현대차와 다임러크라이슬러 간 전략적 제휴와 같은 기업 프로젝트 △루프트한자를 대리한 항공화물운송료 담합 관련 공정거래 사건 △국내외 금융기관을 상대로 한 SK증권의 파생상품 관련 국제소송·화해협상 등 굵직한 사건에서 활약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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