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클리

[세상을 바꾼 판결④] "형사사건 성공보수 무효"

[the L] 변호사 문턱 낮춰…표준 계약서 변경·시간당 비용 청구 등 변화 이끈 판결

편집자주대법원은 우리 사회의 최종심급이다. 특히 대법원장과 대법관 12명이 참여하는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은 절대적 권위를 지닌다. 이후 모든 판결의 가이던스가 된다. 오는 25일 퇴임하는 양승태 대법원장도 6년간의 임기 동안 수많은 전원합의체 판결을 남겼다. 그 중엔 세상을 바꾼 의미 있는 판결도, 논란을 남긴 아쉬운 판결도 적지 않았다. 머니투데이 법조팀(the L)이 법학교수들의 도움을 받아 추려낸 양승태 대법원의 '세상을 바꾼 판결들'과 '논란의 판결들'을 차례로 소개한다.


“형사사건에 관한 성공보수약정은 선량한 풍속 기타 사회질서에 위반되는 것으로 무효다.”(2015다200111 판결)

2015년 7월23일 양승태 대법원장이 이끄는 대법원 전원합의체가 내린 판결이다. 이 판결로 변호사들은 크게 당황했다. 당장 이 판결이 선고된 이후부터 형사사건에서 꼭 들어가는 부분이었던 성공보수 약정을 체결할 수 없게 됐기 때문이다.

대부분 형사사건에서 변호사를 선임할 때 이길 경우 얼마를 준다는 식의 성공보수 약정이 계약서에 포함돼 있었지만, 이 판결 이후엔 사라졌다. 약정을 하더라도 무효기 때문에 받을 수 없는 성공보수를 굳이 계약서에 포함시킬 이유가 없어졌기 때문이다.


◇"석방 사례금 1억 돌려달라" 소송…형사사건 성공보수 무효 판결

이 사건은 허모씨가 자신의 아버지에 대한 형사 사건을 맡았던 변호인을 상대로 "성공보수 1억원을 포함해 보수로 지급한 2억3000여만원을 돌려달라"며 낸 소송이었다. 그는 아버지가 구속되자 변호사를 선임하면서 착수금으로 1000만원을 지급하고 석방되면 따로 사례금을 지급하기로 했다. 결국 아버지의 석방 사례금으로 1억원을 지급한 허씨는 성공보수가 과다하다며 소송을 냈고 승소했다.

해당 사건에서 변호사는 1억원은 부당하게 과다한 것이 아니라고 주장했다. 원심도 성공보수약정 자체를 인정하며 일부 금액만 반환하라고 판결했다. 그러나 대법원은 달랐다.


대법원은 형사 사건에서 향후 체결되는 성공보수약정은 무효라는 점을 분명히 하며 소송을 낸 허씨의 손을 들어줬다. 형사사건에서 성공보수 약정은 특정 수사방향이나 재판 결과를 대가로 금전을 주고받기로 한 변호사와 의뢰인 간의 합의라면서 그 자체를 무효로 보기로 하고 기존 판례를 변경한 것이다.

대법원은 판결 이유로 사법제도의 신뢰가 저하될 수 있다는 점을 제시했다. 변호인이 형사 판결에 영향력을 미칠 수 없는데도 마치 그들의 영향력 때문에 판결의 결과가 바뀌는 것처럼 보이게 된다면 법치주의가 흔들릴 수 있단 얘기다.


◇변호사 문턱 낮아져 환영…"입법으로 해결해야" 의견도


국민들은 이 판결에 환영했다. 당장 성공보수 약정이 없어지면서 조건에 따라 얼마를 더 줘야 한다는 부담이 사라지게 됐기 때문이다. 일반적이고 다소 간단한 형사 사건의 경우엔 의뢰인들의 부담이 크게 덜어지게 됐다.형편이 넉넉하지 않은데도 고액의 성공보수 약정을 ‘울며 겨자먹기’로 체결해야 하는 상황에서 벗어났다.

이필우 변호사(법무법인 콤파스)는 “형사 변론에서의 변호인의 역할의 공익성을 강조한 결과”이라며 “변호사는 인권을 우선으로 해야 한다는 사회적인 역할이 있다는 점을 되돌아보게 하는 판결”이라고 평가했다.


일부 어려운 사건의 경우 시간제로 보수를 받거나 착수금 자체가 높아지기도 했다. 대한변호사협회 김현 협회장은 “성공보수 약정이 없어지다 보니 의뢰인들도 처음부터 목돈을 다 줘야 하니 부담이 되고 결국 착수금 자체가 올라가게 됐다”고 비판했다.


특히 유명 로펌이거나 사건 자체가 어려울 수록 이런 추세가 더욱 강하다. 당시 대법원 판결 후 20일만에 서울지방변호사회(당시 김한규 회장)는 새로운 형사사건 위임계약서 표본 4종을 내놨는데 △사건 진행 단계별 수임료 약정 △기본금에 단계별 수임료 약정 △시간제 보수 약정 △포괄적 수임료 약정 방식 등이었다. 이중 시간당 비용을 책정하는 방식이 가장 흔하게 사용되는데, 이를 적용하게 되면 이전보다 오히려 사건과 관련한 비용이 더 든다는 의견도 나온다.


성공보수 관련 입법에 대해선 찬반을 떠나 시급하다고 보는 의견이 많다.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로 이를 무효화한 탓 법에 근거를 만들고 처벌 조항도 신설해야 한단 얘기다. 이를 통해 실제 단속도 이뤄지도록 해야 한단 의견이다. 현재는 변호사가 형사사건에서 성공보수를 받았다고 해도 처벌할 수 없고 다만 문제가 됐을 때 그 돈을 돌려주기만 하면 된다.


페이스북 공유트위터 공유
목록
 
세상과 잘 사는법, 내가 잘 사는법 - 네이버 법률
모든 법령정보가 여기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