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 작성·관리를 주도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김기춘 전 대통령 비서실장이 20일 오전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등 5회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사진=뉴스1

박근혜 전 대통령 재임 당시 청와대가 영화진흥위원회(영진위) 영화발전기금 지원사업 심사위원들을 보수적인 인사들로 교체하려 했다는 증언이 나왔다.

이모 문화체육관광부 사무관은 24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0부(부장판사 황병헌) 심리로 진행된 김기춘 전 청와대 비서실장(78·구속기소)과 조윤선 전 문체부 장관(51·구속기소) 등의 공판에 증인으로 출석해 이같이 밝혔다.

특검은 이 사무관에 대한 신문 과정에서 '건전문화예술 생태계 진흥 세부실행계획'이라는 제목의 문건을 제시하며 "영진위 영화발전기금 지원사업 심사위원을 700명에서 400명으로 줄이는 내용이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이 사무관은 "당시 영진위 심사위원 풀이 700명 정도였다"며 "청와대 행정관이 규모가 너무 크고 대부분 소위 '좌파' 영화인이라서 400명 정도로 줄이고 중립적, 보수적 인사로 최대한 교체하라는 지시를 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심사위원을 뽑을 때 먼저 인재 풀에서 3배로 임의 추출해 위원장이 연락하는 순서대로 위원을 선출하는데, 이를 5배수로 넓혀 위원장 선택의 폭을 넓히는 방안도 마련했다"고 증언했다.

이 사무관은 해당 문건 내용 중 '심사 단계에서 정치 편향적 내용 내부 가이드라인 정리'라는 문구에 대해서는 "문체부에서 세운 기준을 영진위에 비공식적으로 전해서 가이드라인으로 삼게 하자는 것"이라고 밝혔다.

이 사무관은 특히 "신모 청와대 행정관이 2014년 영화 '천안함 프로젝트'를 상영한 대구 동성아트홀에 대한 영진위의 지원을 배제하라는 지시를 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동성아트홀만 지원을 배제하기 어려워 사업 개편을 논의한 후 다음 년도에 적용하는 것을 요청했는데 답이 오지 않았다"며 "이후 문체부 국장에게서 '차관이 청와대에서 문제가 생기면 책임을 지라는 말을 들었다'고 전해 들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