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태평양은 아시아 최강 로펌…시장개방 문제없다"

법무법인 태평양 김성진 대표변호사/사진= 머니투데이 김창현 기자



“세계 최고 수준의 법률서비스가 못 되면 도태되고 만다”

국내 최대 로펌 중 하나인 법무법인 태평양 대표를 맡고 있는 김성진 변호사(59)에게는 ‘법률시장개방’과 ‘송무시장포화’라는 이중고를 겪는 변호사업계의 두려움이 엿보이지 않았다. 라이벌 로펌들에 비해 시장의 변화에 더 철저하게 대비하고 있다는 게 엿보였다. 김 대표는 인터뷰 내내 시종일관 자신감에 찬 모습이었다.

그는 “최종적으론 세계 중심인 뉴욕과 런던서 영미계 로펌과 경쟁할 수 있도록 각 분야에서 세계 수준의 실력을 쌓는 게 필요하다”고 말했다. 법률시장 개방에 대비해 태평양은 소위 ‘아웃바운드’(국내기업의 해외진출)업무를 대폭 강화하고 있다.

◇해외 7개 사무소 진출…베트남은 1년 만에 수익 내

태평양은 중국 베이징·상하이, 홍콩, 베트남 호치민·하노이, 미얀마 양곤, 아랍에미리트 두바이에 사무실을 두고 있다. 인터뷰 당일 김 대표는 인도 진출지역을 답사하느라 아침에 귀국해 세수도 제대로 못한 상태였다. 경쟁 로펌들보다 해외진출 자체는 조금 늦었지만 최근 여러 곳에 동시에 진출하며 공격적인 시도를 하고 있다.

김 대표는 “베트남 시장이 현재로선 효자지역”이라고 설명했다. 중국의 인건비 상승으로 기업들이 베트남으로 많이 이동해 투자자문이나 계약자문이 크게 늘었기 때문이다. 3년차인 베트남 사무소는 자문 금액이 2조8000억원에 이른다. 2~3년간 적자를 예상했지만 1년만에 바로 이익이 날 정도라고 한다.

◇송무지원단 & GR솔루션, 혁신 로펌의 새 무기

법조인은 전통과 관행을 중시한다. 보수적인 로펌 업계에서 내부 혁신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그런데 태평양은 새로운 시도로 업계에 변화를 주고 있다. 김 대표는 ‘송무지원단’과 ‘GR(Government Relations)솔루션그룹’을 변화의 상징으로 내세웠다.

어렵고 복잡한 사건에 전사적으로 대응하는 ‘송무지원단’과 기존 자문업무의 한계를 벗어나 종합적인 대관업무가 가능하도록 한 ‘GR솔루션그룹’은 업계가 처한 현실에 대한 대안으로 평가된다. 태평양은 대형 로펌 중 규모 면에서 최상위권이라 선도적 위치에서 변화를 주도할 수 있다.

각 분야별 변호사와 전문가들이 팀을 이뤄 전통적 규제자문외에 새로운 융복합분야 대관업무를 제공하는 ‘GR솔루션그룹’은 주목할만한 전략이다. 그간의 ‘입법컨설팅’에 그치는 대관업무가 아니라 종합적이고 체계적 서비스가 가능하도록 만든 시스템이다.

이는 청탁금지법(김영란법) 시행 등 공직사회 변화에 적극 대비한 결과다. 김영란법 등 관련 법령을 엄격히 지켜야하는 ‘현실’과 증가하는 기업의 대관 ‘요구’를 로펌 입장에서 새로운 기회로 판단했다. GR솔루션은 변호사만 400명이 넘는 대형 로펌에서 흔히 부서 간 장벽으로 벌어지는 정보차단과 비협조라는 부작용을 없애는 좋은 해결책도 될 수 있다.

김 대표는 “김영란법으로 인해 변호사의 역할이 제대로 확립될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 봤다. 로비스트가 합법이고 활발히 활동하는 미국과 달리, 국내 법제에서는 변호사·로펌만이 유일한 ‘합법적’ 로비·대관업무 창구가 되기 때문이다. 아울러 개헌 이슈 등으로 국회 역할이 중요해지면서 GR솔루션의 업무도 입법부에 더 집중될 것이란 의견이다.

◇‘4차 산업혁명’, 새로운 법률수요 일으켜

4차 산업혁명 붐도 새로운 분야에 대한 법률수요를 일으키고 있다. 대표적으로 인공지능·드론·사물인터넷 등 급성장이 기대되지만 관련 법제가 미비된 곳에 새로운 수요가 있다는 얘기다.

김 대표는 “새 분야는 불가피하게 상당한 규제를 동반하게 되는데 이런 규제 대응업무를 통합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태평양은 TMT(Telecommunications Media & Technology)팀을 구성해 IT(정보통신)업계 관련 법규에 대한 자문과 최근 이슈인 핀테크 산업에 대한 서비스를 하고 있다.

김 대표는 ‘송무지원단’도 태평양의 강점으로 강조했다. 그는 “송무(訟務) 로펌으로 출발한 태평양이 ‘소송은 무조건 태평양’이라는 명성을 다시 알리기 위해 송무지원단을 만든 것”이라고 말했다.

소송업무에 대한 자신감을 바탕으로 송무지원단은 한 단계 발전된 형태로 전사적 송무대응을 추구한다. 고객으로부터 특별히 다른 수임료를 받지 않고, 로펌 내부적으로 판단해 소송을 종합적으로 통제한다. 예를 들어 과거에는 고객이 반대하지 않으면 1심서 패소해도 같은 변호사들이 2심을 그대로 수행하게 했는데, 송무지원단이 패소원인을 분석해 미흡한 부분이 있었다면 변호사를 교체하는 식이다.

송무지원단에는 전직 대법관을 비롯해 법원장, 고등법원장 등 경험이 풍부한 중견 변호사들이 있다. 종합적 판단으로 소송업무를 지원한다. “결국 소송 자체를 소속 변호사나 팀이 아니라 태평양이 수행한다고 봐야 한다”는 게 김 대표 설명이다.

그는 “로펌 경영전략상으로도 태평양이 소송에 강점이 있고 법정서 상대편으로 싸우면 이기기 어렵다는 인식을 업계와 고객들에게 줘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중요한 분쟁에서 적어도 태평양을 적으로 만들지 않기 위해 일부러 선임하거나 공동선임 방식으로 협업하게 만들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최대한 의견 수렴하지만 판단은 대표의 몫”

김 대표는 파트너 변호사들 간 의사결정에 있어서 과거 만장일치제에서 토론을 거쳐 표결을 하는 방향으로 생각을 전환했다고 설명했다. 결과에 승복하고 상대방의 동의를 얻기 위해 외연상 갈등을 덮고 회피하는 만장일치제 보단 표결이 낫다는 것이다.

그는 로펌 리더로서 “가능한 최대한 노력으로 많은 사람의 이야기를 듣고 그 과정에서 생각이 바뀌는 경우는 과감히 바꾼다”고 설명했다. 다만 “모든 사람의 의견을 다 수용하는 것은 불가능하기 때문에 애초부터 그럴 생각은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공자 말씀’을 인용했다. “마을사람들 모두가 나를 좋아해서도 안 되고 모두 싫어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그 역시 그런 생각으로 의견을 듣고 결정을 내리지만 가능한 많은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으려 노력한다.

◇“대형 로펌 중 유일하게 도입한 ‘지역인재선발’ 자랑스러워”

태평양은 대형 로펌 중 유일하게 지역인재선발를 시행하고 있다. 지방 로스쿨 출신들만을 대상으로 입사기회를 주는 제도다. 그는 “지역인재선발 전형을 매우 자랑스럽게 생각한다”며 “로스쿨 도입 후 서울대라고 혹은 4.0학점이상이라고 해서 꼭 우수한지 의문이 생겼다”고 설명했다.

과거 사법연수원 성적위주 채용도 항상 우수한 인재만 채용되는 것은 아니었다는 고백이다. 일단 다른 잣대가 없어 연수원 성적대로 뽑았던 과거의 관성을 버린 셈이다.

지역에 절반을 배분한 로스쿨 도입 취지도 살리려면 지방 로스쿨 출신에게도 기회를 줘야 한다는 생각이다. 로펌업계에는 ‘간판 효과’ 때문에라도 실력과 상관없이 서울 주요 로스쿨 출신만을 뽑는 관행이 있다. 태평양은 지역인재선발로 변화를 도모하고 있다. 실제로 이 제도는 지역 로스쿨 학생들에게 큰 관심을 끌고 있다.

김 대표는 “실제 채용한 결과 서울 로스쿨과 지방 로스쿨 출신들 간에 우수인력과 그렇지 않은 비율이 비슷했다”며 지역 인재에 기회를 준 태평양 방식의 타당성을 설명했다.
법무법인 태평양 김성진 변호사/사진= 머니투데이 김창현 기자




[Who is] 1958년생인 김성진 변호사는 부산출신으로 경북고와 서울대 법학과를 졸업했다. 사법연수원 15기로 1989년 군법무관을 마치고 법무법인 태평양에 바로 합류했다. 2014년 12월부터 3년 임기의 업무집행대표변호사를 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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