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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 강남구 역삼동 대한변호사협회 앞에서 열린 '한국법조인협회 법조화합 결의대회'에서 참가자들이 대한변호사협회 하창우 전 협회장의 퇴진을 촉구하고 있다. 2015.12.9/사진=뉴스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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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위은진 전 대한변협 인권위원회 부의원장 등 인권위원들이 서울 서초구 서울중지앙지법 기자실에서 테러방지법 의견서 제출 관련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이날 참석자들은 "대한변협은 테러방지법안 의견서가 결코 대한변협 공식입장을 반영한 것이 아님을 공개적으로 밝혀야한다"고 주장했다.2016.3.2/사진=뉴스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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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정훈 전 새누리당 정책위의장이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테러방지법 관련 특별 기자회견에서 하창우 전 변협 집행부가 보낸 테러방지법 전부찬성 의견서를 들고 발언하고 있다. 2016.2.25/사진=뉴스1 |
변호사업계를 대표하는 대한변호사협회 전(前) 협회장들이 잇따라 대선 캠프에 뛰어들면서 법조계에선 이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특히 안철수 국민의당 대선후보 캠프(이하 안캠)에 합류한 하창우 변호사에 대해선 당 안팎서 반발이 나오고 변호사사회에서도 논란이 일고 있다.
◇안캠 활동하던 청년 변호사들…하창우 영입발표에 '부글부글'
안캠에 이미 들어가 법률지원단 등에서 활동중이던 젋은 변호사들은 하 변호사가 법률지원단장으로 합류한다는 14일 당 발표에 반발하고 있다. 이들은 수 백명의 청년 변호사들을 조직화해 안 후보를 도울 계획이었으나 하 변호사 합류소식에 안캠에서 떠나야 할 지를 논의 중인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하 변호사는 현 시점 법조계에서 대표적으로 '안티'가 많은 인물 중 하나다. 불과 지난 2월 27일까지 변협 협회장을 지내며 역대 협회장 중 변호사회원들의 내부 갈등을 최악의 상황에 이르게 만든 장본인이란 평가도 나온다.
그는 신규 변호사배출 감축을 위해 사법시험 존치를 공약으로 내세웠고 로스쿨 출신 변호사들의 반발을 샀다. 변협 전체 변호사회원의 30%가 넘는 로스쿨 출신들을 홀대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게다가 변협 역사상 처음으로 협회장이 회원인 변호사들에게 형사고발을 당하는 불명예를 기록하기도 했다. 로스쿨 출신 변호사 단체인 한국법조인협회(한법협)는 하 변호사를 지난 2015년 12월 검찰에 고발했다.
하 변호사가 국회에 사시존치 로비를 하면서 발생한 협회 자료에 대한 로스쿨 변호사들의 감사요구를 묵살하고 압력을 가했다는 이유로 업무방해죄로 서울중앙지검에 고발한 바 있다. 당시 한법협은 "변협을 사시존치를 위한 사조직처럼 운영하고 로스쿨 출신 변호사들을 차별했다"며 "하 협회장과 수뇌부는 법조분열에 이른 현 사태에 모든 책임을 지고 전원 사퇴하라"고 촉구하기도 했다. 한법협은 형사고발 직후 역삼동 변협 앞에서 200여명이 모여 협회장 사퇴 촉구 시위도 진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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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안철수 후보 캠프의 하창우 변호사 영입을 비판한 이재화 변호사(전 민변 사법위원장) 4월 13일 트윗 |
◇의견수렴없이 절차 어기고 '테러방지법 전부 찬성' 의견 제출…사퇴압박까지
하 변호사는 로스쿨 출신들과 사시존폐 갈등으로 씻지 못할 앙금을 남긴 것 외에도 '테러방지법' 사태로 변호사사회를 발칵 뒤집어 놓은 인물이다. 지난해 2월 변협은 당시 여야가 첨예하게 대립하던 이슈인 '테러방지법'에 대해 '인권 침해 소지가 없다'는 취지로 '전부 찬성' 의견서를 여당과 국회에 제출해 논란을 일으킨 바 있다.
변호사 직역을 대표하는 변협이 변호사들의 의견 수렴없이 정치적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갈린 테러방지법에 '찬성'입장을 내 문제됐다. 당시 새누리당과 정부에 일방적으로 유리한 '찬성' 의견서를 내면서 회원들의 의사를 묻지 않고 정상적인 법안 의견제출절차도 거치지 않았다.
하 변호사와 채명성 전 법제이사 등 일부 집행부만 모여 긴급회의를 통해 '찬성'의견을 내기로 결정한 점도 뒤늦게 알려져 문제가 된 바 있다. 결국 변협 인권위원회와 민변을 비롯한 변호사회원들이 강하게 반발하자 하 변호사는 사과문을 전체 변호사들에게 보내기도 했다. 활발하게 활동하던 페이스북에 변호사들의 항의가 빗발치자 이때 수개월간 계정을 닫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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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해 2월 테러방지법 전부 찬성 의견을 국회와 여당에 낸 하창우 변협 집행부를 비판한 이재명 성남시장 SNS 캡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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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5년 하창우 변협 집행부가 국회의장과 김정훈 새누리당 정책위 의장에게 보낸 검토의견서 공문 첫페이지. 문서번호가 같다. |
◇협회장 시절 최측근 채명성은 朴 변호인단, 강신업은 벌금형
하 변호사의 협회장 시절 최측근들의 현 상황도 곱씹어 볼 대목이다. 법제이사를 맡았던 채명성 변호사는 현재 유영하 변호사와 함께 박근혜 전 대통령 변호인단에 남아 있다. 채 변호사는 지난해 12월 탄핵심판 박 전 대통령 측 법률대리인단에 합류한 것부터 논란이 됐다.
그가 이미 더불어민주당 주최 탄핵소추안 토론회에 변협 대표로 두 번이나 참석해 박 전 대통령의 잘못과 소추 타당성을 강조한 뒤, 갑작스레 탄핵심판에서 반대 당사자인 대통령 측 변호인단에 합류했기 때문이다. 당시 변협을 변호사업계 대표로만 알고 토론자를 요청해 법제이사인 채 변호사를 토론회에 참석시켰던 민주당은 멘붕에 빠지기도 했다.
채 변호사는 보수성향 변호사 단체인 '한반도 인권과 통일을 위한 변호사 모임(한변)' 공동대표 겸 사무총장이다. '한변'은 진보성향 변호사 단체인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민변)'의 대항마격이다. 하 변호사 역시 한변과 통합한 '시민과 함께하는 변호사들(시변)' 발기인 출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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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보수성향 변호사단체인 '한반도 인권과 통일을 위한 변호사모임'(한변) 창립 3주년 기념식 및 '시민과 함께하는 변호사들'(시변)과의 통합식 기념사진. 하창우 전 변협 협회장(맨 오른쪽), 김문수 전 경기지사(오른쪽 2번째),김태훈 한변 상임대표(오른쪽 4번째)./사진 출처=한변 |
지난해 9월 시변은 한변과 통합했다. 다시 말해 하 변호사와 채 변호사는 보수 변호사단체의 핵심 인물격이다. 따라서 이번 안캠 합류에 대해 변호사사회 일각에선, 자유한국당 홍준표 후보 캠프가 아니고 안캠에 들어간 것은 의외라는 뒷얘기도 나온다.
하창우 변협 집행부에서 마지막까지 자리를 지킨 강신업 전 공보이사는 사임요구를 받은 바 있다. 강 변호사가 변호사법 위반혐의로 지난 1월 법원에서 벌금형 유죄 판결을 받자, 한법협은 하창우 변호사의 사과와 강 변호사에 대한 이사 파면을 요구했다.
변협 공보이사는 변협의 '입'을 맡아 가장 활발하게 대외 활동을 하는 '공인'이다. 비록 공보이사를 맡기 전인 2014년의 일이라 해도 1심 재판부가 법조브로커에의 명의대여에 의한 변호사법 위반 혐의를 인정해 벌금형을 내렸는데도 하창우 변협 집행부는 묵묵부답으로 일관하고 그대로 임기를 마쳤다.(강 변호사는 현재 항소한 상태다)
법조브로커를 없애는 데 앞장서야 할 변협 임원이 과거 명의대여를 해 줬던 사실에 변호사사회는 경악했다. 하창우 변협 집행부가 2년여간 추진한 법조브로커 근절 등 법조비리 방지가 빛이 바랬고 도덕성에 치명타를 입었다는 평가를 받았다.
◇안철수·국당 추진하는 '공수처'…대놓고 반대하고 훼방 놓은 하창우 변협
하 변호사는 안철수 후보의 공약인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공수처)'에 대해 이미 변협 협회장 시절 반대의사를 표시한 바 있다. 게다가 반대 성명서를 낸 시기가 지난 2월 15일로 너무 공교롭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공수처 관련 공청회를 열기로 돼 있던 지난 2월 17일을 바로 이틀 앞둔 시점이기 때문이다. '공수처 반대'를 내용으로 하는 변협 성명서를 공청회 이틀 전에 배포한 것은 의도가 있었다는 분석이 나왔다.
검찰 개혁안 중 '공수처 설치'는 국민의당 등 야권의 입장이다. 하 변호사는 임기를 불과 10여일 남겨 놓고 차기 집행부에 인수인계만 해야 할 상황에서도 지극히 '정치적' 이슈인 공수처에 대해 '반대 의사'를 명확히 할 정도로 '범여권'에 특히 유리한 정치적 행보를 했다.
법사위에는 더불어민주당·국민의당이 공동발의한 법안 등 공수처 도입 법안이 2건 계류돼 있고 자유한국당·바른정당 등 범여권은 반대하고 있다. 때문에 변협의 공수처 반대 성명서를 두고 국민의 당 등 야당 법사위 관계자들은 "하창우 변협이 굳이 공청회 이틀전에 반대 성명을 발표한 것은 의도가 불순한 것"이라며 분을 삼키기도 했다.
'테러방지법'에 이어 여야가 명백히 의견이 갈리는 정치적 사안인 '공수처'에 대해 하창우 변협은 여권이나 정부엔 유리하고 야당엔 반대하는 의견을 낸 셈이다.
◇내로남불(내가 하면 로맨스 남이 하면 불륜)…"채동욱, 변호사개업 막더니 본인은 협회장 끝나자마자 정치판"
하 변호사의 안캠행에 변호사들의 반응도 대체로 부정적이다. 하 변호사 전임 협회장이던 위철환 변호사도 문재인 대선캠프 법률지원단장을 맡았다. 그런데 법조계에선 퇴임한 지 2년여가 지난 위 변호사보다는 직전 협회장인 하 변호사에게 더 엄격한 잣대를 들이대야 한다고 본다.
이에 대해 강정규 변호사(서울지방변호사회 교육이사)는 "전직 협회장이 정치에 참여하는 것은 법률전문가의 참여정치라는 점에서, 정치 신뢰회복 등 바람직한 면도 있을 수 있다"면서도 "다만 하창우 변호사의 경우 테러방지법 찬성 등 재직 중 이미 편향된 정치적 성향을 드러낸 바 있는데, 이에 대한 명확한 해명이 선행돼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필우 변호사(법무법인 콤파스)는 "변협 협회장 출신들이 대선 캠프 법률지원단장을 하는 게 격에 맞는 것인지 모르겠다"며 "법정단체인 변협은 다른 협회들과 달리 역할이 남다르고 의미가 큰 단체인데 지지선언은 몰라도 직접 법률지원단장을 하는 건 부적절하다"고 말했다.
이 변호사는 "변협 협회장은 중립의무가 있어 정당 가입도 금지돼 있는데 직전 협회장이 정치를 한다는 게 법조윤리 측면에서 더 문제가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한인섭 서울대 로스쿨 교수도 채 전 총장이 지난 2월 변협에 낸 변호사 등록 신청 및 개업 신고서가 당시 협회장이던 하 변호사에 의해 철회 권고와 함께 반려되자 SNS를 통해 강하게 비판한 바 있다. 한 교수는 "전직 변협 협회장은 강제퇴임한지 4년 이상된 채동욱보다 훨씬 전관예우 잠재력이 높다"며 "협회장을 그만 둔 후 그가 변호사를 재개업할 지 두고 볼 일"이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한 교수의 지적대로 하 변호사는 '전 협회장'이라는 사실상의 '전관' 타이틀을 달고 아예 협회장 경력으로 대선캠프에 뛰어든 셈이 됐다.
이에 대해 한 로펌 변호사는 "대법관이나 검찰총장이 퇴임하면 전관예우 막는다고 채동욱 전 총장을 변호사 개업도 못하게 하던 하 변호사가 스스로는 변협 협회장을 그만두자마자 그 경력을 활용해 정치에 뛰어 든 것은 비판받아 마땅한 일"이라고 비꼬았다.
그는 "다만 안캠이 변호사업계나 법조계에서 하 변호사가 어떤 평가를 받는 지를 제대로 모른 상태에서 평판조회도 없이 급하게 영입한 것 같다"며 "하 변호사는 8500여명의 로스쿨 변호사들을 적으로 돌려세웠을 뿐 아니라 테러방지법 사태 등으로 많은 변호사들에게 여러번 공분을 불러 일으킨 전적이 있는 인물이라 적어도 안캠에 플러스보다는 마이너스로 작용할 것"이라 전망했다.
한편 하 변호사의 갑작스런 영입은 같은 법조인 출신인 국민의당 중진 의원이 나선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하 변호사와는 서울대 법대 선후배 사이다.
한편 안캠은 영입 논란에 대해 "하창우 전 변협 협회장은 최근들어 사시존치론을 주장하지 않고 있으며, 앞으로도 정치적 상황과 무관하게 사시존치를 주장할 생각이 전혀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고 전해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