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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바람에 펄럭이는 검찰 깃발/사진=뉴스1 |
극비리에 전광석화처럼 단행된 인사로 검찰 내 ‘우병우 라인’이 사실상 축출됐다. 여론을 등에 업고 문재인정부가 출범과 동시에 예고한 검찰개혁이 인적쇄신과 함께 본격 시작됐다. 이번 고위직 물갈이 인사를 시작으로 앞으로 검찰개혁이 급물살을 탈 전망이다.
◇檢 인적쇄신 본격화= 8일 법무부의 검찰 고위직 인사에 따라 법무연수원 연구위원으로 좌천된 간부는 윤갑근 대구고검장(사법연수원 19기)과 정점식 대검찰청 공안부장(20기), 김진모 서울남부지검장(19기), 전현준 대구지검장(20기) 등 4명이다. 모두 이른바 ‘우병우 라인’으로 분류됐던 이들로 인사 발령 직후 4명 모두 사표를 던졌다.
인사 발표는 군사작전에 비견될 만큼 기습적이었고, 우병우 라인을 정확히 요격했다. 좌천 대상이 된 당사자는 물론 다른 검찰 간부들도 발표 전까지 인사에 대해 까맣게 몰랐던 것으로 전해졌다. 당사자를 상대로 인사 배경에 대한 설명도 없었다. ‘정치 검찰’ 축출을 통한 검찰 개혁이라는 청와대의 단호한 의지가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법무부는 검찰개혁의 일환으로 단행된 인사임을 부인하지 않았다.
문재인 대통령은 검찰개혁을 위한 첫번째 과제로 인적쇄신을 꼽은 바 있다. 문 대통령은 김인회 변호사와의 공저 ‘검찰을 생각한다’에서 “검찰의 정치적 중립성 확보를 위해 인적 쇄신이 선행돼야 한다”고 썼다.
이번 인사는 검찰에 대한 인적쇄신이 본격화됐음을 알리는 신호로 해석된다. 서막은 ‘비법조인’ 조국 서울대 교수의 청와대 민정수석 임명이었다. 이후 윤석열 서울중앙지검장(23기)을 ‘깜짝’ 발탁하는 기수파괴 인사가 단행됐다. 또 대통령의 감찰 지시로 이영렬 전 서울중앙지검장(18기)과 안태근 전 법무부 검찰국장(20기)은 면직될 위기에 처했다.
◇검찰개혁, 다음 차례는?= 이날 인사에도 불구하고 검찰내 ‘우병우 라인’은 여전히 건재하다. 추가적인 대규모 인사가 불가피한 이유다. 특히 앞으로 단행될 검찰 정기인사는 ‘쓰나미급’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 과정에서 지난 정부의 주류가 비주류로, 비주류가 주류로 뒤바뀔 것으로 보인다. 최근까지 주류로 분류됐던 이들은 ‘우병우 사단’ 혹은 ‘우병우 라인’이라 불리며 검찰 요직을 꿰찼다. 박근혜정부에선 심지어 “우병우 민정수석에 밉보이면 옷 벗어야 한다”는 말이 나돌기도 했다.
관심은 인적쇄신으로 시작된 검찰개혁이 어디까지 뻗어나갈지에 모아진다. 검찰개혁은 참여정부에서 한차례 실패를 경험한 과제다. 검찰 조직의 저항이 청와대가 예상했던 것보다 거셌다. 그러나 이번엔 분위기가 다르다는 게 검찰 주변의 판단이다. 여야를 막론한 정치권은 물론 국민들의 검찰개혁에 대한 공감대가 형성됐다. 개혁 필요성에 동의하는 내부의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어 파죽지세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인적쇄신 이후 검찰개혁 과제는 크게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 신설과 검·경 수사권 조정으로 압축된다. 여기에 ‘돈봉투 만찬사건’을 계기로 도마에 오른 특수활동비 사용 등 기존 관행도 개혁 대상이 될 것으로 보인다. 대선 기간 문 대통령은 △검찰총장 추천위원회와 검찰인사위원회의 중립성·독립성 확보 △법무부의 탈검찰화 △검사의 외부기관 파견 억제 등을 공약으로 내걸었다. 일각에선 ‘검사장 직선제’ 등 파격적인 방안도 거론되지만 당장 현실화될 가능성은 높지 않다.
재경지검의 한 부장검사는 “가장 문제가 되는 건 인사”라며 “검찰이 정권의 눈치를 보던 악습을 버리기 위해선 주민 직선제로 검사장을 뽑는 등 좀 더 근본적인 해결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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