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미홍 전 아나운서 /사진=뉴스1

민족문제연구소가 공개한 박정희 전 대통령의 혈서(血書)가 날조됐다고 주장하면서 연구소의 명예를 훼손한 혐의를 받고 있는 전직 아나운서 정미홍씨(59)가 벌금 30만원을 선고받았다.

서울중앙지법 형사3단독 성보기 부장판사는 31일 정보통신망법상 명예훼손 혐의로 기소된 정씨에게 벌금 30만원을 선고했다.

정씨는 재판 과정에서 다른 사람의 글을 옮긴 것 뿐이어서 명예훼손죄가 성립하지 않는다고 주장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성 부장판사는 "단순히 타인의 글을 옮겼다고 해도 원글의 내용이 명예훼손적인 것이면 문제가 된다"고 판단했다.

성 부장판사는 또 "정씨는 전직 아나운서로 대중에 영향력이 큰 사람"이라며 "명예훼손 글을 무분별하게 옮긴 경우 일반인에 비해 높은 처벌을 받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다만 "정씨가 직접 허위사실을 적시했다고 보기 어렵고, 링크를 클릭하지 않으면 글을 보기 어려워 전파 가능성이 낮다는 점을 고려했다"며 낮은 벌금형을 선고한 이유를 설명했다.

정씨는 2013년 2월 자신의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에 "'조작의 마술사'인 민족문제연구소는 거의 모든 구성원들이 극도의 종북이거나 간첩활동으로 구속된 전력이 있는 사람들로 구성됐다"며 혈서가 조작된 것이라는 기사를 '필독하시길'이라는 의견과 함께 공유한 혐의를 받고 있다.

연구소는 일제강점기인 1939년 3월31일자 만주신문 등을 근거로 박 전 대통령이 만주국 군관학교에 지원해 충성을 맹세하는 혈서를 썼다고 2009년 밝혔다.

연구소는 이들을 고소했지만 검찰이 불기소 처분을 내리자 불복해 항고했다. 이마저 받아들여지지 않자 연구소는 법원에 재정신청을 냈다. 법원이 이 신청을 받아들이면서 검찰에 공소 제기 명령을 내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