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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L 리포트] 공무원 아들 찍어놓고 뽑으면 '뇌물'?

[the L] '신입사원'은 채용기준 명확해 처벌 가능성 높아…'경력직' 채용은 기소 어려워


#하성용 전 한국항공우주산업(KAI) 사장이 23일 구속됐다. 하 전 사장은 2015년부터 공채 지원자의 서류를 조작하는 등의 방식으로 서류전형조차 통과하지 못한 10여명을 정규직 사원으로 채용하는 것을 보고받고 이를 지시한 혐의를 받고 있다. 채용된 직원에는 최모 전 공군참모총장의 공관병, KAI 본사가 있는 사천시 고위 공직자의 아들, 지상파 방송사 고위 관계자의 아들, 유력 정치인의 동생인 케이블 방송사 간부의 조카 등이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강원랜드는 이명박정부와 박근혜정부의 정권교체기이던 2012년 11월부터 2013년 4월까지 2차례에 걸쳐 518명의 직원을 채용했다. 이 가운데 95%에 이르는 493명이 내외부의 인사 지시와 청탁으로 선발 시작 단계부터 별도 관리됐던 사실이 드러났다. 특정 인물을 채용하기 위해 채용요건을 조작하기도 했다. 현직 국회의원들의 연루 의혹까지 제기됐다.

최근 주요 기업들이 채용 과정에서 사전에 '내정자'를 찍어놓고 뽑은 사실이 검찰 수사를 통해 잇따라 드러났다. 기업이 청탁을 받고 특정 직원을 채용할 경우 어떤 죄로 처벌을 받게 될까?

검찰 관계자는 "채용 과정에서 내정자 등이 있어 부정하게 합격한 경우 행위를 주도한 지시자와 가담자에게는 주로 형법상의 위계업무방해죄가 적용된다"고 말했다. 본래 업무방해죄는 △허위의 사실을 유포하거나 기타 위계 또는 위력으로 △타인(법인 포함)의 업무를 △방해하는 경우 성립한다.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1500만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해지는 범죄다. 업무방해의 결과로 이어지지 않아도 업무가 방해될 위험만 발생하면 죄가 성립한다.

한 전관 출신 변호사는 "예컨대 고위 임직원이 일부 면접위원이나 인사팀원들에게 특정인의 채용을 청탁했다면 판례는 '행위에 가담하지 않은 이들의 권한 내 업무가 방해됐다'고 판단하고 있다"면서 "채용 과정이 공정했다면 결코 그와 같이 합격 및 불합격 결과가 나오지 않았을텐데, 채용에 관여한 사람들을 그렇지 않은 것으로 오인하게 했다면 위계에 의한 업무방해죄가 성립할 여지가 있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공무원에게 잘 보이기 위해 공무원의 자녀를 채용한 경우 뇌물공여 혐의가 적용될 수도 있다. 구속된 하 전 사장이 그런 경우다. 

신입 채용과 경력직 채용 가운데 검경의 수사 대상은 주로 신입채용 부분이다. 정량적 기준이 이미 세워져 있어 불공정 행위가 발생할 경우 혐의 입증이 쉽다는 점 때문이다. 검찰 관계자는 "신입사원 채용 지원자는 대부분 별다른 경력이 없기 때문에 학점, 영어시험 점수 등 정량적인 요소가 절대적인 기준이 되는 것이 대부분"이라며 "이 과정에서 정성적 요소의 배점을 과다하게 높여 합격시킨다거나 하는 부정행위가 발생하는 경우 법리 적용이 경력직에 비해 용이한 편"이라고 말했다.

검찰에 따르면 채용 과정에서 쓰이는 부정행위는 주로 △서류, 면접 등 채용절차 진행 후 당초 정해진 합격기준의 변경(평가항목의 일부 혹은 전부 삭제, 점수 변경 등) △채용자 집단에 대한 분리 평가(졸업예정자 및 졸업자 등) △채용인원의 확대 △면접과 같은 정성적 요소에 대한 과다한 배점 부여 등이다. 

그러나 경력직 채용의 경우는 사정이 다르다. 경력이 거의 없는 신입직원 채용과는 달리 구직자들의 경력과 '스펙'이 천차만별인데다 기업 입장마다 중시하는 조건이 다를 수 있기 때문이다. 한 사내변호사는 "경력직 직원의 경우 여러가지 고려요소들이 있을 수 있어 기업 입장에서는 합리적인 채용이라고 강변할 여지가 있다"며 "그런 요소는 외부에서 알기도 어려워 내부고발이나 자료 등 요소가 갖춰지지 않을 경우 (기소가) 쉽지 않다"고 말했다.

다만 경력직 채용임에도 무경력자를 합격시키는 등 명백하게 부당하게 채용이 이뤄지면 처벌받을 수도 있다. 서울남부지법 형사9단독 류승우 판사는 이달초 금융감독원의 경력직 법률전문가 채용 과정에서 무경력 변호사인 임모씨를 합격시켜준 김모 전 금감원 부원장보와 이모 전 금감원 총무국장에게 각각 징역 1년과 10월의 실형을 선고했다. 이들은 국회의원 아들인 임모 변호사를 채용하기 위해 그에게 불리한 평가 항목을 삭제하고 유리하게 배점을 조정하는 등 채점 기준과 점수를 변경해 위계로 금감원의 업무를 방해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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