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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유천 /사진=홍봉진 기자 |
가수 겸 배우 박유천씨(31)로부터 성폭행을 당했다고 거짓 고소(무고)한 20대 여성 송모씨가 5일 '무죄' 선고를 받았다. 앞서 검찰은 박씨의 성폭행 혐의에 대해 '무혐의' 처분을 내렸다. 성폭행이 없었다는 얘긴데, 어떻게 성폭행을 당했다고 고소한 여성도 무죄가 될 수 있을까?
얼핏 생각할 때 성폭행이 없었다면 성폭행을 당했다고 고소한 쪽은 유죄가 돼야 한다. 그러나 실제로는 성폭행도 무혐의, 무고도 무죄인 경우가 적지 않다. 배우 이진욱씨(36)에게서 성폭행을 당했다는 거짓 고소를 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오모씨(33·여) 역시 지난달 14일 무죄 판단을 받았다. 이떻게 이게 가능할까?
형법 제156조는 타인이 형사처분 등을 받게 할 목적으로 허위의 사실을 신고한 자는 10년 이하의 징역 또는 15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고 규정한다. 이런 요건이 만족돼야만 무고죄가 성립된다는 얘기다. "고소 내용이 터무니없는 허위 사실이 아니고 사실에 기초해 그 정황을 다소 과장한 데 지나지 않은 경우 무고죄가 성립하지 않는다"는 것이 대법원의 확립된 판례다.
따라서 법원은 '허위의 사실을 신고했는지'에 중점을 두고 무고죄에 대한 재판을 진행한다. 원칙적으로 '성관계의 성격'은 무고 혐의 입증에 큰 영향을 주지 않는다. 법원은 송씨와 오씨의 고소 내용이 믿을만 하다고 보고 무고 혐의에 대해 무죄를 선고한 것이다.
박씨 사건에서 법원은 "송씨가 합의 하에 박씨와 성관계를 한 것이 아니라 성폭행 피해를 당했다고 인식했고, 이에 따라 고소가 이뤄지게 됐으므로 허위의 고소라고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또 이씨 사건에서 재판부는 "오씨가 성관계 당시 및 직후에 느낀 수치감 등의 감정을 생생하게 표현하고 있는 점 등을 고려하면 오씨의 진술에 신빙성이 없다고 단정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재경지법의 한 판사는 "형사 판결은 엄격한 증명을 요구하기 때문에 경우에 따라 성폭행 혐의에 대해 무혐의 처분이 나오고, 무고 혐의로 기소된 사람에게 무죄가 선고되는 다소 모순된 결과가 얼마든 나올 수 있다"고 말했다.
한편 법조계 일각에서는 성폭행 고소를 한 여성에 대해 검찰이 너무 쉽게 무고 혐의를 적용하고 있다는 비판도 제기된다. 검찰이 너무 법리에만 치우쳐 사건을 처리한다는 지적이다.
현행 형법은 폭행 또는 협박으로 사람을 강간한 자는 3년 이상의 유기징역에 처한다고 규정한다. 성폭행 혐의가 적용되려면 폭행이나 협박이 있었다는 점이 증명돼야 한다는 뜻이다. 그러나 대부분의 성관계가 은밀하게 이뤄진다는 점에서 목격자 등 직접적인 증거가 남기 어렵고, 성폭행 피해자들이 관련 사실을 드러내기 어려운 탓에 수사와 기소가 쉽지 않다.
서초동의 한 변호사는 "대부분의 여성들은 자신의 의사에 반하는 성관계가 있었을 때 '성폭행을 당했다'고 인식한다"며 "그런데 폭행이나 협박이 없었다는 이유로 검찰이 오히려 여성들에게 '합의 하에 성관계를 한 것이 아니냐'고 추궁하고, 무고 혐의를 쉽게 적용하는 사례가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최근 관련 사건들에서 무죄가 종종 선고되는 것이 그 방증"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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