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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법부 고위 법관이 일선 판사에게 사법개혁 관련 행사 축소를 지시하는 등 압력을 행사한 것으로 드러난 사건이 대법원 공직자윤리위원회에 회부됐다. 일선 판사에게 압력을 행사한 것으로 드러난 양형위원회 상임위원은 겸임 해임 조치 됐다.

대법원은 지난 18일 양승태 대법원장이 진상조사위원회 조사 결과와 관련해 사건을 대법원 공직자윤리위원회에 넘겼다고 24일 밝혔다. 대법원 관계자는 "제기된 문제의 책임을 밝히고 적정한 조치를 강구하기 위해서"라며 "대법원 공직자윤리법 시행 규칙에 따라 위원회에서 판단해 징계 등 후속처리 절차를 논의하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앞서 조사위는 법원행정처가 사법개혁을 주제로 하는 학술 대회를 축소하려고 법관들에게 압력을 행사했다는 의혹, 대법원이 일선 판사들의 뒷조사를 하는 등 이른바 '사법부 블랙리스트' 의혹 등을 26일간 조사해 지난 18일 결과를 발표했다.

이번 사건은 지난 2월 법원 내 최대 학술단체인 국제인권법연구회가 전국 법관을 상대로 '사법독립과 법관인사 제도에 관한 설문조사'를 실시하고 사법부에 비판적인 학술행사를 준비하자, 행사 축소를 위한 외압을 행사했다는 의혹에서 시작됐다. 이 과정에서 외압을 받은 판사가 반발하자 법원행정처로 난 인사를 번복, 원래 있던 법원으로 되돌아갔다고 알려지면서 논란이 확대됐다. 이 과정에서 대법원이 판사들의 성향 등 뒷조사를 해 관리한다는 '사법부 블랙리스트' 의혹까지 불거졌다.

조사위는 '블랙리스트'는 존재하지 않지만, 대법원 고위 간부가 학술대회 축소 압력을 행사한 것은 맞다고 판단했다. 조사위는 국제인권법연구회 전임 회장인 이규진 대법원 양형위원회 상임위원이 특정 판사에게 사법개혁 행사 연기 및 축소 압박을 가한 것이 확인됐다고 밝혔다. 조사위는 이 위원이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 등에게 관련 사실을 보고한 정황이 확인됐다며 법원행정처에도 관련 책임이 있다고 결론을 내렸다.

대법원은 사건을 공직자윤리위원회에 회부하면서 외압을 행사한 것으로 드러난 이 위원에 대해서는 양형위원회 상임위원 겸임 해임 조치하고 사법연구 법관으로 발령을 냈다. 신임 양형위 상임위원으로는 천대엽 서울고법 부장판사가 임명됐다.

이번 사건으로 논란이 일자 사직한 임 전 차장 후임으로는 김창보 서울고법 부장판사를 보임했다. 다음달 1일자로 법원행정처 차장으로 자리를 옮길 김 부장판사는 지난 1982년 사법시험에 합격해 대법원 재판연구관, 제주지방법원장 등을 역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