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L 리포트

입양이 '아이 쇼핑' 안 되게 하려면…

[the L][Law&Life-세상의 빈틈]②"입양은 아동의 권익과 복지 증진을 위한 것…'선의' 아닌 '제도'에 따라야"

편집자주톱니바퀴가 굴러가듯 정교하게 돌아가는 것처럼 보이는 세상에도 빈틈이 있습니다. 법은 있지만 지켜지지 않아 생긴 빈틈, 법끼리 부딪혀 생긴 모순이 만든 빈틈, 소수자라서 법이 없어서 생긴 빈틈, 세상에서 보이지 않는 소외된 곳에 서 있어서 생긴 빈틈, 세상이 변하면서 생긴 빈틈까지…우리가 모르는, 하지만 어느날 우리가 서있게 될 수 있는 빈틈을 찾아, 틈을 메우기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는 이들의 이야기를 들어봅니다.
사진=공익인권법재단 공감
우리는 왜 '입양'이라는 제도를 두고 있을까. 아이를 원하는 부모를 위해서일까 가정이 필요한 아이를 위해서일까. 물론 부모와 아이 모두를 위한 일일테지만, 입양특례법 제1조는 법의 목적을 '아동의 권익과 복지 증진'이라고 정해두고 있다. '아동'이 우선이라는 뜻이다.  

하지만 정작 입양 과정에서 '아동에게 이 가정이 얼마나 필요한가'보다, '양부모가 키울 수 있는 아이인가'가 더 크게 고려되는 것이 현실이다. 입양 전 예비 양부모에 아이를 위탁하는 것을 두고 '아이쇼핑'이라는 말까지 나온다. 일단 같이 살아보고 안되겠으면 돌려보내면 된다는 인식이 깔린 말이다.

공익인권법재단 공감의 소라미 변호사는 "무엇보다 아동의 입장에서, 아동 인권을 중심으로 입양이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소 변호사는 지난해 학대받던 입양아동들이 잇달아 사망하자 '대구·포천 입양아동 학대·사망사건 진상조사와 제도개선위원회'에 참여해 입양제도 개선 방안을 준비하고 있다.

소 변호사는 "현장조사를 하면서 놀랐다"고 말했다. 입양이라는 제도는 수십년간 이어져오고 있는데 여전히 제도는 미비했고 과정을 허술했다.

"사건 발생 기관을 조사해보니 전문성도 부족하고, 공적 관리·감독 과정도 없었어요. 입양 담당자들과 대화해보니 일 시작 전에는 입양 관련 교육도 거의 못받았고, 자문을 받았느냐는 질문에 '아는 분에게 받았다'고 답하는 식이었죠. 한두 사람의 선의, 입양기관장의 의지에 한 아이의 인생이 좌우되고 있는 것과 다름 없었어요."

소 변호사는 민간 입양기관장 개인의 전권으로 이뤄지고 있는 입양에 정부의 역할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입양을 공적 영역으로 끌어와야 한다는 말이다.

"현재 입양은 100% 민간이 담당하고 있어요. 2012년 정부가 만든 중앙입양원을 중심으로 지역별 거점을 두고 입양과정 전반을 관리하도록 하는 방안이 있을 수 있죠. 당장 힘들다면 민간 기관에 입양을 위탁하고 정부가 관리·감독 하는 방안도 있을 거에요. 한해 천여명의 아이들이 입양되고 있어요. 언제까지 민간에만 맡겨두고 있을 순 없죠."

현장의 입양기관 종사자들의 전문성을 높이는 것 역시 숙제다. 양부모들이 '입양'에 대해 제대로 알고 선택할 수 있도록 교육도 해야 한다. 입양기관과 양부모들을 위해서라도 제대로 '제도화'할 필요가 있다.

"사고가 난 기관도 좋은 뜻으로 한 일일거에요. 아이에게 좋은 가정을 찾아줘야겠다는 선의에서요. 학대 부모 역시 아이를 잘 키울 수 있을 거라 생각해 좋은 마음으로 입양했을 거고요. 하지만 제대로 모르고 한 선택이 모두에게 불행이 됐잖아요. 규정을 만들고 관리 체계를 만드는 것은 이들을 위해서도 필요한 일이에요."

입양 과정에 친부모의 개입 가능성을 두는 것도 필요하다고 봤다. 아동을 양육할 순 없지만 더 좋은 부모를 만날 수 있도록 친부모가 역할을 할 수 있도록 하자는 말이다. 현재 친부모는 입양 결정 순간 친권은 정지되고 입양기관장이 법적대리인이 돼 모든 권한을 갖게 된다.

"필리핀은 입양이 진행되는 동안 친부모가 아이를 돌볼 수 있고, 양부모 선택 과정에 참여할 수 있다고 해요. 우리는 입양을 선택한 순간 친부모는 아이를 입양 시설에 맡겨야하고 모든 연결을 끊겨요. 아동에게 더 좋은 방법을 찾아야죠. 입양은 아이의 인생을 완전히 뒤바꾸는 일이니까요."

페이스북 공유트위터 공유기사 스크랩
목록
 
세상과 잘 사는법, 내가 잘 사는법 - 네이버 법률
김영란법 시대 밥먹는 법-김밥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