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장

청소년에게 '노동인권' 교육이 필요한 이유

[the L] 김광민 변호사의 '청춘발광(靑春發光)'

편집자주외부 기고는 머니투데이 the L의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기고문은 원작자의 취지를 최대한 살리기 위해 가급적 원문 그대로 게재함을 알려드립니다.

그래픽=이지혜 디자이너
근대의 문을 연 프랑스 혁명은 1789년 프랑스 인권선언을 탄생시켰다. 근대적 의미의 인권을 천명한 프랑스 인권선언은 총 17개 조로 구성되어있는데 마지막 조인 제17조는 '소유권의 신성불가침' 규정한다. 인권선언에서 소유권을 규정한 것은 다소 엉뚱하게 느껴질 수도 있다. 하지만 당시의 시대적 배경을 살펴보면 인권과 소유권을 뗄 수 없는 관계였다.

중세시대 모든 토지는 국왕이나 귀족의 소유였고 평민들은 토지를 소유할 수 없었다. 토지가 없는 평민들은 왕이나 귀족에게 귀속되서 노동력을 제공하며 살아야 했다. 노예는 아니더라도 자신이 일구어 삶을 이어갈 수 있는 땅이 없었기에 노예와 다름없는 삶이었다. 때문에 소유권, 자신이 일굴 땅을 갖는 것은 하나의 권리주체로써 인정받는 것과 같았다. 소유권이 있어야 인권도 있을 수 있었다. 비슷한 맥락에서 대한민국 헌법 제23조도 재산권의 보장을 규정하고 있다.

"토지의 속박에서 벗어나자 노동에 속박…일터에서 쫒겨난 노동자는 생존의 위협을 받게 됐다"

하지만 현대사회는 프랑스 혁명 때와는 많이 달라졌다. 전체 산업에서 농업이 차지하는 비중은 매우 적다. 산업구조가 다변화 되면서 노동력을 투입하여 가치를 창출할 수 있는 대상은 이제 더 이상 토지만이 아니다. 공장에서 일을 할 수도 있고 금융 투자를 통해 큰 수익을 올릴 수도 있게 되었다.

하지만 노동력 투입의 대상으로써 토지의 비중이 줄어들자 새로운 문제가 발생했다. 땅은 인간이 흘린 땀만큼 수확할 수 있었지만 공장은 인간이 흘린 땀과 상관없이 자본가가 결정하는 임금만큼만 얻을 수 있었다. 게다가 인간이 토지에 종속되었을 때는 농사꾼으로 남아있는 한 삶을 위협받지는 않았다. 그러나 일터에서 쫓겨난 노동자는 곧바로 생존의 위협을 받게 됐다.

토지의 속박에서 벗어난 인간은 역설적이게도 노동에 속박되게 되었다. 이제 노동인 인간의 존엄성을 보장하는 직접적인 수단이 되었다. 프랑스 혁명 당시 소유권이 인권의 전제조건 이었다면 이젠 노동권이 그 자리를 차지하게 되었다.

"노동과 인권은 결국 같은 개념…청소년 '노동인권' 교육이 필요하다"

이렇듯 노동과 인권은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가 되었음에도 한국은 그동안 노동과 인권을 다른 개념으로 여겨온 경향이 컸다. 이런 의미에서 '청소년노동인권네트워크'는 그것이 가진 이름만으로도 큰 의미를 가진다. '청소년노동인권네트워크'는 노동하는 청소년들의 노동과 인권 향상을 위해 활동하는 조직이다. 각 지역마다 네트워크를 형성하여 전국 대부분의 자지체에서 활동하고 있다. 중·고등학생을 대상으로 진행되는 '노동인권 교육'은 이들의 활동 중 대표적인 사업이다. 노동인권 강사를 양성하고 일선학교에 찾아가 청소년들에게 노동인권 교육을 진행하는 것이다.

노동은 인간의 에너지와 시간을 금전과 교환하는 행위다. 인간의 에너지와 시간은 한정된 자원으로 생명의 일부다. 그렇기에 노동은 인간의 생명의 일부를 금전과 교환하는 행위다. 그렇기에 육체적으로 덜 성숙한 아동의 노동은 신중해야 한다. 성장기 아동의 삶 중 일부를 노동에 투입하는 것은 그들의 성장에 중대한 악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몇 세부터 노동을 할 수 있을까. 이는 과학적·사회적 심도 깊은 논의와 합의가 필요한 부분이다. 다만 근로기준법은 15세부터 노동자가 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예외적으로 취직인허증을 받았을 경우 13세부터도 노동자가 될 수 있다. 이는 대략 중학생에 해당하는 나이다. 그렇다면 최소한 중학생에게는 노동과 인권에 대한 교육이 이루어져야 한다.

하지만 그간 한국에서는 청소년들에게 노동을 교육 하는 것을 매우 꺼려왔던 것이 사실이다. 대부분 청소년들은 성장하여 노동자가 될 것이다. 그러나 그들에게 노동이 무엇인지 알려주지는 않고 있었다. 그러나 2000년에 들어 시민사회영역에서 청소년들에게 노동과 인권에 대한 교육을 시작했다. 청소년노동인권네트워크의 시작이다.

2015년 광주광역시는 전국 최초로 '청소년 노동 인권 보호 및 증진 조례'를 제정하고 '청소년노동인권센터'를 개소했다. 그간 민간영역에서만 이루어져왔던 청소년노동인권활동을 정부영역에서 본격적으로 진행하기 시작한 것이다. 

이를 계기로 단 1년 반 만에 전국에서 총 15개의 유사한 조례가 만들어졌다. 광주에 이어 전라남도도 '청소년노동인권센터'를 만들어 본격적인 청소년 노동인권활동을 시작했다. 충청남도는 청소년노동인권센터를 위한 예산을 책정하여 조만간 센터를 개소할 예정이다. 이렇듯 전국 지자체들이 청소년 노동인권활동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는 현상 뒤에는 청소년노동인권네트워크의 활동이 숨어있다고 할 수 있다.

"청소년은 자라서 노동자가 된다…생계위해 일하는 청소년 교육 강화해야"

앞서 살펴보았듯 노동과 인권은 결코 분리해서 생각할 수 없는 개념이다. 특히 생계를 위해 온전히 노동에 종사하는 비율이 적은 청소년은 더욱 그러하다. 성인 노동자는 노동이 곧 삶이기 때문에 노동자로서의 권리를 추구하는 것이 곧 인권을 추구하는 것일 수 있다. 그러나 전업 노동자의 비율이 적은 청소년은 자칫 노동과 인권을 분리해서 생각할 위험이 크다. 그렇기에 이들에 대한 노동인권교육은 더욱 강화되어야 한다.

현재 청소년노동인권교육은 지자체마다 다르지만 한 번에 2시간 정도씩 강의가 이루어지며 한 학기에 1번 정도 진행되고 있다. 청소년들에게 노동과 인권에 대해 알려주기에는 턱없이 적은 시간이다. 청소년 노동인권교육이 소극적으로 이루어지고 있는 이유는 우선 노동인권교육이 정규교과가 아니라는 이유가 크다. 

정규교과가 아니다보니 담당 교사는 당연히 없고 교육은 오롯이 청소년노동인권네트워크에 의지되고 있다. 이에 더해 교육청과 지자체의 관련 예산이 턱없이 부족한 것도 문제다. 청소년 노동인권 강사들은 그들이 흘린 땀에 비해 턱 없이 적은 보수를 받으면서 강의를 진행하고 있다. 노동인권을 강의하는 사람이 자신의 정당한 임금을 요구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그럼에도 청소년노동인권네트워크는 항상 예산부족에 시달리고 있다.

다행히 청소년 노동인권센터가 설립된 광주광역시나 전라남도 그리고 조만간 청소년노동인권센터가 설립될 것으로 예상되는 충청남도는 지자체의 적극적인 지원으로 상황이 좀 나은 것으로 보인다. 고작 1년 반만에 전국적으로 청소년노동인권 조례가 만들어진 것과 같이 청소년 노동인권센터의 설립도 전국적으로 확산되기를 기원해본다.

[김광민 변호사는 부천시청소년법률지원센터 소장이다. 청소년을 만나는 일을 직업으로 가지고 있으면서도 언제나 그들과의 대화에 어려움을 겪는 자신의 모습에 오늘도 힘들어한다. 생물학적 회춘은 불가능해도 정신적 회춘은 가능하리라 믿으며 초겨울 마지막 잎새가 그러했듯 오늘도 멀어져가는 청소년기에 대한 기억을 힘겹게 부여잡고 살아가고 있다. 정신적 회춘을 거듭하다보면 언젠가는 청소년의 친구가 될 수 있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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