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채익 자유한국당 의원과 원자력살리기연대 회원들이 지난달 30일 서울 여의도 국회 정론관에서 신고리 5,6호기 건설중단 반대 및 탈원전 반대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사진=뉴스1

한국수력원자력 노동조합이 신고리 원전 5·6호기 공론화위원회(공론화위)의 활동을 정지시켜달라며 활동중지 가처분을 신청했으나 법원은 받아들이지 않았다.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50부(수석부장판사 김정만)는 김병기 한수원 노조위원장 등이 공론화위를 상대로 낸 활동중지 가처분 신청을 각하했다고 6일 밝혔다. 각하는 소송이나 청구가 법적 요건을 갖추지 못했을 경우, 법원이 사건에 대한 주장 등을 판단하지 않고 재판을 끝내는 것을 뜻한다.

재판부는 "공론화위는 국가 행정기관에 불과해 민사소송법상 당사자로 인정하기 힘들다"며 "공론화위의 의결 사항이 구속력을 갖는다는 규정이 없고, 공론화위가 공사 중단이나 재개 중 어떤 결론을 내릴지도 확정되지 않았다. 또공론화위는 자문기구에 불과해 원고(한수원 노조 등)에게 직접적인 법률 효과를 미치지 않는다"며 각하 판단 이유를 설명했다.

앞서 지난 7월 정부는 '원전 정책을 전면 재검토하고 탈핵시대로 가겠다'는 방침을 정한 뒤, 신고리 원전 5·6호기 건설 공사를 일시 중단하고 한시적으로 3개월간 독립기구인 공론화위를 구성, 운영하기로 했다.

이에대해 한수원 노조 측은 정부가 공론화위를 구성하는 과정에서 에너지법을 위반했다며 활동 중지를 주장했다. 에너지법 제9조와 제10조 등에 따르면 정부는 주요 에너지 정책 관련 계획을 심의할 경우 산업통상자원부 산하에에너지위원회를 둬야 한다. '에너지와 관련된 사회적 갈등의 예방 및 해소에 관한 사항'과 '원자력 발전정책에 관한 사항'도 에너지위원회 소관으로 돼 있다.

한수원 노조 측은 △공론화위가 법이 정한 절차에 따라 수립되지 않았다는 점 △국민의 의견을 수렴할 필요가 있는데 행정예고 절차를 거치지 않았다는 점 △탈원전 정책이 본격화돼 원자력 발전소 공사가 중단되면 조합원들의 직장이 사라져 생존권이 침해되는 점 △원자력 발전소가 사라지면 지역경제가 침몰해 주민들의 재산권이 침해되는 점 등을 이유로 공론화위가 활동을 중단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한수원 노조 측은 공론화위 구성 자체를 취소해달라며 국무총리실을 상대로 행정소송도 제기한 상태다. 동시에 행정소송 판결이 확정될 때까지 공론화위의 구성을 무효로 해달라는 집행정지 신청도 냈다. 두 사건은 서울행정법원 행정14부(부장판사 김정중)가 맡고 있으며, 오는 14일 재판을 앞두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