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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L 리포트] 檢, 불공정 기업에 칼 뺐다···전속고발권 무력화?

[the L] 전속고발권 폐지 앞서 檢 공격행보…"소송 남발 우려, 과도한 형사처벌 규정 정비돼야"



공정거래위원회의 '전속고발권'을 폐지해 불공정거래 제재를 강화하겠다는 문재인 대통령의 공약이 현실화되기도 전에 검찰이 선제적으로 나섰다. 최근 검찰은 공정위에 고발 요청도 하지 않고 미스터피자를 전격 압수수색했다. 

2015년 서울중앙지검 공정거래조세조사부가 생긴 이래 공정거래법(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 위반 사건에 대해 공정위에 고발 요청 없이 압수수색에 들어간 경우는 이번이 처음이다. 앞으로도 검찰은 공정위의 고발 없이도 불공정거래 기업에 대한 수사권을 적극적으로 행사하겠다는 입장이다. 일각에선 공정위 전속고발권 제도가 사실상 무력화되며 불공정거래 소송이 남발될 것을 우려하고 있다.

◇검찰, 불공정거래에 공격 행보

25일 법조계에 따르면 지난 21일 서울중앙지검이 미스터피자 가맹본부를 압수수색하면서 영장에 적시한 혐의는 모두 3개였다. △가맹점에 치즈를 공급하는 과정에 가족 소유의 위장계열사를 끼워넣어 물량을 몰아주고 △탈퇴한 가맹점 주변에 출점한 뒤 가격을 후려치는 방식으로 보복했으며 △탈퇴한 가맹점에 치즈 공급을 중단하도록 협력업체 압박한 혐의다. 모두 공정거래법 위반 사항으로 원칙적으로 공정위의 고발 요청이 있어야 하지만, 검찰은 사전에 공정위와 아무런 조율을 하지 않았다. 

검찰 관계자는 "공정위에 고발을 요청할 경우 시간이 걸릴 것을 우려해 생략했다"며 "공정위의 고발은 재판에 넘기기 위한 조건일 뿐 수사 자체를 요건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그러나 압수수색이 통상 기소를 전제로 한 것이라는 점에서 검찰이 공정위 고발없이 기소를 위한 수순에 들어갔음을 부인하긴 어렵다. 

공정거래법에 따르면 담함(카르텔), 시장지배적 지위남용 등 불공정거래 행위에 대해서만 공정위만 고발 권한을 갖고 있다. 바로 공정위 전속고발권 제도다. 전속고발권은 1980년 공정거래법이 처음 제정될 때부터 있어왔다. 기업에 대한 과도한 제재를 막기 위해 검찰이 불공정거래 행위를 저지른 기업을 재판에 넘기기 전 공정위가 한차례 걸러내자는 취지다.

검찰이 먼저 불공정거래 사건을 인지한 뒤 공정위에 고발을 요청할 수 있도록 하는 고발요청권 제도는 1996년 도입됐다. 2013년엔 검찰의 고발 요청에 공정위가 의무적으로 응하도록 법이 개정됐다. 공정위에 대해 고발 요청을 할 수 있는 기관에 감사원, 조달청, 중소기업청 등이 포함된 것도 이 때다.


◇"소송 남발 우려…기업활동 위축될 수도"

그러나 공정위가 불공정거래 사건을 실제로 검찰에 고발하는 경우는 많지 않다. 공정위 통계연감에 따르면 공정위가 처음 설립된 1981년부터 지난해까지 35년 간 공정위가 처리한 사건의 건수는 8만467건이었으나 실제 고발이 이뤄진 사건은 814건으로 약 1%에 불과했다. 

검찰 등 다른 기관의 고발 요청에 공정위가 의무적으로 응하도록 한 2013년 이후에도 상황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지난해까지 4년간 전체 공정위 처리 사건 가운데 고발 비율은 1.5%에 그쳤다. 실제로 공정위는 '새만금 방수제 건설공사 입찰담합' 혐의를 받은 12개 건설사를 적발하고도 단 한 곳도 고발하지 않았다가 2015년 검찰의 고발 요청이 있고나서야 고발했다. 

고발권을 틀어쥔 공정위가 고발권 행사에 소극적이라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문 대통령이 공정위 전속고발권의 폐지를 공약으로 내걸고 김상조 공정위원장이 전속고발권을 폐지하겠다는 뜻을 밝힌 것은 이런 문제의식에서다.

한 대형로펌의 A변호사는 "입찰·가격 담합 등 중대한 위법 행위에 대해 공정위가 아닌 곳에 고발권을 부여하는 것은 외국에서도 일반적인 추세"라면서도 "문제는 국내 공정거래법이 과도하게 많은 행위를 형사처벌 대상으로 규정하고 있다는 점"이라고 말했다.

현행 공정거래법이 위법으로 규정하는 불공정거래 행위는 시장지배적 지위남용, 기업결합 및 경제력집중, 담합 등 약 30가지에 달한다. 공정거래법 이외에 공정위가 관할하는 대규모유통업법, 하도급법, 가맹사업법 등 10여개 법이 규정하는 위법 행위까지 합치면 그 수는 더욱 불어난다.

A변호사는 "전속고발권 폐지를 논의하기에 앞서 공정거래 관련 법령이 규정하는 형사처벌 조항을 대폭 손볼 필요가 있다"며 "경미한 위법 행위까지 형사처벌 대상으로 삼는 현재의 법체계에서 고발권 행사 주체를 대폭 확대하는 것은 기업에 과도한 부담을 줄 수 있다"고 지적했다.

다른 대형로펌의 B변호사도 "공정거래법 위반을 억제하는 것은 피해자가 입은 손해액의 3배까지 배상토록 하는 징벌적 손해배상제의 확대 도입을 통해서도 가능하다"며 "지금처럼 형사처벌 대상 행위가 광범위한 상태에서 기업을 고발할 수 있는 주체를 대폭 늘리면 소송 남발로 행정력이 낭비되는 것은 물론 불필요한 불안을 키워 기업활동을 위축시킬 수 있다"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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