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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대법원장, 법정 밖 경험·AI 식견 갖춰야"

[the L] [국민을 위한 사법개혁 ③ <지상대담>] 국회 개헌특위 이상민 의원 vs 前 헌법재판관 이공현 지평 대표변호사

편집자주문재인정부는 사법개혁을 약속했다. 국회도 개헌을 통한 사법개혁에 팔을 걷어붙였다. 일선 판사들은 대법원 개혁을 요구하고 있다. 모두가 사법개혁이란 당위에 동의한다. 그러나 누구를 위한 사법개혁이 돼야 하는지에 대한 논의는 찾아보기 어렵다. 법원은 정권도 판사도 아닌 국민의 것이다. 사법개혁의 목적은 국민이어야 한다. 국민들이 더욱 공정하고 투명한 재판을 받을 수 있도록 사법 행정과 재판 제도 모두에서 개혁이 요구된다. 사법개혁을 이끌 새 대법원장의 지명을 앞둔 지금, 머니투데이 'the L'이 '국민을 위한 사법개혁'의 방향을 3회에 걸쳐 제시한다.
이상민 더불어민주당 의원/ 사진=이동훈 기자

'사법개혁'을 놓고 국회와 법원이 '동상이몽'(同床異夢)을 꾸고 있다. 국회는 '민주적 통제'에 방점을 찍고 있는 반면 법원은 '재판 독립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

대표적인 쟁점이 판사에 대한 인사권을 누구에게 쥐어줄 것이냐다. 국회는 사법부 밖으로 빼내자는 입장이고, 법원은 사법부 내에 둬야 한다는 쪽이다. 결국 '사법부 개혁'과 '사법부 독립' 가운데 어떤 가치가 우선인지를 놓고 다투는 셈이다.

국회 헌법개정특별위원회(개헌특위)에서 여당위원으로 활약 중인 이상민 더불어민주당 의원(59)은 국회를 대표하는 사법개혁론자다. 변호사 출신의 4선 중진인 이 의원은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간사와 위원장을 모두 거친 사법정책통이다. 현재 개헌특위에서 사법개혁을 담당하는 2소위원회에 소속돼 있다.

헌법재판관을 지낸 이공현 법무법인 지평 대표변호사(68)는 법관 출신답게 사법부의 독립성을 강조한다. 법원행정처 차장 출신의 이 전 헌법재판관은 유럽평의회 산하 법률자문기구인 베니스위원회에서 집행위원으로 활동한 사법제도 전문가다. 머니투데이 'the L'이 사법개혁을 주제로 두 사람과 각각 나눈 인터뷰를 지상대담 형식으로 소개한다.


-최근 전국법관대표회의(판사회의)가 대법원장의 과도한 권한과 법원행정처의 사법행정권 남용 문제를 지적하고 나섰다. 일각에선 판사회의의 논리가 법원에 대한 외부의 개입을 불러와 사법부의 독립성 훼손으로 이어질 것을 우려한다. 이런 논란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이 의원: '사법부 독립'은 그 자체로 절대적인 가치가 아니다. 국민 개개인의 인권과 삶의 질을 향상시키는 데 필요한 도구적 가치다. 사법개혁 필요성이 제기될 때 사법부가 드는 논리가 '독립성 훼손 우려'다. 그러나 사법부가 과연 국민 인권보호나 삶의 질 제고에 제대로 기여했는지 반성할 부분이 많다. 과거 독재정권이 재판을 도구로 삼아 인권침해를 자행할 때 자발적으로 맹종했던 사법부 구성원들이 있었다. 법적 절차를 통한 인권침해 과정에 사법부가 일정 부분 역할을 맡아왔다는 것이다.

대통령이나 정치인이었으면 과거의 명백한 잘못에 대해 책임을 져야 한다. 사법부는 한번도 제대로 책임을 추궁당한 적이 없다. '사법부 독립'을 방패삼아 숨어 있었기 때문이다. '사법부 독립'을 운운하는 것은 먼저 해야 할 일과 뒤에 해야 할 일을 혼동하고 있는 것이다. 사법부 구성원들은 지금까지 과거 선배 법관들이 '독립성'을 통해 국민 인권보호와 삶의 질 제고에 얼마나 기여했는지 명백히 분석하고 책임을 져야 할 부분에 대해서는 스스로 책임을 물어야 한다. 검찰을 개혁해야 하듯 법원도 개혁해야 한다. 현재의 사법부는 자기정화 기능이 없다. 국민의 눈높이에서 사법부를 개혁해야 한다.

사법부는 '선출되지 않은 권력'으로서 막강한 사법권을 행사해왔다. 사법부에 주어진 권력이 하늘로부터 주어진 것이 아니다. 국민들로부터 나온 것이다. 판사회의가 요구하는 것은 대법원장이 독점적으로 행사해 온 인사권 등 사법행정권을 나눠 갖자는 것이다. 인사권의 대상이 스스로 자신들에 대한 인사권을 갖겠다는 것은 자연스럽지 않다. 현재 개혁을 주장한다고 하는 판사회의도 과거 사법부가 누려 온 특권을 놓지 못하고 있다.

이공현 전 헌법재판관/ 사진=홍봉진 기자

▶이 전 헌법재판관: 먼저 헌법에서 사법부를 어떻게 규정하고 있는지부터 봐야 한다. 헌법 제101조는 사법권은 법관으로 구성된 법원에 속한다고 적시하고 있다. 사법권은 독립된 법원이 국가와 국민 간, 국민 상호 간에 발생한 법적인 권리, 의무에 관한 분쟁을 해결하거나 형벌권으로 재판을 하는 권한이다.

이것을 왜 만들었느냐 하면 독립된 분쟁해결 기관, 형벌권 행사 기관을 만들어야 국민의 기본권이 보장되고 국가권력이 정당하게 행사될 수 있다는 것을 깨달았기 때문이다. 여기서 사법부 독립이 요구된다. 법원이 행사하는 사법권의 공정성과 중립성을 보장하기 위해 법원 업무 수행을 법원 이외의 다른 기관, 외부 세력으로부터 독립시키는 것이다.

무엇보다 재판의 독립, 법관의 독립이 중요하다. 지금까지 민주화 과정에서 국가와 외부세력으로부터의 독립이 중요하게 여겨졌지만 민주화된 이후 법원 조직 내부로부터의 법관 독립 확보가 중요해졌다. 사법개혁은 결국 법관의 자율을 보장하고 국가권력의 남용으로부터 국민의 자유와 권리를 보호할 수 있는 방향으로 추진돼야 한다.

사실 사법부 독립은 우리만의 문제가 아니다. 미국에서도 의회나 행정부 등에서 사법부에 뭐라고 하면 '이들이 간섭을 한다', '사법권 침해'라며 반발한다고 한다. 현대 헌법에서는 어느 나라나 삼권분립을 말하고, 사법 독립을 확보해야 한다고 한다. 또 유럽의 경우 대부분 대륙법계인데, 외부보다 법원 내부로부터의 독립을 아주 중요하게 보고 있다. 상급법원으로부터의 독립이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최근의 판사회의 사태는 법관에 대한 평가 및 인사 문제에서 비롯됐다는 지적이 있다. 현행 법관 평가 및 인사 제도에 개선이 필요한 점이 있다면?

▶이 의원: 인사를 비롯한 사법행정권은 국민으로부터 민주적 통제를 받아야 한다. 사법시험이나 변호사시험 등 성적에 따라 구성된 현재의 엘리트적 사법부는 사회의 다양한 이해관계나 철학을 반영하기 쉽지 않다. 국민이 직접 관여하는 게 가장 좋지만, 그게 안 된다면 국민으로부터 권한을 위임받은 의회를 통해 사법부에 대한 민주적 통제가 가해져야 한다.

대표적인 것이 최소 법원장급 판사에 대해 국민의 직접 선출권을 보장하는 것이다. 선출직이 아닌 법관에 대해서는 각 지역의 국민들로 구성된 추천위원회가 인사에 관여해야 한다. 대법관 역시 각계 각층 국민으로 구성된 인사추천위원회를 통해 후보자를 선정해 임명되도록 해야 한다. '국민으로부터 직접 통제도, 국회로부터의 간접통제도 받지 않겠다' '우리가 스스로 알아서 잘 한다'는 사법부의 주장은 견강부회다. 국민들이 납득하지 못한다.

법관들은 왜 근무연한이 지나면 관료제처럼 연공서열에 따라 부장판사가 되고 법원장이 되고 고등법원장이 돼야 한다고만 생각하나. 현재와 같은 승급·승진제도는 폐지돼야 한다. 근무연한이 오래된 판사도 지방법원의 단독판사로 나갈 수 있고, 법원장 출신도 일정 기간이 지나면 일선 법원으로 가야 한다. 판사들이 이 같은 대폭의 보직순환을 수용해야 한다.

▶이 전 헌법재판관: 독일은 상급 법원에 자리가 비면 지원을 받아 선발한다. 그런데 우리나라는 승진 때가 되면 다 같이 심사를 받아서 승진 여부가 결정된다. 독특한 구조다. 판사가 관료화될 수밖에 없다. 그동안엔 법관 양성이 도제식으로 이뤄졌다. 도제 제도에서는 스승의 영향력이 절대적이다. 이런 시스템에선 재판 독립이나 법관 독립에 어렵다. 법원행정처의 간섭 가능성도 크다. 이게 근본적인 문제다.

국민에게 공정하고 효율적인 사법서비스를 제공하려면 법관이 어떻게 사법서비스를 제공하는지 평가를 해야 한다. 그런데 법관의 독립과 평가는 서로 대척점에 있어서 어려운 과제다. 베니스위원회 보고서도 법관에 대한 평가의 필요성을 인정한다. 그러나 법관 독립과 평가 둘 중 하나만 선택해야 한다면 독립성을 선택해야 한다고 봤다. 만약 법관에 대한 평가가 독립성을 해친다면 평가를 꼭 해야 하는지 재검토해야 한다고 보고서에 나와있다.


-국회 개헌특위는 대통령, 국회, 판사들이 추천한 인사들로 구성된 사법평의회에 사법 행정권을 넘기는 방안을 내놨다. 이 방안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이 의원: 사법행정권 행사권자를 지금처럼 대법원장과 법원행정처에만 맡기면 안 된다는 데에는 동의한다. 그러나 개헌특위가 내놓은 사법평의회 안은 내 생각과 차이가 있다. 사법평의회 방안은 '권력 나눠먹기' 밖에 안된다. 법관도 사법평의회를 통해 사법행정권을 행사할 수 있도록 하면 인사대상이 인사권을 행사하는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대통령 역시 독임제 기관일 뿐이어서 사법행정권에 관여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 사법부가 의회로부터 통제를 받기 싫다면 국민으로부터 직접 통제를 받으면 된다. 각급 법원장을 주민 직선제로 선출토록 하는 방안이 대표적이다.

▶이 전 헌법재판관: 베니스위원회 보고서는 독립적인 사법평의회를 사법행정기구로 권고한다. 구성은 법관만으로 하거나 법관 이외에도 참여할 수 있는 혼합제도를 생각해볼 수 있다. 다만 국회와 행정부의 영향에서 자유로워야 하기 때문에 법관이 다수가 될 필요가 있다. 삼권분립 체제 아래에서 입법부와 행정부가 협력해 사법부를 구성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다. 민주적 정당성을 확보하는 방법 중의 하나다. 이게 사법부 독립과 얼마나 필연적인 연관성이 있는지는 의문이다.

이상민 더불어민주당 의원/ 사진=이동훈 기자



-사건에 비해 판사가 너무 적어 신중한 재판이 어렵다는 지적이 있다. 판사 수를 늘려야 한다고 생각하나?

▶이 의원: 판사 수는 늘어나야 한다. 사법부는 판사 수를 늘리면 안 된다는 논리를 펴고 있는데, 이는 국민들의 필요를 외면하겠다는 것이다. 판사 수를 늘릴 게 아니라면 실력있는 고참 판사들을 서울·수도권의 고등법원 이상 상급심이 아니라 하급심으로 전진배치해야 한다. 하급심, 특히 1심 단독재판부 등에 연륜 있고 실력 있는 판사들이 배치돼야 한다. 신참 판사들을 고등법원이나 합의부로 돌리고 경험을 쌓게 해줘야 한다.

AI(인공지능)를 활용하는 방안도 검토해 봐야 한다. 단순한 사건 등은 인공지능을 활용해 처리할 수 있다. 인공지능을 사법 분야에 접목할 만한 기술적 발달도 이뤄져 있다. 기계적 사건들이 얼마나 많은가. 벌금형 선고 등이 대표적이다. 양형 때 참작해야 할 사유가 있다면 그 사유를 반영하도록 설계하면 된다. 단순 사건들이 표준화되면 일각에서 문제삼는 '고무줄 판결'에 대한 불만도 사라진다. 판사들은 보다 충실한 심리가 필요한 사건에 집중할 수 있다.

▶이 전 헌법재판관: 판사 수에 대해선 정답이 없다. 분쟁처리 과정을 앞으로 어떻게 가져갈 것이냐, 모든 분쟁을 사법부가 처리할 것이냐 하는 재판제도 운영의 문제까지 나온다. 화해 조정으로 끝나는 사건의 비중이 선진국에 비해 아주 낮다. 분쟁 해결을 사법부에 너무 맡기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분쟁을 꼭 법원의 판결로만 해결할 것이 아니라 다른 방식으로 해결하는 방안을 찾을 필요가 있다.

판사 수를 늘리는 것은 근본적인 해결책이 아니다. 먼저 사실심에 대한 국민의 신뢰를 높여서 항소율을 줄일 필요가 있다. 재판을 잘 해서 국민들을 납득시키면 된다고 생각하는데, 현실은 그렇게 단순하지가 않다. 국민의 법감정, 역사, 전통, 문화, 공동체 측면에서 사법의 기능을 어떻게 볼것인가 등이 다 얽힌 문제다.


-재판의 전문성을 높이기 위해 행정법원, 특허법원, 가정법원, 회생법원 외에 노동법원 등 다른 전문법원들이 필요하다는 주장에 동의하나?

▶이 의원: 찬성한다. 사회 각 부문에서 전문성이 요구되는 사건들이 늘어나고 있다. 전문법원을 둬서 그 분야에 전문적 경륜을 갖춘 판사를 사건을 맡아 해결하도록 해야 한다. 일반법원의 초임판사 출신으로는 사회의 분쟁해결 수요를 감당할 수 없다.

▶이 전 헌법재판관: 판사의 역할을 어떻게 규정할 것이냐의 문제다. 특허만 전문으로 다루는 미국의 항소법원 판사를 만난 적이 있다. 우리나라 법원에 기술심의관이 있는 걸 보고 놀라더라. '왜 이런 제도가 있느냐'고 묻길래 '그럼 판사가 잘 모르는데 어떻게 하느냐'고 되물었다. 미국 판사가 답하길 '나를 설득하는 쪽이 이긴다'고 했다. 처음에는 판사가 무책임한 것이 아닌가 생각했다. 그런데 시간이 지나면서 판사의 역할을 규정하기 나름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국회 개헌특위는 대통령의 대법원장 임명권을 폐지하고 대법원장을 대법관 가운데 호선으로 선출할 것을 제안했다. 어떻게 생각하나?

▶이 의원: 대법원장에게 여타 대법관보다 우월한 지위를 부여하는 것이 아니라 '대법관 중 1명'의 지위로 위상을 격하시켜 절대권력을 행사할 수 없도록 할 수 있다는 점에서 공감한다. 호선제와 뿐 아니라 대법관이 돌아가면서 예컨대 1년 임기로 대법원장을 맡도록 하는 '순번제'를 도입하는 것도 바람직할 것이다. 대법관을 대통령이 지명하고 국회의 동의를 거쳐 뽑는 방식은 폐지돼야 한다. 대법관 선출에 국민이 직접 참여할 수 있는 통로가 마련돼야 한다. 시민단체를 비롯해 각계 각층이 '대법관 추천위원회'를 구성하는 등의 방식이 돼야 한다.

▶이 전 헌법재판관: 대법관들이 호선을 통해 대법원장을 뽑는다? 그게 사법개혁의 관점에서 어떤 의미가 있는지 의문이다. 오히려 대법관들 사이에서 성향 등에 따라 나눠지는 문제가 있지 않겠나. 대부분의 국가들이 입법부와 행정부가 협력해 대법원을 구성한다. 외국의 사례를 봐도 대법관들이 호선으로 대법원장을 선출하는 경우는 드물 것이다.


-대법관 수를 현행 12명에서 24명으로 늘리자는 국회 개헌특위의 제안에 대해선 어떻게 생각하나?

▶이 의원: 24명보다 더 많은 30~50명으로 늘려야 한다. 전문화된 사건들을 처리할 수 있는 전문법관들이 대법원에 들어와야 한다. 현재 13명이 수만건의 사건을 처리하는 대법원의 판결은 '원님재판'일 뿐이다. 원님 수준의 법관 실력을 갖고 우리 사회에서 발생하는 수많은 사건들을 다룰 수 없다. 지적재산권 사건만 보더라도 저작권 이슈는 물론 공학, 특허권에 대한 이해까지 필요로 한다. 프로그램 개발에 대한 지식이 필요할 때도 있다. 현 대법관 수로는 전문화된 사건들을 제대로 다루기 어렵다. 사건은 몰리고 대법관 수는 적다 보니 사건 처리가 지체된다.

▶이 전 헌법재판관: 결국 상고심에 대한 국민의 신뢰와 효율성의 문제일 것이다. 사람 수가 늘어나면 사건을 과거보다 꼼꼼히 살펴볼 것이라는 기대를 줄 수는 있겠지만, 수만건에 이르는 사건 수를 고려하면 그 정도로 늘리는 게 근본적인 해결책이 될지는 의문이다.
독일의 경우 상고심 법관들이 100여명씩 된다. 민사 행정 노동 등 상고심 법원이 따로 있다. 대법관 수를 늘린다면 민사 행정 등 분야에 따라 나누거나 전문 분야별로 나눌 수도 있을 것이다. 우리 대법원도 3심 기능을 해오다가 헌재가 생긴 이후 '우리도 정책법원, 전원합의체, 공개변론 이런 것 좀 해보자'고 했는데, 막상 사건은 상고심 사건이 대부분이다. 사건이 1년에 4만건씩 들어온다. 이렇게 사건이 많은 이상 정책법원 추구는 어렵지 않겠나.

이공현 전 헌법재판관/ 사진=홍봉진 기자


-헌법재판소의 제도 또는 운영에 개선할 점이 있다면?

▶이 의원: 헌재 재판관의 구성을 보다 다양화해야 한다. 헌재가 다루는 사건은 '정치적 사법재판'이다. 정치적 이슈를 다룬다는 것은 사회 각계의 상충하는 이해관계를 사법적으로 판단한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헌재는 대법원보다도 다양성이라는 가치가 더 강하게 요구된다. 요즘엔 법관 출신만이 아니라 검사 출신도 일부 임용되고는 있지만 여전히 법조인들로만 구성돼 있다. 법조인이 아닌 이들도 헌법재판관 9명 가운데 3명 이내로 진출할 수 있어야 한다. 지금은 법조인만 헌법재판관이 될 수 있는데, 이를 바꿀 필요가 있다.

헌재가 한국의 민주화 과정에 기여한 것도 있지만 잘못한 것도 있다. 통합진보당 해산 결정은 일부 구성원의 일탈을 이유로 정치적 결사체를 완전히 해체시켰다는 점에서 비판받아야 한다. 다양성을 전제로 하고 있는 민주주의의 본질을 훼손한 결정이었다. 헌재가 국회의 입법적 진보를 가로막는 경우도 있다. 대표적인 것이 '양심적 집총거부' 사안이다. 국회가 입법적 논의를 진행하던 중 헌재가 해당 사건에 대해 '합헌' 결정을 내리면서 국회에서의 논의도 멈춰버렸다. 헌재 재판관의 구성을 다양화하면 이런 문제가 줄어들 수 있지 않겠나.

▶이 전 헌법재판관: 우리나라 헌재의 재판은 사실심과 헌법재판이 혼재돼 있다. 사실심을 하려면 사실심을 하고, 헌법재판을 하려면 헌법재판을 해야 하는데 그렇지 않다는 게 문제다.


-진정 국민들을 위한 사법개혁이란 어떤 것일까?

▶이 의원: 국민들의 정서와 완전히 배치되는 판결들이 사법부를 '국민의 사법부'가 아니라 '그들만의 사법부'로 여겨지게 만들고 있다. 법조계는 고도의 법률지식을 필요로 하기 때문에 일반대중의 접근이 어려웠다. 그래서 '전문영역'이라는 이유로 철옹성을 지키기가 수월했다. 극소수가 정보를 독점하고 있고 거기서 엄청난 권력 행사가 가능했다.

인공지능이 고도화되면 판사들과 사법부가 지금처럼 막강한 권력을 유지할 수 있을까. 기술이 발달한 개방·공유 사회에선 전문직들이 누려온 독점적 지위나 이익이 소멸하게 돼 있다. 그때가 되면 판사들과 사법부도 인공지능을 넘어서는 우월한 리더십을 확보해야 할 것이다. 판사들이 인공지능에 비해 우월함을 누리려면 국민들로부터 정당성을 인정받아야 한다. 국민들로부터의 민주적 통제를 받을 때만 사법부의 존립이 가능해진다.

▶이 전 헌법재판관: 주권자인 국민이 신뢰할 수 있는 재판을 하도록 하는 것이 사법개혁의 목적이 돼야 한다. 결국 당사자의 주장을 잘 듣고, 수긍할 수 있는 결론을 내리는 것이다. 어려운 일이지만 먼저 경청하고 누군가의 영향도 받지 않고 독립적으로 내린 결론이라는 믿음을 심어줘야 한다. 실제로 공정한 것도 중요하지만 당사자인 국민들에게 공정하게 보이는 것도 중요하다. 국민들이 사법부에 대해 불신을 갖고 있는 부분은 전관예우 문제와 행정부의 눈치를 본다는 것이다. 어떻게 이를 극복하고 신뢰를 확보할 것인지를 고민해야 한다.


-차기 대법원장으로는 어떤 사람이 임명돼야 한다고 보나?

▶이 의원: 현 제도에선 대법원장이 다른 대법관들보다 우월한 지위에 있는 단 1명의 권력자다. 국민들이 사법행정에 적극 관여할 수 있도록 문호를 개방하고 인공지능과 같은 새로운 기술을 사법서비스에 활용할 수 있는 비전을 갖춘 선도적인 혁신자가 대법원장이 돼야 한다.

▶이 전 헌법재판관: 법복을 벗고 변호사를 해보니 판사였을 때와 달리 보이는 것들이 있다. 사건 당사자를 직접 만나고 사건 현장에 직접 가보면서 그동안 재판정에선 법적 절차에 따라 여과된 것들만 봐왔다는 것을 알게 됐다. 국민들이 재판에 얼마나 큰 영향을 받는지 등 당사자를 옆에서 지켜보는 것과 심판자의 입장에서 보는 것은 천양지차였다. 재판정 아래에서 판사를 보면 법관의 행동 하나하나에 의미가 크게 다가온다. 형사재판에서 일생의 신체 자유가 어떻게 되는지 결정되고, 민사에서는 평생 이뤄놓은 재산이 어떻게 판가름난다. 얼마나 중요한 일이냐. 국민들의 사건에 대해 공감하고 들어주고 그 바탕 위에서 이뤄지는가가 중요하다.

결론도 중요하지만 판사가 내 사건을 고민하고 있다는 인식을 주는 것도 중요하다. 재판을 받는 국민들이 가장 불안해 하는 건 판사가 자신의 이야기를 안 들어주는 것이다. 판사가 누군가로부터 영향을 받았을지도 모른다는 불안감도 크다. 그런 불신의 원인은 결국 법원이 제공했다. 그런 의미에서 법정 밖에서 사법부에 대한 국민들의 시각을 직접 접해본 사람, 국민들의 실상을 들어보고 체험해본 사람이 대법원장이 되면 좋지 않을까 한다.


[프로필] 이상민 더불어민주당 의원
△1958년 대전 출생 △충남고 △충남대 법학과 △제34회 사법시험 합격, 사법연수원 제24기 수료 △17대 국회의원(법제사법위원회 간사 등) △제18대 국회의원(교육과학기술위원 등) △제19대 국회의원(법제사법위원장 등) △제20대 국회의원(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 등) △제20대 국회 개헌특위 위원

[프로필] 이공현 전 헌법재판관
△1949년 전남 구례 출생 △광주제일고 △서울대 법학과 △제13회 사법시험 합격 △대구고법 판사 △대법원 재판연구관 △부산고법 부장판사 △대법원 비서실장 △서울지법 부장판사 △법원행정처 차장 △헌법재판소 재판관 △법무법인 지평 대표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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