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기양 전 대통령 자문의./ 사진=뉴스1

정기양 전 대통령 자문의(연세대 세브란스병원 피부과 교수)가 임상실험도 끝나지 않은 의료용품으로 박근혜 전 대통령에게 주름개선 시술을 하려 했다는 법정 증언이 나왔다.

박채윤 와이제이콥스메디칼 대표는 24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3부(부장판사 김태업) 심리로 열린 정 교수의 공판에 증인으로 나와 이같이 밝혔다. 박 대표는 박 전 대통령의 '비선 의료진'으로 활동한 성형외과 의사 김영재 원장의 부인이다.

박 대표 증언에 따르면 김 원장은 2012년 주름개선 효과가 있는 '영스 리프트 시술'에 대해 특허를 등록했다. 김 원장은 본인이 개발한 의료용 실에 대한 임상실험을 준비했고, 박 대표는 이 실을 판매하기 위해 와이제이콥스메디칼을 설립했다. 이 무렵 김 원장 측은 대학 동기를 통해 정 교수를 알게 됐다.

당시 정 교수는 영스 리프트 시술에 큰 관심을 가졌다고 한다. '실험을 하려면 본인이 잘 알아야 한다'며 병원에서 직접 시술을 받고, 의료용 실을 달라고 해 받아가기도 했다. 정 교수는 2013년 2월쯤 자신이 대통령 자문의가 된 사실을 알리면서 이병석 당시 대통령 주치의(현 세브란스 병원장)에게 김 원장을 추천해주겠다고 말했다. 박 대표는 "정 교수가 같이 청와대로 들어가 박 전 대통령에게 (영스 리프트 시술을) 하자고 말씀하셨다"고 진술했다.

얼마 후 정 교수는 김 원장 부부를 세브란스 병원으로 부른 자리에서 박 전 대통령에게 영스 리스트 시술을 하기로 해서 실이 필요하다고 요구했다. 박 대표는 "월요일이었는데, (정 교수가) 주말에 청와대에 들어가 박 전 대통령에게 보톡스와 필러 시술을 하면서 우리 실을 소개했다고 했다"며 "이번 기회에 실을 알리는 좋은 기회가 되지 않겠냐는 식으로 말씀하셨다"고 증언했다.

박 대표는 이 말을 듣고 깜짝 놀랐다고 한다. 박 대표는 "제 귀를 의심했다. 왜냐면 그때 아직 임상실험도 안 됐고, 수술 케이스도 안 해보셨는데 대통령 얼굴에…"라며 "굉장히 놀라서 말도 안 되는 말씀이라고 한 것으로 기억한다"고 말했다. 정 교수가 자신이 시술할 계획이라고 말하자 김 원장 부부는 "시술 경험도 없는 분이 대통령을 시술하겠다는 게 말이 되냐"며 만류한 것으로 전해졌다.

박 대표가 정 교수에게 연구 참고용으로 건넸던 실을 모두 회수하자 정 교수는 "이병석 원장과 이야기가 됐는데 중간에서 난처하다"며 "주치의와 직접 통화하라"고 말했다. 박 대표는 정 교수 말대로 전화를 걸었고, 이 원장은 "정 교수가 너무 충성으로 말씀하신 것 같다"며 실은 필요 없다고 했다.

이 원장은 얼마 지나지 않아 김 원장 부부에게 연락해 만나자고 했다. 이 자리에서 박 대표는 이 원장으로부터 "대통령님한테 실 이야기를 했다. 실을 회수한 것을 안타까워 하셨다"며 "이번에 대통령께 시술을 하는 게 좋을 것 같다. 허가 내는 것이나 여러 모로 회사에 좋을 테니 협조해 달라"는 말을 들었다고 진술했다. 박 대표는 이 제안도 거절했다고 밝혔다.

정 교수는 2013년 7월쯤 "큰어머님이 시술을 받아야 하니 실을 줬으면 좋겠다"며 또 실을 요구했다. 박 대표는 정 교수가 박 전 대통령을 상대로 시술을 할 것이라는 의심이 들어 실을 주지 않았다고 했다.

같은해 연말 김 원장 부부는 청와대 관저에서 박 전 대통령을 만났다. 박 전 대통령은 2006년 피습을 당했을 때 생긴 얼굴 흉터로 감각에 이상이 생겼다고 하면서 "주치의가 실을 달라고 했는데 왜 빼앗아 갔느냐"고 물었다고 한다.

박 대표가 시술이 간단하지 않다고 설명하자 박 전 대통령은 정 교수가 영스 리프트 시술을 얼마나 해봤냐고 질문했다. 이에 박 대표가 "경험이 없다"고 하자 박 전 대통령은 어이가 없다는 듯한 반응을 보인 것으로 전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