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장

의사들의 '문재인 케어' 반대집회, 의료계 파업은 무조건 불법?

[the L][김대호의 의료와 법] 김대호 변호사·의사(로펌 고우)

전국의사총연합 등 '비급여 전면 급여화 저지와 의료제도 정상화를 위한 비상연석회의' 소속 의사들이 지난 26일 서울 청계광장에서 집회를 열고 비급여 전면 급여화 정책 반대를 주장하고 있다. 이들은 비급여 전면 급여화 정책은 의료기관의 경영난을 초래해 의료의 질을 떨어뜨릴 것이라고 주장했다. /사진제공=뉴스1

정부의 '비급여 항목의 전면급여화' 정책, 이른바 '문재인 케어'에 대해서 사회 각층에서 다양한 목소리가 나오고 있습니다. 이 중 특히 의료계 내의 목소리는 대부분 문재인 케어에 대한 반대 목소리로 결집되고 있는 분위기입니다. 

지난 8월 26일에는 첫 반대집회가 있기도 했습니다. 그리고 이러한 분위기는 아직 초기이기는 하지만, 마치 2000년 의약분업 사태나 2014년 문형표 장관 시절 '의료 민영화'와 '원격진료'가 이슈화되던 때와 흡사한 분위기입니다.

의약분업 사태나 의료 민영화 사태 때 의료계의 목소리 표출은 처음에는 소규모 집회로 시작해 점점 대규모 집회로 커져갔고 종국에는 파업을 결의하는 수순을 밟았습니다. 

의료계 집단적인 의견표출은 처음부터 조직적으로 대규모 행동에 들어가기 보다는 비교적 작은 불씨에서 시작해서 논의가 확대대면서 점점 불꽃이 커져가는 형태를 띄는 특색이 있습니다. 그리고 파업에 가까워 올수록 정부 측에서는 "의료계의 파업은 불법"이라는 논리로 파업을 억제하고 부정적 여론을 유도하는 등 주로 여론전을 펼치는 형태로 대응해왔습니다. 

불과 3년 전인 2014년 당시에도 의료계에서 결국 총파업을 결의하자마자, 문형표 당시 보건복지부 장관이 나서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의료법과 독점규제법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을 적용하여 강력하게 대응하겠다"고 선언했고 국민을 대상으로 '의료계의 단체행동은 불법'이라는 인식을 심는 여론전을 시작했던 사례가 있습니다. 
 
우리사회가 촛불집회로 거치면서 집단적 의견표출의 자유인 집회의 자유에 대해서는 열린 마음을 갖게 됐지만, 파업에 대해서는 아직까지 부정적인 시각이 많이 남아 있습니다. 의사들을 상대로 한 과거와 같은 여론전은 데자뷰처럼 다시 일어날 수도 있는 것입니다. 그렇다면 의사들의 파업은 실제로 불법일까요? 의사들은 파업을 할 수 없는 것일까요? 한 번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주체요건 - 의사는 파업을 할 수 있나   

파업이란 가장 순수한 형태의 쟁의행위로서 근로자들이 근무를 거부하는 형태의 단체행동을 말합니다. 정당한 파업은 합법이기 때문에 업무방해죄로 처벌받지 않고 또한 민사상 손해배상 책임도 지지 않습니다. 

그런데 파업이 정당하기 위해서는 헌법과 법률에 의해 단체행동권이 인정되는 근로자여야 한다는 '주체적 요건'을 충족해야 합니다. 우리 헌법 33조는 원칙적으로 모든 근로자들에게 근로3권이 인정된다고 보고 있으며, 다만 국가의 기능을 유지하는데 필요한 공무원과 주요 방위산업체의 경우에는 법률로 제한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사립병원 의료인에게는 파업과 같은 단체행동권을 포함한 근로3권이 인정됩니다. 다만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제71조 및 이에 근거한 시행령 별표1은 단체행동권이 제한되는 '필수공익사업'을 지정해 뒀는데 여기서 의료인과 관계되는 내용은 다음과 같습니다.  

■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시행령 별표1

  7. 병원사업의 필수유지업무                                              
   가. 「응급의료에 관한 법률」 제2조제2호에 따른 응급의료 업무           
   나. 중환자 치료·분만(신생아 간호를 포함한다)·수술·투석 업무         
   다. 가목과 나목의 업무수행을 지원하기 위한 마취, 진단검사(영상         
  검사를 포함한다), 응급약제, 치료식 환자급식, 산소공급, 비상발           
  전 및 냉난방 업무                                                       
 
  8. 혈액공급사업의 필수유지업무                                          
   가. 채혈 및 채혈된 혈액의 검사 업무                                    
   나. 「혈액관리법」 제2조제6호에 따른 혈액제제(수혈용에 한정한          
   다. 이하 이 호에서 같다) 제조 업무                                      
   라. 혈액 및 혈액제제의 수송 업무    

즉 병원 단위의 파업을 하더라도 읍급실과 중환자실, 분만, 수술, 투석실, 환자의 치료식급식과 같이 환자의 생명에 직결되는 부서는 파업을 할 수 없으며, 혈액공급사업과 관련된 의료인도 파업을 할 수 없게 돼 있습니다. 따라서 이러한 특수부서만 파업 대상에서 제외한다면 의료인이 파업을 하는데 있어서 주체적 제한은 없다고 볼 수 있습니다. 즉 의료인도 원칙적으로 얼마든지 파업을 할 수 있는 것입니다. 

◇ 목적요건- 국가정책에 반대하는 목적의 파업도 정당한가?

헌법 제33조 제1항은 "근로조건의 향상을 위하여" 근로3권을 가진다라고 표현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국가정책에 반대한다는 것은 사용자에게 근로시간이나 임금과 같은 근로조건의 향상을 요구하는 것과 무관해 보일 수 있으므로 이러한 목적의 파업에도 정당성이 인정될 수 있을지 문제가 됩니다. 

현재 대법원은 이에 대해 부정적인 시각을 갖고 있습니다. 또한 정당한 파업의 요건을 매우 엄격하게 보고 이를 충족하지 못한 파업의 경우 노조에게 거액의 민사 손해배상 책임을 인정하고 있습니다. 

결국 현재의 판례 태도로 봤을 때 의료계가 충분한 연구와 증거로서 비급여 항목의 전면 급여화가 의료계의 근로조건에 구체적으로 어떠한 악영향을 끼치는 것인지 입증해야만 합니다. 그래야만 목적적 정당성을 인정받을 수 있을 것입니다.  

파업이 정당성을 인정받는다면 파업으로 인한 행위는 적법한 행위가 됩니다. 따라서 형법적으로 업무방해죄 등을 구성하지 않게 되며, 민법적으로 손해배상 책임을 지지 않아도 됩니다. 또한 전 정부에서 엄포했던 의료법, 독과점규제법 위반 등의 주장 역시 설득력을 잃게 될 것입니다. 

◇의료계 지도부의 현명한 사실인식과 대처가 필요하다

의료계의 파업은 국민의 건강권과 직결되므로 정부에 대한 압박수단으로서 강력할 수도 있지만, 그만큼 국민을 볼모로 하는 것처럼 보여져 여론의 역풍을 맞기도 쉬운 카드입니다. 의료계의 입장을 설명하면 국민들이 이해하고 받아들일 거라는 자세는 진료실 밖에 있는 국민의 감정과 맞지 않습니다. 

좀 더 낮은 자세로 국민보건의 거시적인 관점에서 국민을 설득하고 홍보하며 다양한 단체와 의견을 주고 받는 모습을 보여줄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김대호 변호사는 공학을 전공하고 사법시험에 합격, 변호사로서 활발히 활동하는 중에 의학전문대학원에 입학해 의사자격까지 취득한 독특한 이력의 변호사이자 의사이다. 현재 로펌 고우의 공동대표변호사로서 주로 지적재산권, 스타트업 기업자문, 의료분야와 관련한 사건을 다루고 있으며 의료법 칼럼니스트로서 저술활동을 병행하고 있다. 

관련기사


페이스북 공유트위터 공유
목록
 
세상과 잘 사는법, 내가 잘 사는법 - 네이버 법률
모든 법령정보가 여기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